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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집단 ‘수다’가 떴수다

젊은 남성 문화인들로 구성 … 인터넷 영화 최강자 부상, 연극·음반 분야로 본격 사업 확장

문화창작집단 ‘수다’가 떴수다

문화창작집단 ‘수다’가 떴수다
수다 떠는 남자들? ‘침묵은 금’이라고 생각하는 점잖은 한국남자들이 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남자 망신 다 시킨다’고 눈살을 찌푸릴까. 아니, 어쩌면 슬쩍 귀를 갖다대고 엿듣다 자신도 모르게 맞장구를 치면서 덩달아 함께 수다를 떨게 될지도 모른다. 이들의 수다에는 이상한 ‘힘’이 있으니까….

‘문화창작집단 수다’. 최근 대중문화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이곳에는 30대 초반의 젊은 문화창작자들이 모여 있다. 영화감독이자 연극연출가로 잘 알려진 장진 감독(30)과 광고기획자 김지훈(33), 영화 프로듀서 김성제(31), 조감독 김승모(31), 음악프로듀서 한재권씨(33) 등이 수다의 주요 멤버들. 재작년, 장진 감독이 평소 알고 지내던 이들을 모아 모임을 제의한 것이 시작이 돼 대학로에 작은 사무실을 냈고 그 후 영화, 공연기획, 음반, 매니지먼트 등으로 팀을 나누어 꾸려오던 ‘수다’는 지난해 4월 법인등록을 거쳐 명실공히 ‘주식회사 수다’로 탈바꿈했다.



평소엔 제각각 … 일 생기면 모여!

문화창작집단 ‘수다’가 떴수다
“애초엔 ‘동아리’나 ‘살롱’ 같은 개념이었어요. 비슷한 계통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고, 서로 도울 일이 있으면 돕자는 취지였죠. 회사설립은 우연히 된 거예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떠밀려’ 수다㈜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는 김지훈씨는 수다가 미디어포엠의 의뢰를 받아 인터넷 디지털 영화를 기획-제작했고, 이 과정에서 세금계산서가 필요해 ‘하는 수 없이’ 법인으로 등록했다고 말한다. 수다가 일반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도 시네포엠(www.cine4m.com)에서 상영중인 이 영화들(‘커밍 아웃’ ‘극단적 하루’ ‘다찌마와 리’) 때문이다. 다른 인터넷 영화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조회건수와 인기를 누리면서 수다는 단박에 인터넷 영화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동아리’가 ‘회사’가 되면서, 각자 ‘대표이사’ ‘크리에이티브 총감독’ ‘책임 프로듀서’ 등의 직함이 생기고 사람도 늘었지만, ‘수다’의 성격과 운영형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회사라곤 하지만, 출퇴근하는 사람도 없고 월급을 받지도 않는다. 이들은 모두 전방위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들로,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다 팀의 누군가가 일을 벌이면 우르르 모여서 도와주는 ‘멀티 프로젝트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신나게 일하고, 성과는 공정하게 배분한다’는 것이 수다의 경영철학이다.

“말하자면 수다는 우리에게 작업실이고 놀이터인 셈이에요.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하고 자유로운 실험들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공간이지요. 어떤 관행에도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해나갈 생각입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우수한 창작물을 만들어 문화소비자들에게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겠지요.”(한재권)

그렇다고 자신들을 ‘문화계의 이단아’나 ‘사회 부적응자’들로 보진 말아달라고 강조하는 ‘수다’ 사람들. 어쨌든 그들은 무엇이든 강요받는 건 ‘질색’하는, 그리고 일단 신바람이 나면 누구 눈치 안 보고 작품으로써 할 말을 다하는 신세대 예술인임에 분명하다.

“왜 ‘수다’냐구요? 어떤 생각이나 이론을 혼자서 떠들면 궤변이 되지만 옆에서 누군가 같이 떠들어주면 점점 발전되고, 파급력을 가지게 되잖아요. 창작을 한다는 건,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그려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거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모든 창작작업을 ‘이야기하기’라는 말로 표현하는 장진 감독. 대학로와 충무로를 마음대로 누비며 ‘장진 마니아’라고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을 이끌고 있는 그에게는 ‘한우물 파기’의 미덕이 통하지 않는다. 이 장르에서 저 장르로, 창작자에서 엔터테이너로, 많은 영역을 오가며 장르간-매체간 경계를 부수고 혼합과 해체를 시도하는 그의 작업노선이 ‘수다’의 정신과 활동방향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장진이 서울예대 출신인 관계로, ‘수다’ 멤버 중에는 서울예대 동문 선후배들이 눈에 많이 띈다. 매니지먼트 사업팀을 이끌고 있는 김영일 실장(31)을 비롯해 신하균, 임원희 등의 소속 배우가 모두 서울예대 시절부터 장진과 인연을 맺은 수다의 식구들. 매니지먼트 실장 김영일씨는 “연기자나 창작자들에게 가장 기분 나쁜 건 ‘양아치’라는 인식이다. 수다매니지먼트는 배우뿐 아니라 작가와 연출가 매니지먼트로 영역을 넓혀 창작자들에게 양질의 문화환경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왕 판을 벌였고, 이제 회사의 모양새도 갖췄으니 본격적으로 일을 벌여볼 생각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대중에게 신뢰받는 이름이 되었듯 우리 역시 ‘수다가 만들면 재밌다’ ‘수다라면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그저 말이 많아서 ‘수다’가 아니라 빼어날 ‘수(秀)’에 많을 ‘다(多)’가 되어야죠.”(김지훈)

‘수다’가 기성 문화판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그룹이라면, 독립문화 진영에도 프로젝트별로 모여 축제를 기획하고 문화운동을 주도하는 ‘문화게릴라’가 존재한다. 80년대 학생운동 세력이었던 이들은 문화운동으로 눈을 돌려 독립예술제, 청년문화제 등의 행사를 기획하면서 대중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스스로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화평론가 안이영노씨는 “독립문화 진영에서도 장르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보다 풍요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면서 “젊은 문화창작자들은 남이 짜놓은 판에 투입되어 일하기보다는 스스로 판을 짜서 자유롭게 발언하길 원하고 따라서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불황이 극심한 연극계에서 ‘허탕’ ‘아름다운 사인’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의 작품을 성공시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수다’는 곧 막을 올리는 연극 ‘진술’과 장진 감독의 신작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수다필름, 수다커뮤니케이션, 수다매니지먼트, 수다음반, 인터넷 수다 등으로 회사를 독립해 본격적인 사업을 벌여나간다는 청사진을 세워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놀 듯이 일을 했지만, 올해는 ‘돈 버는 해’로 정해 수익성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동시대의 공기를 함께 호흡하는 ‘젊음’과 눈치보지 않는 ‘용기’로 완전 무장한 그들, 문화판의 엄숙주의를 거부하며 티셔츠 차림으로 건네는 이들의 유쾌한 수다떨기가 우리 대중문화의 지형을 바꿔놓을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주간동아 2001.04.12 279호 (p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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