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8

2001.11.08

아들의 죽음에서 깨닫는 인생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4-11-18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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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죽음에서 깨닫는 인생
    ”산 사람은 살아야지.” 가족이나 연인을 잃은 사람들에게 흔히들 이렇게 위로한다. 그렇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낸 이후의 삶이 이전과 같을 수 있을까.

    여기 행복한 한 가정이 있다. 온화하고 침착한 정신상담의 조반니는 출판 일을 하는 아내와 함께 사춘기에 접어든 남매를 키우며 평온하게 살아간다.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 좋은 남매는 부모와 함께 식사하고 외출하는 것을 즐기는 착한 아이들. 부자는 아니지만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 가정에 크나큰 아픔이 찾아온다.

    어느 일요일 아침, 가족이 함께 조깅을 하기로 약속한 그날 조반니는 환자의 급한 연락을 받는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왕진을 간 사이 아들 안드레는 친구들과 스쿠버를 하러 나갔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다. 영화는 갑작스럽게 닥쳐온 재앙이 화목했던 가정을 어떻게 파탄으로 몰고 가는지를 보여준다.

    조반니는 이때부터 환자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어떤 경우엔 심하게 감정의 동화를 일으켜 격렬한 분노와 고통에 휩싸인다. 환자들의 괴로움을 들어주고 치유해야 하는 그는 아들을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면서 일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신에게 묻는다. ‘그날 그 전화만 받지 않았더라면…’ ‘친구에게 가는 아들을 함께 있자고 말렸다면…’. 운동을 좋아하던 딸은 점점 난폭해지고, 경기장에서 퇴장당한다. 함께 옷을 사러 나간 순간에도, 지치도록 조깅을 하는 순간에도,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순간에도 이들은 좀처럼 전과 같이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없다.

    아들의 죽음에서 깨닫는 인생
    아들의 죽음 이후 망상과 병적인 집착에 시달리는 가족의 내면심리가 이처럼 처절하고 세밀하게 묘사된 영화가 있었던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 가정에서 더 이상 따사로운 햇살은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를 만들고 직접 주연을 맡은 난니 모레티 감독은 영화에 대해 “뜻하지 않은 슬픔이 사람들의 사이를 어떻게 멀어지게 만드는지를 알아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잔인한 운명과 화해하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는 순간에도 희망은 그다지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극도의 상실감을 경험한 후 아들의 빈자리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함을 깨닫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인생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를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엮어간 감독의 연출력은 이 영화를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수작으로 만들어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영화에는 “아름다움과 깊이, 정직함과 예술적 성숙이 모두 담긴 작품”이라는 찬사가 붙었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영화가 죽음을 다루지만, 영화는 살아 있는 자의 삶을 그릴 때 가장 빛난다.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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