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7

1999.11.04

‘진짜같은 가짜’ 미스터리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7-02-01 14:2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994년 몽고메리 대학의 세 영화과 학생이 메릴랜드주의 작은 마을로 떠났다. 이들의 목적은 블레어 마을에서 200년간 전해내려온 ‘마녀’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주일만에 실종되고 1년 뒤 숲속에서 이들이 찍은 필름이 발견돼 가족에게 전해진다. 가족들로부터 17시간 분량의 필름을 넘겨받은 영화사가 이를 82분 길이로 편집해 공개했다.”

    영화 ‘블레어윗치’(10월30일 개봉)는 이렇게 해서 나온 영화다. 영화의 첫 장면은 영화를 기획한 헤더가 마이크와 조시를 차에 태우고 떠나는 순간이다. 관객은 헤더가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욕실 목욕탕에서 자신을 장난스럽게 비추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어 16mm로 촬영한 인터뷰 장면이 삽입된다. 촌사람들은 블레어 마을에 전해지는 마녀 이야기에 대해 증언한다. “애들 놀래키려는 거짓말이죠” “그 괴물, 털이 온몸에 나있어요. 내가 봤어요” 등등. 요약하면 1785년 한 여인이 아이들을 숲으로 유괴해 피를 뽑아 죽였다는 혐의로 죽임을 당했고, 이후 그 마을에 끔찍한 살인사건들이 일어나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헤더 일행은 사건 현장들을 찾아다니다가 길을 잃는다. 도시에서 불과 두 세 시간 떨어진 숲속에서 방향감각을 잃은 것이다. 지도와 나침반에 의지해 숲을 빠져나가려 하지만 하루 종일 걷고 나면 다시 같은 자리에 돌아와 있다. 날씨는 추워지고 먹을 것도 떨어졌다. 이들은 마녀 따위를 믿지 않지만 점점 더 이상한 ‘징조’들을 발견한다. 조시는 그 와중에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는 헤더를 비난하다가 어느 날 아침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헤더는 조시의 찢어진 셔츠와 심장(누구의?)을 발견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관객들은 “이제 죽게 될 것”이라는 유언을 남긴 헤더와 마이크가 오두막집으로 미친 듯 달려가다 갑자기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으로 이들의 ‘촬영’이 끝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잠깐 스쳐 지나간 뒷모습의 남자는 누구일까. 그들은 저주받은 것일까?



    이 ‘공포’ 영화에는 마녀도, 초자연적 현상도, 피 흘리는 시체도 나오지 않는다. 마음을 찜찜하게 하는 것은 이것이 영화라는 ‘허구’가 아니라 세 사람의 비참한 죽음을 기록한 ‘사실’이란 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허구다. ‘블레어윗치’는 산체스와 마이릭이라는 신인들이 단돈 3만달러로 찍은 영화이며 헤더 일행은 오디션으로 뽑힌 배우들이다. 그러나 ‘블레어윗치’는 무려 1년 동안 인터넷을 통해 ‘진실처럼’ 알려졌다. 인터넷 사이트에 편집되지 않은 필름들과 남은 유품, 증언들, 사건 기록 등이 올라 있기 때문에 누구든 실제 사건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었음이 알려진 뒤에도 네티즌들은 화를 내기는커녕 산체스와 마이릭이 천재라며 열광했다. 게다가 네티즌들은 ‘블레어윗치’에 온갖 음모이론과 패러디를 덧붙인 웹사이트들을 덧붙여 나갔다.

    미국 극장가에서 ‘블레어윗치’는 ‘쥬라기 공원’을 뛰어넘는 흥행기록을 세웠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의 커버스토리에 오르기도 했다. ‘블레어윗치’는 새로운 세대의 전혀 새로운 영화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거 다 거짓말이야’라고 팔짱끼고 보면 영화는 심심하다. 어쩌면 헤더 일행은 정말 실종됐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인터넷 상에는 ‘헤더의 차에서 발견된 필름 독점 공개!’ ‘마녀가 이런 짓도 했다!’ 등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니 말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