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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에게 돌아온 ‘총재직 딜레마’

당권·대권 분리론 빠른 확산에 당혹 … 분리 싫지만 ‘비민주적 발상’ 비난 두려운 듯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昌에게 돌아온 ‘총재직 딜레마’

昌에게 돌아온 ‘총재직 딜레마’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딜레마에 빠졌다. 당권-대권 분리론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이총재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는 애매한 말로 빠져나가려 하지만, 당내 분리론자들은 이 기회에 선을 긋고 가자는 입장이다.

당권-대권 분리론은 정당의 제왕적 지배체제를 혁파하자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지난 11월21일 국가혁신위 정치분과위가 이를 공식 거론했다. 혁신위는 이날 제왕적 대통령의 원인과 해소방안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여당 총재직 겸임 금지를 위해 정당법과 정부조직법에 금지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집권당 총재직 분리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집권당 총재직 이탈과 정당에 대한 통제권 포기, 자유투표제(크로스보팅) 보장, 국무총리의 권한을 보장하는 책임총리제 등도 이날 제안된 사안들.

한나라당 최병렬 부총재도 지난 11월13일 “우리나라 대통령은 선출된 황제”라며 대통령과 총재직 분리를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주장에 당내 의원 상당수가 공감한다. 3선 출신인 한 인사는 “대통령이 정당(여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는 왜곡된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며 분리론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이총재의 판단과 결단이다. 현재 이총재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지금 이총재가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구체적 입장은 시간을 두고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총재는 러시아 출국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중심제의 권력구조가 해소된다면 정당 총재로서 권력비대 양상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는 애매한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이총재는 당권과 대권 분리에 반대 입장일 것”이라며 “다만 그런 입장이 비민주적 발상으로 비칠까봐 입장 표명을 보류하는 것”이라고 행간을 설명했다.



그러나 입장이 비교적 자유로운 이총재의 측근들은 반대 의견을 드러내놓고 개진한다. 하순봉 부총재는 당권-대권 분리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개혁 방안에 대해 “남북대치 상황에서 당권-대권 분리가 자칫 통치력 약화를 가져올 소지가 있다”고 반대했다. 다른 한 핵심 측근은 “대통령이 총재직을 포기할 경우 정치적 무력감에 빠져 국정 운영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총재직 포기는 당을 장악하는 데 사용했던 공천권 포기를 의미하며 이는 정당을 통한 국회 통제 또는 영향력 행사를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 따라서 당은 대통령의 통제권 밖에서 따로 놀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 국정 운영이 가능하겠느냐.”

다른 한 관계자는 “총재직을 내놓을 경우 곧바로 2인자 그룹이 파워게임에 돌입해 그 순간부터 대통령은 레임덕에 접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이총재측의 고민은 이 같은 현실을 드러내놓고 설명하기가 곤란하다는 데 있다. 잘못 비칠 경우 반의회주의자에다 비민주적 지도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더구나 이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요구했던 경력이 있다는 사실도 곤혹스럽다.

그러나 분리론자들은 당 지도부의 이 같은 난처함을 배려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재선그룹의 한 인사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총재직 사퇴를 요구한 우리가 아무런 명분 없이 그 논리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듯 이총재의 한 측근은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총재가 김대통령과 민주당의 움직임을 좀더 차분히 지켜본 후 결정을 내릴 것 같다”며 “경우에 따라 대통령 임기 후반에 당권-대권 분리를 적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느냐”며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래저래 이총재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주간동아 2001.12.06 312호 (p22~22)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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