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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잘못된 구조조정이 나라 망친다

잘못된 구조조정이 나라 망친다

잘못된 구조조정이 나라 망친다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우등졸업했다고 떠든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한국 경제에 다시금 위기의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년간 구조조정을 한다고 법석댔지만 거시지표상의 숫자 맞추기에 바빠 정작 중요한 체질개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은 포드에 농락당했다고 화를 냈다. 그러나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회사를 돈 주고 사갈 외국기업이 과연 있을까. 우리 30대 대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작년 말 200%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정부의 공표를 믿기에는 자산은 부풀려 있고 부채는 감추어져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지표와 실물 사이에 커다란 틈새가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구조조정에 관해 이해보다 오해가 많은 것 같다. 흔히 구조조정을 개혁과 등치시키는 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원래 구조조정이란 부와 소득의 재분배를 강조한 좌파 집단의 국가주의적 언어였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구조조정은 그와 정반대로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우파 집단의 시장주의적 의미를 갖는다. 옛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가개입 강화도 개혁이고, 옛 사회주의 국가에서 시장체제 전환도 개혁이듯 개혁 또한 매우 혼란스러운 용어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신자유주의 기치 아래 이루어지는 시장친화적인 것으로 그 전보다 더 ‘오른쪽으로’ 가는 보수적 개혁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개혁의 본래적 의미는 소수가 가진 기득권을 다수에게 나누어주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우향우(右向右) 개혁을 하면 그 과실은 다수보다 소수에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렇듯이 개혁 아닌 개혁을 하면서 ‘개혁 피로’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균열과 집단갈등에 따른 정치불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렇듯이 보수적 개혁조차 잘 안 되는 이유는 원칙과 기율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과 기업 부실만 해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고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다. 110조원이라는 막대한 공적 자금이 공돈(?)이 됨직하다.

지금까지 개발도상국들 중에서 IMF 요구대로 구조조정해서 성공한 나라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응급환자로 ‘IMF병원’에 입원해서 제 발로 걸어나간 국가가 없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채권국인 선진국의 이해에 맞춰 개도국을 지구적 표준에 일방적으로 ‘적응’시키는 나머지 국민경제의 구심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로 그 꼴이다.



이 와중에서 정부는 민간이 진 부채를 떠안아야 되고 그 결과가 다름아닌 국가채무의 누적으로 나타난다. 역설적이게도, 구조조정은 국가를 이용하면서 그 기능을 부식하는 경향이 있다. 구조조정은 약 주고 병 주는 격이다.

“3년 동안 숫자 맞추기 급급… 체질개선 실패”

만일 우리가 제2의 경제 위기를 맞는다면 극복하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지난 IMF 위기가 유동성(liquidity) 부족에 따른 외환위기라면 이번 위기는 지불능력(solvency)의 한계로 인한 재정위기로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무역흑자와 외자유입으로 달러가 넘치는데 이 무슨 궤변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수입 감축에 따른 무역흑자가 교역조건의 악화 아래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얼마나 남는 장사를 했는지 알 수 없다. 국내 증권시장의 거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자본이 대부분 투기자본이라는 사실에서 투자 자유화에 따른 외자유입의 어두운 면을 또한 볼 수 있다.

우리의 구조조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1차니 2차니 하는 말장난은 이제 그만두고, 장기적으로 자기충족적인 산업정책과 금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부품에 의존하여 수출이 이루어지는 산업구조와, 유럽과 미국의 자본에 매여 있는 금융구조를 본질적으로 바꾸지 않고는 우리의 갈 길은 막막하다.



주간동아 2000.11.02 257호 (p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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