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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DJP 파국

남남 DJP … 정국 새판짜기 ‘회오리’

林통일 해임건의안 통과 ‘2與 공조 붕괴’… 변태적 이합집산에 정치 불신 가중

  •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남남 DJP … 정국 새판짜기 ‘회오리’

남남 DJP … 정국 새판짜기 ‘회오리’
9월3일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찬성 148, 반대 119로 가결됐다. 이로써 임장관은 해임안 통과로 자리를 물러난 헌정사상 네 번째 장관이 되었다. 지난 1971년 10월2일 당시 오치성 내무부 장관이 국회 해임건의안 가결로 물러난 지 30년 만의 일이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JP)는 30년 전 백남억 당의장 등 공화당 ‘4인 체제’가 야당 편을 든 항명파동으로 자신의 계보이던 오치성 내무부 장관을 쫓아낸 ‘앙갚음’을 30년이 지난 뒤 엉뚱한 사람에게 풀었다. 이번에는 공동정권의 한 축인 JP 스스로 야당 편을 드는 ‘반란’의 주도자가 되었다. 30년 전 해임건의안 통과를 주도한 4인은 당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등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그 같은 ‘철권통치’는 이제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고, 임기가 일년 반밖에 남지 않은 김대중 대통령은 그와 비슷한 물리력마저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듯하다.

지난 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맺은 DJP 공조는 이제 결별의 마지막 수순만 남긴 것처럼 보인다. 다 지나간 얘기지만 김대통령이나 JP는 이번 사태 초반만 해도 사안이 이처럼 커질 것으로 예상치 않은 듯하다. DJP 공조가 정말로 깨질 경우 양쪽 모두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열차가 끝까지 마주 보고 달리는’ 따위의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여권 핵심이 마지막까지 JP와의 대화로 매듭을 풀려고 한 것이나, JP가 “표결은 표결이고 공조는 공조다. 공조는 우리가 먼저 깨지 않는다”라고 ‘모순 어법’을 구사한 것 등은 양쪽 모두 ‘최후의 반전’을 기대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자진 사퇴’와 ‘경질 불가’라는 대척점의 공식 입장을 서로 먼저 철회하기 바란 2여의 자존심 싸움은 결국 ‘치킨 게임’ 비슷한 것이 되어 버렸다. 어느 누구도 달리는 차에서 내리지 않음으로써, 대의명분은 살았을지 모르지만 양패구상(兩覇俱傷)의 참혹한 상처만 남은 것.

결과적으로 임동원 장관은 ‘고래 싸움의 희생양’이 되었다. JP가 임장관을 지칭하며 “그런 장관은 필요없다”고까지 말했지만, 기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임장관이 물러나느냐, 물러나지 않느냐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DJP 사이에서 잘 풀리지 않은 다른 무엇인가가 엉뚱하게 임장관 문제로 변질해 폭발한 것일 수도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자세히 뜯어보면 여전히 풀리지 않는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다는 데 공감한다. 임장관 경질 문제가 “오늘중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자진사퇴할 퇴로까지 차단하고 배수진을 칠 만큼 JP에게 중대한 사안이었느냐는 점이다. 또한 이번 사태에 관한 한 JP의 어조나 태도가 평소의 그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이른바 ‘오버’가 왜 그렇게 많았느냐는 사실이다.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기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은 JP와 자민련에게 화급한 일일 수 있다. JP 존립의 근거라 할 수 있는 충청권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에게 잠식당해 3등분으로 분할되는 현실을 방치했다간, 지방선거의 참패가 불 보듯 뻔하고 이는 곧 자신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충청권에서 소속의원들의 탈당설이 나오는 등 ‘맹주로서의 지위 상실’ 얘기가 나오는 것도 JP의 초조감을 부추겼을 수 있다(상자 기사 참조).

