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과 극’ 그래서 통한다

동료의 배신으로 위기에 몰려 깊은 산속의 절간(김해 은하사)으로 몸을 피한 5명의 건달은 이곳을 지키려는 스님들과 일대 격전을 치른다. 그런데 보통 조폭영화에서 보던 격전의 양상은 아니다. 3000배 경합에서 스님들에게 무릎 꿇은 조폭들은 고스톱으로 기세를 올리고, 이어지는 369게임에서는 묵언수행을 하던 스님마저 입을 열고 만다. 잠수대결에서 맞붙은 대봉 스님과 불곰은 알고 보니 해병대 선후배였고, 밑 빠진 독을 채워보라는 문제를 던진 주지 스님은 수행과 참선에 매달려온 제자들 대신 무식한 건달들의 손을 들어준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사람 패고 죽이는 일에 익숙한 건달들과 벌레조차 죽여서는 안 되는 스님들. 도시의 뒷골목과 산사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른 이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따뜻하게 스며든다. 한바탕 해프닝 뒤에 따라오는 깨달음과 불교적 가르침은 관객을 미소짓게 만든다.

분위기 있는 남자 박신양이 건달패를 이끄는 중간보스 재규 역을 맡아 코믹연기에 도전한 점도 관심거리지만 영화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엮어간다. 어설픈 조폭들로 분한 박상면, 강성진, 김수로, 홍경인와 함께 스님들 역의 정진영, 이원종, 이문식 등과 노스님 역의 김인문이 자칫 가볍게 흐를 수 있는 영화의 중심을 ‘꽉’ 잡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주간동아 309호 (p8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