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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가뭄 해결하라” … 속타는 금호그룹

연말까지 1조원 유치 총력전 … 항공산업 불황 ‘영업이익 창출’ 어려움 커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돈 가뭄 해결하라” … 속타는 금호그룹

“돈 가뭄 해결하라” … 속타는 금호그룹
미국 뉴욕 테러사태 이후 항공사별 손실 규모를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대한항공 관계자) “반분해야 한다.”(금호그룹 관계자)

정부가 미국 테러사태 이후 보험료 인상과 승객 감소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항공사에 대해 2500억원 규모의 재정 융자 방침을 밝힌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나는 자신들이 먼저 정부에 요청한 만큼 융자금액을 반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대한항공은 테러 사태에 따른 손실분을 기준으로 융자금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분배 비율이나 이자율, 상환 기간 등에 대해 아직 방침을 정하지 않은 상태. 올 연말쯤 재정 융자금에 대한 국회 승인을 받은 후에나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안팎에서는 ‘대한항공 1500억원, 아시아나항공 1000억원’ 수준으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이 벌써부터 다소 무리한 ‘욕심’을 내는 것은 현 정부를 ‘믿고’ 빠듯한 자금난을 넘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항공사 융자금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듯 금호그룹 하면 대체로 현 정부와 금호의 ‘특수 관계’를 떠올리곤 한다.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현 정부가 역시 몇 안 되는 호남 기업 중 하나인 금호그룹을 은밀히 지원하는 등 ‘특혜’를 주고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금호그룹 관계자들은 이런 시각에 대해 상당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돈 가뭄 해결하라” … 속타는 금호그룹
금호 관계자는 대표적인 ‘역차별’ 사례로 대통령의 전용기 이용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99년 대통령 경호실이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마다 입찰을 통해 대통령 전용기를 선정하기로 방침을 정해놓고도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더 많이 낙찰받자 양 항공사의 비행기를 교대로 이용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은 아시아나항공 ‘특혜설’ 등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현 정부 들어 상대적으로 황금 노선을 더 많이 배분받은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들 역시 이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동안 대한항공이 건교부 항공국을 쥐락펴락했다는 얘기가 있던 것은 대한항공이 황금 노선을 독식하다시피 했다는 것을 반증하지 않느냐”면서 “현 정부 들어 그런 문제점이 다소 개선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또다시 금호그룹 ‘특혜설’이 제기되는 것은 금호그룹의 집중적인 현금 확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에 따르면 금호는 올 상반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4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하반기에만 ABS(자산담보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올 4·4분기에 들어오는 자금만 6340억원이라는 것.

한나라당에서는 금호가 올해 들어 이처럼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것은 정부의 ‘우회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계열사의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인 BB인데도 금호가 올해 들어 ABS를 집중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이 보증을 섰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정국을 ‘지역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 차원으로 일축하고 있다. 호남 정권과 호남 기업을 연결시켜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한다는 해석이다.

금융시장의 논리로만 본다면 금호그룹 특혜설은 다소 과장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올 7월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 보증으로 3000억원의 ABS를 발행한 것만 해도 그렇다. 당시 아시아나는 미래의 티켓 판매 대금을 담보로 ABS를 발행했는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보증을 섰다는 이유 때문에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주간사를 맡은 현대증권 관계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3000억원 중 2400억원에 대해 산은이 보증을 했는데, 산은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7% 정도를 가지고 있는 데다 항공산업은 미래 매출이 꾸준히 일어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증을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일환”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정부가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 담보부 증권) 발행 한도를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동일 기업당 발행 한도를 30%씩 일괄 확대한 것을 두고 금호석유화학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 한도를 소진한 금호그룹 계열 3사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들 기업은 신용등급이 BB여서 회사채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프라이머리 CBO 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모든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조치를 두고 특정 그룹만 거론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올 9월까지 프라이머리 CBO 발행 실적은 519개 업체 5조188억원이다. 이 관계자는 “발행 한도 확대는 신용 등급이 BBB인 기업도 자체 신용으로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힘들 정도로 회사채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의 관심은 금호그룹 ‘특혜설’보다는 금호그룹이 외환위기 이후 끊임없이 계속돼 온 자금난 소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금호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기 때문에 연말까지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 금액 2430억원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까지의 회사채 만기 물량 5000억원을 상환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재 추진중인 금호산업 타이어부문 등의 외자 유치까지 성사되면 자금 사정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다르다. 그룹의 주력인 아시아나항공이 세계적인 항공산업 불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다른 계열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무리 많은 현금을 확보한다고 해도 그것이 계열사들의 영업 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이 아닌 한 근본적인 대책은 못 된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99년 109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을 뿐 최근 5년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적자 규모는 1563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 적자 규모(1560억원)를 넘어섰다. 올 상반기 2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는 했으나 지금과 같은 항공산업 불황이 계속되면 앞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것도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호가 이처럼 어려움에 처한 것은 경영진의 안이한 자세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지헌섭 팀장은 “금호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확실한 구조조정을 통해 외부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는데도 구조조정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등 정부 관계자들도 “금호그룹 경영진이 구조조정에서 안이한 자세를 보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는 상식은 금호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주간동아 2001.11.08 308호 (p22~23)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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