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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홍 커넥션’어디까지…

김홍일 의원 외에 누가 더 있을까 … 여야 모두 전전긍긍

  • < 특별취재반 >

‘정성홍 커넥션’어디까지…

‘정성홍 커넥션’어디까지…
국정원 게이트’의 끝은 어디인가.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들이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3대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성홍 전 국정원 경제과장(3급)과 현 정권 실세 간 커넥션이 의혹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성홍 전 과장이 자신의 커넥션을 이용해 MCI코리아 대주주 진승현씨의 정치권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일부 드러났기 때문.

정성홍 전 과장은 김대중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과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깊은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의원이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이종찬 국정원장 시절 대기발령을 받은 정성홍 전 과장의 ‘구명’에 도움을 준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기 때문. 정 전 과장은 김 의원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나 이후 경제2과 팀장 → 경제2과장 → 기관과장 등으로 한때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정 전 과장이 작년 4월 총선 직전 진승현씨와 함께 김홍일 의원 지구당으로 찾아갔다는 것. 김의원측은 당시 “선거 자금을 주겠다”는 진씨의 제의를 거절하고 오히려 쫓아보냈다고 밝혔다. 정성홍 전 과장과의 인연은 “80년 5·17 당시 수사받을 때 찾아와 처음 만났고, 한참 지난 뒤 인사하러 온 적이 있는” 정도라는 것.

‘정성홍 커넥션’어디까지…
정치권에서는 정성홍 전 과장이 작년 4월 총선 직전 진승현씨를 데리고 김홍일 의원만 찾아갔겠느냐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진승현씨가 작년 4월 총선 직전 여야 의원 10여명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나 정치권이 긴장할 만한 보도임은 분명하다.

정성홍 전 과장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11월16일 국정원에 사표 낸 이후 언론의 ‘진승현 리스트’ 보도가 이어지자 서울지검 기자실에 전화를 걸어 “작년 3월 목포에 갔다가 선거 유세장에서 김홍일 의원을 한 번 본 적은 있지만 진승현씨를 데리고 다녔다거나 돈가방을 줬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정씨는 또 자신의 ‘진승현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그는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씨가 작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수표로 4000만원을 빌려주었다고 진술한 만큼 수표 추적을 해보면 금방 드러날 것 아니냐”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빌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갚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과연 ‘진승현 리스트’는 있을까. 사정당국 관계자들은 리스트 존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정 전 과장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를 잘 아는 국정원 내 관계자는 “정과장은 자기 과시적 성격이어서 과장되게 말하는 버릇이 있다. 그가 사석에서 작년 4월 총선 때 목포에 다녀온 얘기를 한 사실이 국정원 내에 알려지면서 그에게 반감을 가진 세력에 의해 증폭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성홍 커넥션’어디까지…
이 인사는 또 진승현씨 쪽에서 작년 8월 국정원 출신의 김재환씨를 MCI코리아 회장으로 영입한 것도 리스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증거라고 말했다. “작년 4월 총선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면 진승현씨 쪽에서 굳이 김재환씨를 로비스트로 영입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리스트 존재 가능성을 암시하는 정황도 만만치 않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진승현씨가 작년 검찰에 출두할 때 ‘내가 검찰에 출두하려고 돈을 쓴 게 아니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진씨가 이때 말한 돈이 작년 4월 총선 때 뿌린 것을 가리킬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김재환씨에게 준 변호사 선임비 등 12억5000만원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진승현 게이트’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성홍 커넥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성홍 전 과장이 자신의 커넥션을 이용해 진승현씨의 정치권 로비 와 구명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 대표적인 케이스가 김홍일 의원과 민주당 K의원. 김의원의 경우 정성홍 전 과장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지만 K의원은 ‘진승현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정성홍 커넥션’ 가운데 관심의 초점은 단연 김홍일 의원과의 관계. 김의원 주변 인사들은 “김의원이 ‘선의로’ 정성홍씨를 도와주었다가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주장한다. 정성홍 전 과장의 ‘조선일보’ 11월18일자 인터뷰를 두고 하는 얘기다. 정 전 과장은 이 인터뷰에서 “김홍일 의원에게 현 국정원 고위 간부(신건 원장을 지칭)를 소개한 사람이 J씨(전북 출신의 정모씨를 지칭)인데, 나는 김의원에게 ‘J씨 등을 정리하라’고 조언했다가 오히려 제거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오히려 정반대라고 말했다. 현 정권 들어 구조조정 대상 1호로 꼽혔던 정 전 과장은 오히려 정모씨를 통해 김홍일 의원에게 구명 로비를 해 겨우 구제됐다는 것. 정 전 과장과 정씨는 모두 전남 해남 출신이다. 정 전 과장은 김영삼 정권 시절 안기부 1차장을 역임한 오정소씨와 ‘유착’ 의혹이 제기돼 정권교체 직후 호남 출신 중간 간부로는 이례적으로 대기발령을 받았다.

