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9

2001.11.15

스님과 깡패 ”맞장 한번 뜨자”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1-22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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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과 깡패 ”맞장 한번 뜨자”
    쉘 위 댄스’를 만든 일본 감독 수오 마사유키의 영화 중 ‘팬시 댄스’라는 작품이 있다. 1989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만화가 원작으로, 신세대 록밴드가 절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렸다. 수오 마사유키의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평범한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어 인생의 참된 의미를 발견한다’는 주제는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음악과 사랑에 미쳐 있던 젊은이는 엄격하고 고되기 이를 데 없는 금욕과 수행의 길을 접하면서 자아와 인생을 만나고 자신감을 회복해 간다.

    ‘극과 극’ 그래서 통한다

    스님과 깡패 ”맞장 한번 뜨자”
    ‘달마야 놀자’는 한국판 ‘팬시 댄스’다. 조용한 산사에 들이닥쳐 말썽을 일으키는 주인공은 우리 영화에서 가장 익숙한 캐릭터인 ‘조폭’으로 설정되었다. ‘팬시 댄스’의 요헤이가 끊임없이 속세로 돌아가기 위해 눈물겹게 노력했다면, ‘달마야…’의 조폭들은 자신들을 몰아내려는 스님들에 맞서 굽힘 없는 ‘버티기 작전’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버티기와 밀어내기, 스님과 조폭이라는 절묘한 대치상태가 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동료의 배신으로 위기에 몰려 깊은 산속의 절간(김해 은하사)으로 몸을 피한 5명의 건달은 이곳을 지키려는 스님들과 일대 격전을 치른다. 그런데 보통 조폭영화에서 보던 격전의 양상은 아니다. 3000배 경합에서 스님들에게 무릎 꿇은 조폭들은 고스톱으로 기세를 올리고, 이어지는 369게임에서는 묵언수행을 하던 스님마저 입을 열고 만다. 잠수대결에서 맞붙은 대봉 스님과 불곰은 알고 보니 해병대 선후배였고, 밑 빠진 독을 채워보라는 문제를 던진 주지 스님은 수행과 참선에 매달려온 제자들 대신 무식한 건달들의 손을 들어준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사람 패고 죽이는 일에 익숙한 건달들과 벌레조차 죽여서는 안 되는 스님들. 도시의 뒷골목과 산사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른 이들은 어느새 서로에게 따뜻하게 스며든다. 한바탕 해프닝 뒤에 따라오는 깨달음과 불교적 가르침은 관객을 미소짓게 만든다.



    스님과 깡패 ”맞장 한번 뜨자”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한국영화의 ‘조폭영화’ 바람을 이어가는 영화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달마야…’는 적어도 ‘조폭 마누라’식의 저질성·폭력 시비에서는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의 조폭은 스토리 구성상의 설정일 뿐, 지향점은 가슴 뭉클한 ‘휴먼 코미디’에 있다.

    분위기 있는 남자 박신양이 건달패를 이끄는 중간보스 재규 역을 맡아 코믹연기에 도전한 점도 관심거리지만 영화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엮어간다. 어설픈 조폭들로 분한 박상면, 강성진, 김수로, 홍경인와 함께 스님들 역의 정진영, 이원종, 이문식 등과 노스님 역의 김인문이 자칫 가볍게 흐를 수 있는 영화의 중심을 ‘꽉’ 잡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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