남남 DJP … 정국 새판짜기 ‘회오리’
그러나 그렇다 해도 DJP 와해로 인한 손해는 더욱 크다. 민주당에서 이적한 의원 4명이 빠져 나가면 다시 원내 비교섭단체로 전락하고 국가보조금이나 정치자금도 대폭 줄어든다. 소수정당으로서 ‘분에 넘치게’ 차지한 장관직이나 공기업 이사장직도 내놓아야 하고, 당 사무처 구조조정을 다시 해야 하는 등 ‘호사스러운 시절’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연합공천할 수 없는 지방선거만 해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협공에 밀려 고전할 것이 예상된다. 자민련에 대한 지지도는 두자릿수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없다. 이에 따라 한때 호기있게 외친 ‘JP 대망론’은 초라하게 접을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왜?

이에 대해 여권 일각에선 역설적으로 ‘JP 대망론’을 연결시켜 보는 시각이 있다. 자민련 핵심인사들이 공공연하게 ‘JP 대망론’을 언급한 것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합당 논의를 진행하였기 때문이며, 합당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JP 요구에 대해 김대통령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는 가설이다. 민주당 인사들이 추정하는 JP의 전제조건은 △총재직 등 확실한 당권 보장 △차기 대통령 후보에 동의권 보장 혹은 JP 자신을 차기 후보로 인정 △차기 후보가 내각제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개헌을 마친 뒤 물러나는 것 등 3가지. 그러나 이제까지 선거를 치를 때마다 외부 세력이나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신장개업’은 했을지언정 이념적 색깔이 다른 세력과 ‘합방’하지 않은 김대통령이 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JP가 김대통령에 대한 압박 전략으로 ‘임동원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얘기다.

이는 정말 가설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민련에서 이번 사태 직전 갑자기 ‘JP 대망론’을 치고 나온 점을 되새겨보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보기도 힘들다. 대표적 합당론자인 민국당 김윤환 대표가 이번 사태와 별 관련이 없는데도 임동원 장관 사퇴를 주장하면서 ‘숟가락 하나’를 더 보탠 것도 이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어찌 되었든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은 지난 9월1일 민주당 고문단 및 최고위원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김대통령이 “당당하게 해임안 표결에 임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발표했다. 여권의 한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김대통령은 “화가 많이 났다” “구걸하지 않겠다”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어떻게 (임장관을 경질시키는) 날짜까지 못박을 수 있나”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JP 역시 2일의 자민련 의원총회에서 “이제 우리 뜻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결과가 가(可)든 부(否)든 제 갈 길로 가는 것이다. 그 후로는 공조를 복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제 DJP 공조는 역사의 뒤편으로 영원히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아니면 냉각기를 거친 후 대선 공조로 이어질 여지는 그래도 남아 있는가. 현재로선 ‘공조 복원’을 장담하기가 매우 힘들다. 청와대 핵심인사들은 “해임안 가결은 공조 파기가 명백하며, 소수파 정권으로서 이후 국민 상대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임안 가결 이후의 정국이 ‘여소야대’로의 복귀로 인해 어차피 정치권 ‘새판짜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DJP 당사자들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제어력이 미치지 못하는 방향으로 정국이 흘러갈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러나 내년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의 절박한 기로에 서면 DJP 공조가 재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대통령은 단순한 정권 연장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최대 숙원사업인 햇볕정책의 기조가 그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재집권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동교동의 한 중진의원은 “김대통령에게 햇볕정책은 신앙, 그 이상이다”고 말한다. JP 또한 정치적 생존을 위해 ‘새까만 후배’ 이회창 총재에게 고개 숙이기 싫으면 김대통령의 손을 잡기 싫어도 다시 잡아야 할지 모른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JP는 어쩌면 스스로 ‘3김 시대’를 종식하는 악수를 두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번 사태는 결국 ‘정권의 양지’만 노리는 줄타기 행태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에 내년 대선에 임박해 ‘또 한번의 기회’가 발현될 여지를 없앴다는 것. 일각에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도 나온다. 결국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이념과 상관없이 ‘변태적 이합집산’을 거듭한 3김식의 구태정치가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란 말로 미화해 정당성을 인정 받기는 더욱 힘들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주간동아 2001.09.13 301호 (p10~12)

< 조용준 기자 >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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