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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권력 형성의 양심과 합리성

  • < 김현희 / 한신대 교수·사회학 >

권력 형성의 양심과 합리성

권력 형성의 양심과 합리성
요사이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지가지의 해프닝과 사건의 면면을 살펴보면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권력이란 타(他)에 대한 통제·권위·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뜻하며 그것은 신체적·정신적· 도덕적 힘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 권력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것들-돈, 정치, 명예, 명성, 미모, 인정(recognition), 정보력, 그리고 완력 등-을 토대로 형성될 수 있다. 영향력을 넓히고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인해 권력은 태어나고 행사되는 것이다.

니체가 ‘권력에의 의지’에서 말하였듯이, 인간의 행동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려는 의도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권력은 우리 주변 곳곳에 있으면서 인간을 움직이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권력은 우리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밀착해 있으며 작동하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면 우리 주변에서 권력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둘러보자.

얼마 전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거짓 다이어트가 화제가 되었다. 지방흡입술의 도움으로 살빼기 한 것을 숨기고 오로지 자신의 식이요법과 피나는 운동의 결과인 것처럼 포장해 자신의 유명세를 발판으로 다이어트를 위한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이씨와 함께 동업자로서 다이어트 사업을 추진하던 성형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사업관련 지분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의사로서 지켜야 할 환자의 병원기록에 대한 비밀보장의 의무를 저버리고 그 내용을 폭로했다. 이씨는 거짓을 무릅쓰면서 비디오 테이프 판매를 통한 부의 축적, 즉 또 하나의 권력형성을 시도한 것이다. 반면에 성형수술 담당 의사는 자신의 지분할당, 그가 나누어 가져야 할 권력의 몫을 충분히 이룰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의사권력의 중요한 기반인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몫이라고 믿어지는 권력을 되찾으려 했거나 그 권력의 좌절을 보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수십 년간 지치도록 지켜보며 마음을 썩이던 또 다른 예를 보자. 많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명분을 따라 입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곧 자신에 즉각적인 권력을 쥐어줄 수 있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을 찾아 모인다. 또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한창 벌이는 ‘언론개혁 공방’도 그렇다. 두 당이 치열한 설전을 벌이며 ‘언론 길들이기’니 ‘언론개혁’이니 다투며 아전인수격의 논평을 내놓는 것도 각 당의 정권창출과 재창출을 둘러싼 권력투쟁에 다름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 ‘적절한’ 행사 가장 큰 관건



치열한 권력다툼의 장이긴 대학도 마찬가지다. 특성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 대학들은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른바 잘 나간다는 서울의 몇몇 큰 대학들은 고풍스러운 지성의 분위기는 어디 가고, 갈수록 학교 전체를 잘 나가는 대기업들의 기부로 세운 건물로 빼곡이 채우면서 한정된 교육시장을 둘러싼 끊임없는 확장과 팽창의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들은 자식을 일류대학에 넣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사교육비로 투자하기도 한다.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자식에게 보다 효과적이며 강력한 권력을 갖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입시경쟁 역시 권력투쟁임은 물론이다. 대학 내 조직은 어떠한가? 학내는 재단과 교수단체가 학내 권력쟁취를 위해 맞붙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때로는 교수들끼리도 조각조각 갈라져 쟁탈전을 벌인다.

위에서 열거한 거짓, 권모술수, 목적달성 지상주의, 무조건적 확대·팽창주의, 약육강식 등과 같은 탐욕에 기반한 권력추구 행위가 우리 사회에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 권력은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 권력은 칼과 같아 잘 쓰면 인명을 구하고 생명의 양식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으며, 잘못 쓰면 사람을 죽이고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데 쓰이는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권력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닐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정당한 기반을 두고 형성되어 ‘적절하게’ 행사될 때 개인과 인간 사회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이다. 그 적절성 여부의 기준은 그 시대의 양심과 성찰적 합리성에서 나오는 것일 게다.



주간동아 2001.07.19 293호 (p96~96)

< 김현희 / 한신대 교수·사회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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