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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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뜬 ‘강남 춤꾼’

  • <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 beetlez@donga.com >

    입력2005-02-24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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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가요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가수는 경쾌한 펑키 힙합곡 ‘새’로 데뷔한 ‘싸이’(본명 박재상)다. 그는 두루뭉실한 몸매를 이리저리 흔들며 막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옷을 집어던지고 무대 밖으로 뛰쳐나가 관객을 선동하는 퍼포먼스를 구사한다. 격렬한 안무 덕분에 랩 박자를 놓쳐도 그는 라이브를 고집한다. 싸이는 지난해 11월 데뷔앨범 ‘Psy From The Psycho World’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생짜 신인인 그가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 TV에서 보이는 거짓과 가식을 거부하는 솔직함 탓이다.

    싸이는 자유분방함을 즐긴다. ‘젊은 남녀가 만나고 즐기는 것은 죄악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며칠 전 여의도의 한 방송국 대기실에서 만난 그와의 대화 한 토막.

    “요즘 잘 지내요?” “쇼-오락 프로그램, 시트콤 등에 출연하느라 무지 바빠요.”

    “그래도 거긴 자주 가죠?” “그럼요. 거길 빠질 수야 있나요.”(웃음)

    여기서 말하는 ‘거기’는 서울 강남의 ‘잘나가는’ 나이트 클럽이다. 그는 동료 연예인들, 친구들과 나이트 클럽에서 술도 마시고 춤도 추면서 젊음을 즐긴다고 했다.



    그의 사적인 경험들은 싸이의 데뷔 앨범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잘난 여자를 떠나보내는 내용의 ‘새’는 “쇼하는 거야. 뭐야. 당신 나랑 지금 장난하는 거야. 당신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거야. 10원짜리야” 라는 노랫말을 통해 요것조것 따지는 얌체 여성을 공격한다. 뿐만 아니라 ‘레이디’라는 노래에서는 나이트 클럽의 풍경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고 ‘I Love Sex’에서는 왜곡된 성의 실체를 끄집어낸다.

    자유롭게만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대화를 나눠보면 자신의 주관이 확고한 싸이는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무대에서 다양한 동작을 구사하는 것뿐이다. 2집에서는 남성들의 가식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미국 버클리 음대를 다녔던 그는 “더 이상 배울 게 없어” 휴학했다. 그러면서 ‘괜찮은’ 에로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 재미난 사고를 가진 가수다. 가수들이 TV에 나와 립싱크를 밥먹듯 하는 요즘, 설사 노래가 좀 틀리더라도 라이브를 고집하고 쭉 빠진 몸매가 아님에도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그에게서 ‘진지한 딴따라’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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