당시 정 전 과장 구제 과정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대상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구제해 주면 원칙이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이종찬 당시 국정원장의 한 측근). 결국 정 전 과장은 다른 사람과 함께 겨우 구제받았다. 국정원측은 정씨만을 예외로 할 경우 뒷말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물타기’까지 한 셈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은 당시 국정원 지휘부 가운데 정성홍 전 과장 구제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사람은 신건 당시 2차장이었다는 점. 이런 ‘악연’이 있었던 터에 정 전 과장은 신건 원장 취임 이후 한직인 정보관리국으로 밀렸다. 신원장 주변에서는 “정성홍 전 과장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신건 원장을 걸고 넘어간 것은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성홍 전 과장은 올 3월 신건 원장 취임 이후에도 김홍일 의원에게 접근하려고 했으나 김 의원이 거절하자 앙심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정 전 과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정씨가 신원장 취임 이후 어느 술자리에서 ‘김홍일 의원과 정모씨, 김형윤 전 경제단장이 짜고 국정원을 말아먹을 뿐 아니라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김형윤 전 단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자기사 참조). 이 인사는 이어 “최근 상황을 보고 정 전 과장이 왜 김의원을 걸고 들어갔는지 짐작이 간다”고 덧붙였다.

김의원은 왜 정성홍 전 과장의 청탁을 거절했을까. 김의원 주변 인사들이 “정성홍 과장은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조언한 데다 그동안 정 전 과장이 김의원을 팔고 다닌 사실이 김의원에게 들통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전 과장은 모 공기업 사장에게 김의원을 ‘팔아’ 인사청탁까지 한 사실도 있었다고 한다.

정 전 과장은 신건 원장 주변 인사들에게도 구명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정 전 과장은 신원장 취임 이후 신원장과 가깝다고 생각되는 인사들에게 접근, ‘신원장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뜻을 신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정원 주변에서는 현 정권의 또 다른 실세도 신건 원장 취임 이후 정성홍 전 과장 ‘구명’에 관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건 원장이 올 6월 정기인사에서 정성홍 당시 기관과장을 한직으로 보내려 하자 이를 사전에 감지한 그가 이 실세에게 찾아가 구명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로비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실세는 ‘진승현 게이트’와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과장이 이 실세를 알게 된 시점이 ‘진승현 게이트’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진승현 게이트’ 관련 의혹이 일고 있는 여당 K의원은 ‘정성홍 커넥션’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정 전 과장이 평소 누님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 올 9월 중순 K의원 부친상 때는 정 전 과장이 김은성 차장과 함께 문상했을 정도. K의원 자신도 한 인터뷰에서 “정성홍 전 과장을 14년 전부터 알고 지낸다. 전국에 그런 동생이 1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현재 K의원은 ‘진승현 게이트’ 관련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진승현씨뿐 아니라 진씨가 영입한 김재환씨를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성홍 전 과장이 중간에 다리를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성홍 전 과장이 진승현씨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김홍일 의원에게 접근했으나 통하지 않자 K의원을 연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진승현씨와 정성홍 전 과장이 어떻게 연결됐느냐는 점. 우선 진씨가 영입한 김재환씨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정 전 과장이 진씨와 함께 목포에 간 것은 작년 4월 총선 직전이며, 진씨가 김씨를 영입한 것은 작년 8월이다. 김재환씨 외에 다른 연결고리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정성홍 전 과장 주변 인사들도 이 점에 대해서만큼은 “우리들도 궁금한 대목”이라고 말한다. 다만 “진승현씨가 ‘벤처 붐’을 타고 짧은 기간에 많은 돈을 번 상태였던 만큼 정치권의 보호막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때 정성홍 전 과장이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며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만 말하고 있다.

국정원 내에서 ‘정성홍 커넥션’의 중심은 말할 것도 없이 김은성 전 2차장이다. 김은성 전 2차장은 정권교체 이후 한직으로 맴돌다 경제2과 팀장(4급)을 맡고 있던 그를 작년 6월 경제과장으로 발탁했기 때문. 당시 국정원 내에서는 “정성홍 과장을 경제과장에 바로 앉히기보다는 일단 외곽으로 뺐다가 나중에 불러들이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은성 차장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국정원 관계자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두뇌 회전이 빠르기로 소문난 김은성 차장이 그런 무리수를 두는 것을 보고 당시 국정원 내에서는 ‘도대체 김은성 차장이 정성홍 과장에게 무슨 빚을 졌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파다했다”는 것. 국정원 내에서는 김은성 전 차장이 불명예스럽게 낙마한 것은 정성홍 전 과장 때문이라는 동정론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전 과장을 발탁한 것도 김은성 전 차장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국정원 직원들은 정성홍 전 과장의 ‘진승현 게이트’ 연루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반응이다. 정 전 과장이 선이 굵고 보스 기질이 있어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권력 실세를 자주 언급하는 등 ‘위험한’ 행보를 보여 왔다는 것. 과연 ‘정성홍 커넥션’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것인가.







주간동아 2001.12.06 312호 (p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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