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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디지털 시대…여성이 뜬다

인터넷에 몰아닥친 20대 우먼 파워

여성 CEO들 당당한 자리매김…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벤처업계 ‘두각’

인터넷에 몰아닥친 20대 우먼 파워

인터넷에 몰아닥친 20대 우먼 파워
여자가 전화를 받으면 당연히 비서라고 생각하고 남자 책임자를 바꾸라고 하던 한국 비즈니스계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남녀차별이 없고 능력평가가 객관적인 정보통신 벤처기업은 여성들에게 있어 기회 폭발의 ‘열린 세상’이다.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신나게 사는 젊은 여성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남들은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나이에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자신의 사업을 일구어낸 20대 여성 CEO들을 만났다.

무료 e카드 서비스업체 ㈜인터카드넷의 김경진 사장(23)은 아직 학생(이화여대 정보통신학과 4년)이다. 그러나 구멍가게 수준의 작은 벤처를 채 2년도 안 돼 탄탄한 기업으로 일군 저력만큼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인터카드넷의 회원 수는 45만명. 하루 카드 발송량만 3만 통에 이른다. 젊은층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의 카드 1500여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직접 카드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도 e카드가 e메일 상에 곧바로 뜨는 강점이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경쟁력 있는 업체로 뿌리를 내렸다. 배너광고 수주액은 월 1000만원 가량.

창업은 지난해 1월 이뤄졌다. 당시 미국 유학 중이던 동창이 미국에서 e카드 사이트가 인기라고 말하는 걸 듣고 친구와 둘이서 서둘러 ‘카드코리아’(www.cardkorea.com) 사이트를 열었다. 창업자금은 단돈 20만원.

모교 동아리방에서 컴퓨터 1대로 사업을 시작한 지 만 20개월. 김사장은 지금 서울 테헤란밸리의 메디슨 벤처타운 별관(서울벤처인큐베이터)에 새 둥지를 틀고 ‘남자 넷 여자 넷’의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휴먼 네트워크’를 쌓기 쉬운 점도 있어요. 문제는 남성이 대부분인 거래처 관계자들과 공유할 공통의 화제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거죠.” 조직을 꾸려갈 경험과 연륜의 부족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고 겸손을 보이는 것과 달리 김사장은 지난 9월1일 중국 북경 ‘최아성전뇌유한공사’와 합작 조인식을 갖고 중국어판 ‘카드차이나’(cardchina.com)를 설립했다.

벤처업계의 ‘지존’을 꿈꾸는 ㈜지존(Z-Zone)인터미디어(서울 서교동)의 이세리사장(28) 또한 만만치 않은 여성 CEO다. 이화여대 대학원(정보디자인과)에 재학중인 그는 지난해 3월 이화여대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뒤 바로 창업, 5개월 만에 법인으로 전환했다. 현재 직원 수는 22명.

지존인터미디어의 주 사업 아이템은 국내 최초의 인디(독립)문화 전문 인터넷방송국인 ‘인디즈’(www.indiz.com) 운영. 만화전문방송국인 ‘인디툰’과 한국프로레슬링방송국도 운영중이다. 최근엔 본격적인 수익모델이 될 3차원 가상쇼핑몰 구축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전반기 광고수익은 6000만원 가량. 현재까지의 주 수입원은 영상 외주제작이지만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TV나 디지털 방송의 확산에 대비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축적한 종합 멀티미디어 사이트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관련 회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한 것이 벤처 창업의 계기가 됐다.

㈜월드포스팅의 권은정 대표(28)와 전화통화가 이루어진 것은 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그는 그 시간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본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목소리에 피곤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최근에 직원 수가 갑자기 늘어 조직관리를 위해 대기업 출신 임원을 전무이사로 영입했는데, 그는 권대표의 아버지와 같은 나이라고 했다. 나이 많은 남자 직원들 대하기가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직적 권위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고, 사장은 수평적 조직의 구심점 역할을 할 뿐이니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한다.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권대표는 창업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던 후배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월드포스팅의 차세대 우편시스템은 인터넷을 이용해 편지를 보내면 받는 사람의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우체국에서 실제 편지지에 인쇄해 수신자에게 배달해주는 서비스. 각자 빚을 내어 500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한 달 매출이 2억~3억원에 달하는 번듯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권대표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세계 최대의 사이버우체국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학교 다닐 때도 친구들이 화장품 얘기, 옷 얘기 하는 게 그렇게 싫었어요.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잠깐 했는데, 지길 싫어해서 싸움만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하니까 힘은 들지만 목표에 한발씩 다가가는 성취감이 짜릿해요.” 권대표는 ‘여자라서’ ‘나이가 어려서’ 할 수 없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다.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린 기업인들 외에도 벤처동아리나 대학 창업지원센터에서 여성 CEO로의 ‘비상’을 도모하는 예비 여성 벤처인들도 적지 않다.

10여 개의 예비 벤처가 포진한 숙명여대 창업지원센터. 이곳에 입주해 있는 ‘아치 미디어’(Arch Media)는 3명의 여성이 함께 만든 예비 벤처. 미술 교사 출신인 채효미씨(30·고려대 미술교육학과 졸업)와 이미선씨(26·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졸업)가 공동대표를, 윤성희씨(26·연세대 대학원 물리학과 재학)가 기획 일을 맡고 있다.

이들은 1년 전 인터넷 비즈니스 특강을 듣다 알게 된 사이.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이 싫다는데 의기투합해 지난해 4월 창업했다. 대기업과 각종 단체의 홈페이지를 구축해주면서 창업자금을 모은 이들은 내년 초 미술 관련 쇼핑몰 사이트를 열기 위해 매일같이 3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사업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 업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여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열린 길’을 걷는 대신 ‘길을 열어 가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여기는 젊은 여성들이 점점 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0.10.05 253호 (p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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