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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금가고 물 새고… 아직 그대로

공사측 ‘시정완료’ 주장과 달리 현장사진 통해 부실 방치 확인

인천공항, 금가고 물 새고… 아직 그대로

내년 3월 개항을 앞둔 인천국제공항 공사현장에서 감리원으로 근무했던 정태원씨가 인천공항의 부실공사 사례를 폭로하면서 인천공항에 대한 부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간동아’가 단독입수한 인천공항 공사 현장 사진에서, 정씨의 지적이 이미 자체적으로 시정완료된 것들이라는 공항공사측의 주장과 달리 최근까지도 부실 공사 현장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객터미널 방수재가 잘못 선정되어 방수 기능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사측은 초기에 일부 미비점이 있었으나 현재는 시정 조치가 완료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터미널 방수에 사용한 벤토나이트 방수제는 국내외를 통해 방수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검증된 제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여객터미널 공사 현장의 일부 구역에서 벤토나이트 방수를 설치한 뒤 비나 눈을 맞아 내용물이 빠져나와 있는 모습이 사진상으로 드러났다.

배수 효과 높은 자갈 대신 쇄석 사용

벤토나이트 방수는 마대자루와 같은 포장재에 방수제를 넣어 여기에 물이 닿으면 이 방수제가 부풀려져 더 이상의 수분 침투를 막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당연히 콘크리트 타설 전에 이 방수 매트 위에 물이 유입되면 이미 방수자재가 부풀려져 방수 기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공사 현장에 천막을 설치해 시공 부위가 눈이나 비를 맞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공항공사측 설명이었다. 그러나 ‘주간동아’가 입수한 사진에서는 방수 매트가 부풀려져 방수자재가 바깥으로 나온 부분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눈비가 올 경우에 대비한 보호시설이 턱없이 미흡한 까닭이다. 공항공사 전 감리원 정태원씨는 “방수상태가 불량한데도 불구하고 감리단장이 현장을 방문한 뒤 후속 공사를 강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방수 시설과 관련해서는 영구배수 시설의 쇄석 사용이 문제를 낳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의 하부는 영구배수 공법으로 시공되어 있다. 물이 원활하게 흘러 고이지 않게 하고 부력을 줄이는 동시에 집수정으로 흘러든 물을 양수기로 퍼내는 방식이다. 영구배수 시설에 문제가 생겨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 부력이 발생하고 이는 구조물에 변형을 가져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영구배수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골재로는 자갈이 꼽힌다. 그러나 인천공항에는 대부분 쇄석이 영구배수 시설용 골재로 사용되었다. 게다가 공사에 사용된 쇄석은 잘 씻기지 않은 채 돌가루와 흙이 섞여 있어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상으로도 쇄석과 흙이 밀가루 반죽처럼 뭉쳐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객터미널 바닥면에 흥건히 고여 있는 물기를 둘러싸고는 바닥부 균열에 의한 누수냐 내외부 온도차에 의한 단순한 결로(結露)현상이냐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다. 전 감리원 정씨측은 방수 시설 미비와 바닥면 내부 균열에 따른 누수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공항공사측은 환기만 제대로 하면 없어질 수 있는 이슬맺힘 현상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결로 현상은 공조 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 공사기간에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입장. 그러나 현장 사진을 보면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는 바닥면 주변에는 곳곳에서 균열 부위를 에폭시로 메워나간 흔적이 눈에 띄고 있어 균열에 의한 누수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공항공사측은 전문가들이 현장을 둘러보기만 하면 단순 결로현상인지 누수현상인지 금방 알아낼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균열현상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토목 관계자들은 0.3mm 이하의 균열은 구조적 균열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균열 부위의 진행성 여부. 즉 균열이 끝난 것인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태원씨는 공사 관계자들에게 균열 측정 장비조차 지급되지 않아 균열 정도나 진행 여부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없었다고 폭로하고 있다.

여객터미널에 사용한 내화 석고보드도 인증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여객터미널에 사용한 석고보드 중 28%에 달하는 붉은색 방화 석고보드 시스템은 지난 99년 12월 건교부 성능시험 결과 인증이 취소된 것들이다.

전 감리원 정태원씨는 “기준 미달로 인해 인증이 취소되었는데도 인증 취소 시점 이전에 생산 구매된 석고보드들은 그대로 사용됐다”고 폭로하면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증이 취소된 불량 석고보드 시스템은 방화 차단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사측은 현장에 설치된 내화구조 시스템은 인증 기준에 비해 자체적으로 대폭 강화된 시험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화재 발생에 대비해 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객터미널 내 VIP실을 포함한 도처에 목재 합판을 내장재로 사용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공사측은 불연재료인 철구조물의 납품이 지연되는 바람에 임시로 MDF판이라 불리는 목재 합판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 역시 준공 기일에 맞추기 위한 감리단과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 또한 목재 시공한 지역에도 라커를 칠하거나 코팅지(紙)를 입히는 방식으로 난연(難燃) 처리, 즉 방화 처리를 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씨는 VIP실의 경우 난연 처리가 아닌 불연(不燃) 처리를 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시공사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기껏해야 여객 터미널의 1% 정도만 목재 시공했다는 공사측의 주장과 달리 적어도 30% 정도에서 목재 시공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공사측 관계자도 준공식 행사 구역에 해당하지 않는 일부 구역, 특히 삼성측이 시공을 맡은 구역에서 불필요한 목재 시공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를 “삼성측이 기업 이미지를 생각해 취한 조치였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경실련측도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목재 시공이 감리단과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면 관련 문서를 내놓으라며 의구심을 풀지 않고 있다. 또 감리단이 준공 기일에 맞추기 위해 목재 시공에 합의해주었다는 부분도 문제의 소지로 남을 수 있다.

정씨의 제보를 받고 양심선언을 주선한 경실련은 얼마 전 강동석 공항공사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 전달해 특별 감사를 요구했다. 공항공사측도 이에 질세라 강사장이 직접 나서 정씨와 경실련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고 이례적으로 ‘경실련의 주장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날 경우 경실련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면서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씨측은 이미 3년간의 감리 경험을 통해 부실공사와 감리단에 대한 시공사의 부당한 압력과 회유를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공사측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상황.

물론 공항공사측은 최근 국회 건설교통위원들을 공사 현장으로 불러 경실련이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해 일일이 해명한 데 이어 8월8일부터 민관합동 점검 형식으로 부실 의혹이 제기된 현장을 외부 전문가와 함께 재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경실련측의 입장은 냉소적이다. 여객터미널을 점검하는 데만도 며칠씩 걸리는 마당에 사흘 동안 ‘관광’ 형식으로 공항 시설을 둘러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다 정씨의 양심선언 이후 경실련이 개설한 인천공항 부실공사 제보창구에는 공사 관계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여객터미널만 지하 2층 지상 4층에 길이 1.1km, 폭 150m의 초대형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물이다. 건축 연면적만도 63빌딩의 3배에 이른다. 마감기준으로 하면 63빌딩의 5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수많은 현장에서 부실공사 문제는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준공 기일에 쫓겨, 드러나고 있는 부실 문제를 적당히 덮어두고 넘어가려는 태도에 있다. 대형 공사 현장에서의 수많은 참사 경험을 염두에 둔다면 인천국제공항의 부실 의혹은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씨의 양심선언은 그 실마리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주간동아 2000.08.10 246호 (p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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