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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미술의 거리’로 변신

대규모 전시공간 속속 문 열어… 뉴욕 명소 ‘뮤지엄 마일’ 같은 문화공간 될까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광화문 ‘미술의 거리’로 변신

광화문 ‘미술의 거리’로 변신
서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가장 이상하게 여기는 점 하나가 도심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외국의 대도시 중심가에는 반드시 미술관과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와 대영박물관, 파리의 루브르와 오르세이 미술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현대미술관 등은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광화문이나 종로 즈음에 위치해 있다. 심지어 평양의 중앙력사박물관과 미술박물관도 평양 거리 중심부인 김일성광장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예에 비춰보면, 인구 천만이 넘는 거대도시 서울의 미술관 현황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멀찌감치 과천에 ‘유배’되었고, 인사동에 있는 화랑들은 대부분 미술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작은 화랑들이다.

그런데 최근 광화문 주위에 대규모 미술관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사적 124호인 덕수궁 석조전은 1998년 12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으로 미술관의 기능을 되찾았다. 석조전은 과천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세우기 전까지 국립미술관으로 쓰인 건물이다. 경희궁 공원의 가건물에 옹색하게 들어서 있던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새 집을 찾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02년 4월에 정동의 구대법원 자리로 이전해 재개관한다. 또 경희궁 공원의 서울고등학교 자리에는 서울시립박물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8월31일에는 세종문화회관의 전시공간이 본격적인 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지하와 2층의 사무실을 모두 수리해 3관 8실의 전시공간을 확보했다. 광화문 지하철역의 별관까지 합하면 모두 655평 규모다.

‘작품·예산부족’ 상설전시는 힘들어



이밖에도 광화문 거리에는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밀집해 있다. 일민미술관·조선일보미술관·성곡미술관 등이 모두 광화문 거리에 있거나 광화문 가까이에 있다. 또 시청 쪽에는 호암갤러리·로댕갤러리도 있다. 이 정도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쿠퍼 휴윗 미술관 등이 모여 있는 뉴욕의 뮤지엄 마일에 필적할 만하다.

그러나 광화문을 미술관의 거리라고 하기에는 아직 문제가 많다. 대부분의 미술관들은 상설전시를 하지 못한 채 기획전과 대관 위주로 운영된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임연숙 큐레이터는 “상설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소장 작품이 많아야 하고, 작품 구입을 위한 예산을 늘 확보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모두 모자란 상황이다”며 이른 시일 안에 상설전시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상설전시를 하는 미술관은 덕수궁미술관 정도다. 다만 광화문 지하철역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과 덕수궁 입장권만으로 들어갈 수 있는 덕수궁미술관 등은 도심 속의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 5번가에 위치한 뮤지엄 마일은 번잡하고 시끄러운 대도시 뉴욕의 섬과도 같은 장소다. 이 거리에는 고대 이집트의 미이라에서 중세 유럽의 성화, 모네의 수련, 폴록이나 워홀의 현대 회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과거의 유산과 거장의 숨결, 그리고 대도시의 마천루가 공존하는 것이 뮤지엄 마일의 특징이며 매력이다. 이 ‘분위기’만으로도 뮤지엄 마일은 뉴욕의 명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광화문은 뉴욕의 뮤지엄 마일에 비하면 예술품도 분위기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통과 현대, 자연과 문명이 혼재하는 거리인 광화문은 미술관의 거리가 될 만한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광화문은 이제 그 첫 발을 내디뎠다.



주간동아 2001.09.13 301호 (p76~76)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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