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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넘치는 쌀 신음하는 農家

“고품질 쌀 생산만이 남는 장사 비결”

선진경영 소문난 상주·우강농협… 미질 으뜸·적극 홍보·생산량 일정 유지 ‘3박자 결실’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고품질 쌀 생산만이 남는 장사 비결”

  •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RPC(미곡종합처리장)의 작년 사업 결손은 평균 6100만 원,올 예상 결손 규모는 1억6100만 원 수준이다. 이대로 가다간 RPC의 부도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일찍부터 고품질 쌀을 생산, 제값을 받고 팔아 흑자를 내는 농협 RPC가 돋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협중앙회가 추천한 충남 당진 우강농협과 경북 상주 상주농협을 찾아 ‘모범 농협’의 비결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고품질 쌀 생산만이 남는 장사 비결”
◇ 경북 상주농협 - 지난해 229억 원 매출에 4억 원 흑자

육지의 중심에 위치한 경북 상주시는 예로부터 ‘3백’(白)의 고장으로 유명한 전형적 농업도시. 아직도 시 전체 인구 13만 명 가운데 농업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할 정도. 3백이란 쌀·누에·곶감을 말한다. 현재 누에 재배는 많이 줄었지만, 곶감은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정도의 규모다. 금액으로는 연간 400억 원 정도. 상주쌀 브랜드로는 삼백쌀·일품쌀·우렁이쌀 등이 있다.

상주시 상주농협은 조합원이 6000여 명이나 되는 대형 농협. 상주시에 따르면 상주농협 RPC의 작년 쌀 수매량은 1만917t(154억 원 규모). 같은 상주시 함창농협이 7386t, 102억 원어치 수매한 것을 감안하면 상주농협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상주농협은 다른 곳의 3배 가까운 RPC를 운영하였는데도 올해 쌀 재고를 남기지 않고 모두 팔았다고 오한섭 조합장(58)은 자랑한다.

“고품질 쌀 생산만이 남는 장사 비결”
작년의 경우 229억 원어치를 팔아 대형 농협 RPC로서는 드물게 4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오조합장은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흑자를 낸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조합장이 자부심을 갖는 게 한 가지 더 있다. 작년 수매 때 인근 군 농협보다 한 가마(40kg)당 2000원 정도 비싸게 값을 쳐준 게 그것이다. 그런데도 흑자를 낼 수 있던 이유는 비싸게 사서 그만큼 비싸게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품질 향상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소비자들이 인정해 준 결과인 셈이다.



“상주는 우리 국토의 중간에 있어 재해가 없는데다 일조량도 많고 통풍이 좋아 일품벼가 자라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는 게 농업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입니다. 현재 일품벼의 식부 면적은 전체 벼 재배 면적의 44.2%입니다”(상주시청 장영욱 양정계장).

새 브랜드 우렁이쌀·씻어나온 쌀로 돌풍 예고

상주농협이 올 수확기에 내놓을 야심작은 우렁이쌀. 중동면 죽암리 앞 들 70ha에 적용한 우렁쉥이 농법으로 생산한 쌀은 완전 무공해쌀이다. 그동안 소규모로 재배해 온 것을 올해부터 70ha 수준으로 넓혔다. 국민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수확기가 아직 남았는데도 우렁이쌀은 50% 정도 예약을 받아놓은 상태.

우렁쉥이 농법은 말 그대로 우렁쉥이를 이용해 벼를 기르는 방법. 모내기하고 15일쯤 지난 후 평당 5~6마리씩 논에 우렁쉥이를 풀어놓으면 농약을 따로 쓰지 않고도 밥맛이 좋은 쌀을 수확할 수 있다. 우렁쉥이가 잡초를 뜯어먹어 제초제를 할 필요가 없는데다 우렁쉥이의 분비물이 그대로 비료가 되기 때문에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단점은 수확량이 재래 농법보다 10~20% 줄어든다는 점. 그러나 다른 쌀보다 그만큼 비싸게 팔 수 있어 농가소득은 늘어난다. 상주시 농업기술센터 문인수 소장은 “소비자들도 우렁쉥이 농법을 직접 보고 난 후 농약에 견디지 못하는 우렁쉥이가 살아 있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상주쌀을 사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주농협이 환경농법을 처음 시작한 것은 94년. 당시는 오리 농법이었는데, 논에 우렁쉥이 대신 오리를 풀어놓는다는 점에서 우렁쉥이 농법과 다르다. 그러나 오리의 경우 수확기가 되어 다 자란 오리 수천 마리를 한꺼번에 처분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오리가 벼까지 먹는 점 등이 문제로 대두되었다. 우렁쉥이 농법은 이런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셈이다.

