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1

2000.09.14

메이저리그 한국인 타자 1호는?

  • 입력2005-06-20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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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출신 메이저리그 타자는 언제쯤 탄생할까.

    박찬호(LA다저스) 등 투수의 미국 진출은 모두 14명. 모두가 제2의 박찬호를 꿈꾸고 있다. 실제로 이들 중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처럼 스피드와 제구력을 갖춘 선수는 빨리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타자는 언감생심이었다. 1960년대 경동고의 천재 포수로 평가받던 백인천씨조차 미국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2군 생활을 몇 년 거친 뒤에야 1군에 오를 수 있었다.

    요즘 한국의 타자들은 체격적인 면에서 서양인들에 뒤지지 않는다. 공을 맞추는 재주도 수준급이다. 그런데도 왜 한국인은 메이저리그 타자가 되기 힘든 것일까. 문제는 수비와 송구에 있다. 메이저리그를 TV 화면으로 지켜본 사람이라면 내야수비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야수비는 더하다. 외야에서 빨랫줄처럼 뻗어나오는 송구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더구나 한국 프로야구는 타자의 미국 진출에서 한 차례 실패 경험을 맛본 적이 있다. 94년 경희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경환(현 LG)은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애너하임)에 입단 기대를 품게 했었다. 그러나 그는 97년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뒤 더블A까지만 오르고 지난해 멕시칸리그를 거쳐 결국 국내로 ‘U턴’, LG 유니폼을 입었다. 타자 진출에 애초부터 회의적인 야구인들이 ‘타자의 미국 진출 불가’를 소리 높여 주장할 때 즐겨 드는 사례가 바로 최경환이다. 한국 타자들은 수비와 송구 실력의 벽을 결코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선 탁월한 내야수비를 갖춰 내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총알 송구로 외야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타고난 슬러거가 아니라도 이 정도는 겸비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메이저리거급 수비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러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최희섭이 나섰다. 시카고 컵스 소속인 그는 키 1m91, 몸무게 105kg으로 서양인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 체구다. 고려대 2학년생 좌타자였다 컵스로 간 최희섭은 2년 동안 빠른 성장세로 각종 마이너리그 유망주 사이트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로 소개되고 있다. 올 초 시범경기에서는 2경기에 나서 안타를 때려 한국인 타자의 메이저리그 공식경기 1호 안타라는 감격의 기록도 세웠다. 최근에는 1경기 3홈런을 때리는 등 파워포를 과시하고 있다. 어쩌면 9월 메이저리그 엔트리가 40인으로 확대될 때 빅리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희섭의 빠른 성장 원인은 팀의 사정과 개인의 노력이 맞물린 것이다. 시카고 컵스가 최희섭을 영입할 당시엔 1루수 마크 그레이스가 현저히 노쇠 현상을 보이고 있을 즈음이었다. 1루수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비교적 수비하기 쉬운 포지션. 최희섭은 미국에 진출한 한국 출신 선수 중 현지 음식에 가장 잘 적응하는 편에 속한다. 이제 주목할 만한 또 한 명의 타자가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냈다. 올해 고교 최고 선수로 평가받은 좌투좌타 추신수다. 시애틀 매리너스와 135만 달러에 계약한 추신수는 시애틀서 “타자가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요소(선구안, 송구, 배팅 파워, 배팅 스피드, 주루)를 모두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초고교급 강속구 투수였던 추신수는 외야 송구 콤플렉스만큼은 확실히 극복할 수 있을 듯하다.

    아마 몇 년 후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인 투-타의 대결을 보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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