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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에서

나의 사랑, 나의 방송

나의 사랑, 나의 방송

나의 사랑, 나의 방송
“저… 새벽마다 승용차 200대씩 세차하는 사람인데요, 내일 새벽날씨가 어떨까요?”

“큰맘 먹고 이번에 노모를 여행 보내드리려 하는데 날씨가 너무 춥지나 않을까요?”

라디오 청취자들의 쏟아지는 문의전화. 마치 기상청이 점집인 양 모 회사 간부는 “우리 회사에서 체육대회하려고 하는데 좋은 날짜 좀 택일해 주시죠”라고 한다.

사실 날씨에 대한 것은, 편지할 때 앞머리와 끄트머리에 인사말로 쓰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 어색할 때 꺼내기 좋은 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저 비가 오는지 안오는지만 궁금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날씨와 무관하게 1년 365일을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가면서 나는 방송을 사랑하게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하늘을 사랑하게 되었다.

방송리포터 생활 8년. 새벽 4시30분 기상. 아침 방송 3개를 맡다보니 좋든 싫든 새벽별을 보며 출근해야 한다.



나는 틈나는 대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내 자신이 하늘, 바람, 구름, 안개, 습도, 그리고 기온을 느낀다. 그래서 바람이 초속 6m라고 하기보다는 “바람막이용으로 튼튼한 우산 하나 준비하세요”라는 말로 대신하고, 강우량이 10mm를 기록하면 “남자들 바짓단이 조금 젖는 정도”라고 덧붙이는 것이다.

덕분에 많은 청취자가 나의 날씨방송을 듣고서 무엇을 입을지를 결정하고, 아이들 우산을 챙기고, 식당을 경영하시는 분들은 오늘의 음식량을 얼마만큼 준비해야 할지도 결정한단다. 비가 점심시간 전에 오면 손님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그런 날은 음식을 적게 준비해 손해를 줄인다고 한다.

이러한 얘기들은 마치 무지개를 만난 것처럼 나를 즐겁게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나를 한없이 착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섭씨 34도를 넘는 폭염에는 길거리의 ‘장작구이 아저씨’ 매상이 걱정스럽고, 소나기 확률이 높을 때는 육교 위에서 온갖 것을 늘어놓고 파시는 할머니 걱정이 절로 된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질 때는 나이 많은 주위 어르신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이 바쁜 세상에 하늘을 올려다 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틈나는 대로 하늘을 보자. 진짜 즐겁고 착해지는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지 않은가.



주간동아 2000.01.27 219호 (p1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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