그러나 요즘 오조합장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최근 올 연말 기준으로 가결산해 본 결과 매출액이 220억 원으로 작년보다 9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이에 따라 흑자 폭도 줄어들어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상황은 예상조차 하기 싫다고 오조합장은 말한다. ‘쌀 대란’의 그늘은 선진 농협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고품질 쌀 생산만이 남는 장사 비결”
◇ 충남 우강농협 - 농협중앙회서 ‘RPC 경영대상 우수상‘ 수상

충남 당진군 우강농협도 선진 농협 중 하나. 자체 RPC를 운영중인 충남도 내 36개 농협 가운데 쌀 판매량이 톱클래스에 속한다. 지난해 판매실적은 180억 원. 같은 해 3월엔 4억 원 흑자를 낸 1999년도 사업실적(200억 원 달성)을 인정 받아 농협중앙회에서 ‘RPC 경영대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98년에도 흑자를 거뒀다.

3000만 평에 이르는 당진군 ‘소들평야’ 가운데 우강면 일대 795만 평에서 지난해 생산한 벼는 2만여 t. 이 중 우강농협 RPC가 1600여 조합원(농민)에게서 사들인 일반수매분은 8000여 t. 농협 일반수매가가 정부수매가보다 낮은 게 통례지만, 우강농협은 지난해 일반수매가를 정부수매가와 같은 금액으로 쳤다. 그만큼 양곡판매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지난 8월31일에도 우강농협 RPC에선 요란한 굉음 속에 벼를 저장실로 보내기 전 단계인 호퍼 스케일 작업(hopper scaleㆍ벼 계량 및 수분측정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선 일반수매한 벼와 특별히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한 ‘일미벼’ ‘일품벼’ 등을 도정한 뒤 20kg들이 포대에 담아 당진군 브랜드인 ‘우강 청결미’와 충남도 브랜드인 ‘청풍명월’을 생산해 낸다. 이 중 ‘청풍명월’은 미질(米質)의 우수성을 인정 받아 충청권에선 경기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우강농협 강문규 미곡종합처리장장(51)은 “최근 양곡상들의 발걸음이 뜸했지만, 요즘도 하루 70t 가량의 쌀을 생산한다”고 귀띔했다.

우강농협측은 올해 일반수매분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8000t 가량으로 잡았다. 전량 팔리는 계약수매분 역시 전년도 수준인 4000여 t에 맞출 계획. 지난해 수확분 벼 재고량이 아직 700t 가량 남았지만, 당진 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아 지속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위해선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 상황은 비관적… ‘쌀 대란’ 피하기 힘들 듯

“고품질 쌀 생산만이 남는 장사 비결”
우강농협 지충원 조합장(56)은 “흑자 낸다고 모두 선진 농협이라 말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올해 농협 일반수매분을 지난해보다 줄여 RPC가 흑자를 낸다 하더라도 농민 입장에선 수매되지 않은 쌀의 판로 확보가 더 힘들어 그만큼 농민 부담이 커진다는 것. 때문에 “농협의 자금 여력이 있는 한 일반수매분을 최소한 전년도 수준에 맞추되 RPC 차원에서 수매한 쌀(벼)의 판로를 적극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우강농협측 입장이다. 이는 ‘올해는 일단 일반수매분부터 줄이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대부분의 농협 RPC와는 다른 양상이란 점에서 돋보이는 부분이다.

우강농협이 ‘농민을 우선하는 농협’이란 주위 평가에 걸맞게 차별화한 품질을 앞세워 판로 개척에 적극 눈을 돌린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우강농협은 지난 5월 국내 단위농협으로선 유일하게 쌀 관련 벤처기업인 ㈜라이스텍(대표 이상효)과 ‘씻어나온 쌀’ 임가공 계약을 발 빠르게 체결했다.

‘씻어나온 쌀’은 쌀을 씻지 않고도 물만 부어 밥을 지을 수 있도록 알칼리 이온수로 세척하고, 산패의 원인이 되는 쌀 표면의 호분층(현미 성분의 일부)을 깎아 밥맛을 살린 신개념의 쌀.

“고품질 쌀 생산만이 남는 장사 비결”
우강농협의 ‘씻어나온 쌀’ 브랜드는 ‘허니미’(Honey-米). 당초 8월중 시판하려고 했지만 홍보 극대화를 위해 오는 9월20일 이후 금년도 햅쌀을 가공한 3kg 및 5kg들이로 선보일 예정. 신혼부부와 맞벌이부부를 주타깃으로 삼았다. 내년부터는 우강농협 내 자체 가공설비를 갖춰 전량 생산할 계획이다. 라이스텍 이윤 기획조정본부장(43)은 “전국에서 30여 개 농협 RPC와 민간 RPC가 계약협상을 제의해 왔지만, 당진쌀이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데다 우강농협측이 고품질 쌀 생산에 적극적이어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우강농협에도 근심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지난해 9500만 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도내 농협의 평균 적자 인 2억5000만 원에 비하면 훨씬 적은 것. 하지만 우강농협측은 쌀 재고량이 넘치는 올해엔 적자 폭이 더 커져 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모범농협 ‘우강’도 어쩔 수 없이 ‘실패한 농정’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주간동아 2001.09.13 301호 (p30~32)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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