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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기획|프리터, 선택인가 방황인가

무조건 취직해서 경력 쌓아라

조직의 다양한 경험이 프리랜서 사업 밑천 … 확실한 주종목으로 경쟁력 키워야

  • < 임순철/ 한국프리랜서그룹 대표 > top@efreelancer.co.kr

무조건 취직해서 경력 쌓아라

무조건 취직해서 경력 쌓아라
우리 나라에는 약 1만1000개가 넘는 직업이 있다. 수로만 보면 직업선택의 폭은 꽤 넓은 셈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알고 있는 직업이나 갖고 싶은 직업을 말해보라면 몇 개가 나올지 궁금하다. 모르긴 해도 요즘 잘 나가는 직종 몇 개가 아닐까 싶다. 유명한 직업, 폼 나는 직업 찾기에 젊은 인생을 거는 분위기가 그것을 말해준다.

프리랜서도 그 대상의 하나다. ‘프리랜서’하면 우선 ‘자유’라는 단어부터 떠올린다. 그리고 많은 수입, 연예인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책상 위에 걸쳐 앉아 전화통 붙들고 일과 씨름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듯한 상황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천만의 말씀이다. 자유나 수입 등 그 동안 알고 있는 프리랜서에 대한 상식은 허상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지만 프리랜서 역시 잘 나가는 극히 일부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과도 같은 것이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은 그 특권을 자기도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쯤으로 착각한다. 특권을 갖기 위한 노력 같은 것은 관심 밖인 채. 제대로 된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생활, ‘빵빵’한 수입은 천만의 말씀

우선 아무나 프리랜서가 될 수 없다. 프리랜서는 개인 사업자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사업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분명 자신 있는 분야, 즉 주종목이 있다. 그 주종목은 수년 또는 수십 년의 경험과 경력을 통해 얻은 것이다. 하루아침에 하고 싶다고 시작한 프리랜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프리랜서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실력에 의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실력 없는 사람에게 일을 믿고 맡길 기업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종목이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이다.

그리고 경력이다. 경력이라는 것은 자신이 주종목으로 삼는 일을 얼마나 해보았느냐 하는 것이다. 혼자서 아르바이트처럼 한 일을 경력으로 인정 받겠거니 한다면 오산이다. 무엇보다 조직에서의 경력이 필요하다. 특히 프리랜서는 조직에서의 경력을 가장 우선하여 인정한다. 조직에서 일만 배워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팀워크를 배우고, 일하는 지혜와 방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무엇보다 프리랜서는 자신이 최종 결정자인지라 조직에서의 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를 쓰고 취직해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 이유다.



무조건 취직해서 경력 쌓아라
프리랜서 명함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모두 프리랜서가 아니다. 예를 들면 요즘 웹디자이너니, 웹마스터니 하는 직종이 인기를 끈다. 엄밀히 말하면 한때 인기가 있던 직종이다. 그 바람에 99년 이후 관련 학원들은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잘 나간다고 하니 전공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몰려든 덕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취직한 사람도 있고, 프리랜서로 나선 사람도 있다.

물론 프리랜서로 나선 사람은 자기 스스로 프리랜서를 표방한 ‘자칭 프리랜서’가 대부분이다. 실업자가 태반이고 일부 아르바이트처럼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 또한 진짜 프리랜서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에 만족해 한다. 홈페이지를 잘 만들어 주는 프리랜서는 우리 나라에서 손꼽을 만큼의 숫자다. 나머지는 모두 아르바이트로 ‘있으면 하고 없으면 말지’ 하는 식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실력과 사업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배운 실력이 경력의 전부고, 경력이 그렇다 보니 어디에 일을 달라고 명함을 내밀 수도 없다. 경력과 영업이 안 되는 것이다. 말했듯이 프리랜서는 사업가다. 그러니 당연히 일을 수주하는 능력도 갖춰 한다. 누가 일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물론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일을 받는 진짜 프리랜서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은 과연 자유가 있을까.

한국프리랜서그룹을 통해 통역과 번역일을 하는 프리랜서 중 월 6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수입을 올리는 이가 있다. 경력 8년차로 대학원에서 통역·번역을 전공했다. 그가 그만큼의 수입을 올린 것은 6년차 이후다(그렇다고 6년차가 다 똑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는 요즘 쉬는 날이 없다. 남들은 일 많이 해서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그는 다르다. 본인이 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불안감 때문에 쉬지 못하는 것이다. 수입액이 문제가 아니라 만약 이번 일을 거절하면 다시 그 고객이 본인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고객은 늘 같이 일해온 사람과 또 같이 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한번 거절하면 그 고객은 다른 프리랜서를 섭외한다. 꼼짝없이 거래처 한 곳을 잃는 것이다. 처음 일을 따내는 것은 어렵지만 일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프리랜서가 겪는 고민이다.

하지만 일감이 넘쳐 비명을 지르는 프리랜서가 우리 나라에서 몇 명이나 되겠는가. 프리랜서라면 ‘실무 경력 3년 이상을 기본으로 하여 자신의 경력으로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상 규모 연봉 수준의 최소 130%, 평균 150% 이상은 되는’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프리랜서를 지원하는 사람에게 그 이상의 자신과 경력, 영업력이 없다면 포기하라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도 하지 말라고 한다. 아르바이트와 프리랜서는 분명히 다르다. 제대로 된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그건 아르바이트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무조건 조직에서 일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취직해서 실력을 쌓아야만 한다. 일자리가 없다고? 이제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채도 하지 않는다.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면 실력 있는 사람에게는 취직하기 더 좋은 기회임을 뜻한다. 취직하는 것도 이제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실력 없으면 취직도 못한다. 경력을 어디서 쌓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그 분야의 선배가 어디서 일했는지를 먼저 알아보라고 대답한다. 실력은 한 가지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래서 취직할 능력이 없으면 프리랜서는 더 더욱 꿈꿀 일이 아니다. 무턱대고 프리랜서 명함 들고 다니면서 진짜 능력 있는 프리랜서들을 능멸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는 어떤 전문가이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떻게 발을 내디딜 것인지, 그리고 그 프리랜서라는 직업형태를 가지고 언제까지 먹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해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그냥 지금 그대로 살기를 바란다. 이것은 프리랜서와 11년을 함께 일해온 경험에서 하는 말이다.



주간동아 2001.09.13 301호 (p72~73)

< 임순철/ 한국프리랜서그룹 대표 > top@efreelanc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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