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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담론

“9명의 남자, 9시간의 섹스”

탤런트 서갑숙씨 성체험 고백서 화제... “돈벌이용 상술” “주관있고 용감하다” 평가 엇갈려

  • 김정희 기자 yhong@donga.com

“9명의 남자, 9시간의 섹스”

“9명의 남자, 9시간의 섹스”
한국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 중 으뜸은 무엇일까.

한여성의 ‘성체험 고백서’가 장안의 화제다. KBS TV ‘학교’에 출연 중인 탤런트 서갑숙씨(38)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중앙M·B). 내용이 충격적일 만큼 솔직하고 적나라하다. 9명의 남성과 나눈 성관계, 성추행과 강간미수 경험, 9시간의 섹스, 1대 2로 나눈 섹스, ‘멀티 오르가슴’을 터득하기 위한 단련법…. 책 뒤표지와 본문 안에는 실루엣 처리한 자신의 누드 사진까지 공개했다.

1대 2 섹스 등 적나라하게 공개

여성이, 그것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탤런트가 공개적으로 성을 이야기하는 책을 펴낸 것은 이번이 처음. 책 내용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저자는 실크로드를 기행하며 촬영한 자신의 누드집을 11월 발간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이 책이 ‘마음을 벗는 일’이었다면, 앞으로 나올 사진집은 ‘몸을 벗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책이 발간되면서 저자 서씨와 이 책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발간 3일만에 재판을 찍었고 1주일만에 5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서갑숙씨는 몰려오는 인터뷰 요청에 몸살을 앓고 있다.

책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성담론을 공식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는 의견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이렇게 까발리다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아니냐”는 의심까지, PC통신 천리안의 게시판에도 다양한 찬반론이 올랐다.

“돈 벌려는 얄팍한 상술… 연예인에 대해 다시 한번 실망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높은 데 성개방이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전형적인 보기 사례다” “성과 사랑에 대한 일관된 자기 주관은 남자인 나의 입장에서 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나라는 출판과 양심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그녀의 주장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반박할 수 있는 토론 분위기가 먼저 형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특기할 만한 사실은 통신 상에서 그의 책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은 게 아니라 언론보도만 보고 ‘감정적’ 의견을 올렸다는 것. 비판자들은 대개 이 책의 ‘선정성’에 대해 공격하고 있다. 그에 비해 장문의 옹호론을 올린 한 네티즌은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상대와의 신체접촉에선 아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저자의 고백을 통해 이 책이 ‘순결에 대해 분명히 개념 정립을 하고 있다’고 옹호한다.

이처럼 파문이 일면서 KBS는 그가 출연 중인 드라마 ‘학교Ⅱ’에서 배역을 빼기로 했고, 교보문고는 책 전량을 반품조치하기로 했다. 검찰과 경찰은 10월24일 이 책의 ‘음란성’여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고, 간행물윤리위는 10월26일 정밀심사에 들어간다.

서갑숙씨는 “내가 체험한 성과 사랑을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지금까지 어두운 곳에서만 이야기되던 성 이야기를 양성화하고, 깊이 있게 논의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갑숙씨의 글재주와 독특한 사랑관을 제일 먼저 발굴, 이 책을 기획하고 출간한 중앙M·B의 김우연씨 역시 의견을 같이한다.

“이제껏 남자들 사이에서는 섹스 편력이 자랑거리처럼 이야기되어온 데 비해 여성이 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그런데 여성이 그런 인습을 깨고 진지하게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충격’ 아닌가. 성에 대한 담론을 바르게 물꼬 틔울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그러나 과연 저자나 출판사의 ‘순수한’ 의도가 제대로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아직은 이 책을 진지하게 읽고 내용을 찬찬히 고민해 본 독자가 많지 않은 듯하다. 코멘트를 부탁한 몇몇 문화계 인사들도 “아직 책을 자세히 안 봐서 말하기 곤란하다”며 의견 제시를 꺼렸다. 그러나 정작 서갑숙씨는 담담하고 자신의 책 내용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제 책의 내용은 잠깐 화제가 되었다 사그라들 거품이 아니에요. 오래도록 두고두고 사람들 사이에 논의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앞으로 찬찬히 시간을 두고 계속 얘기하도록 하지요.”

이 책이 많은 이들의 우려처럼 선정성을 무기로 한 일회적 ‘이벤트’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서씨의 말마따나 진지한 성담론을 이끌어 내는 분기점이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세기말 한국 "섹스이야기가 헤프다"

‘천년의 겨울을 건너온 여자’ 등 성체험 책 봇물 … 외국책도 잇따라 번역


요즘 우리 주변에 ‘성담론’이 넘쳐나고 있다. 그 하나가 자신의 성과 사랑체험을 에세이 식으로 펴내는 현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7월 대중문화평론가 김지룡씨가 펴낸 ‘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명진출판). 대학시절 사창가에서 가진 ‘첫경험’으로부터 일본에서 생활하던 당시 환락가를 전전하며 겪은 ‘방탕했던’ 성경험을 털어놓은 이 책은 출간 당시 서씨의 책 못잖게 화제를 모았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만들어 낸 근본 원인을 추적해 보기 위해서” 씌어졌다는 게 저자의 집필 의도.

‘섹스 편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자신의 강간경험과 함께 유부남과의 오랜 사랑을 고백한 시인 박서원의 ‘천년의 겨울을 건너온 여자’(동아일보사) 역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던지며 화제를 모은 책이다.

섹스와 사랑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한 외국서적들도 속속 번역 출간되고 있다. ‘사랑, 그 딜레마의 역사’(볼프강 라트, 끌리오 펴냄)나 ‘섹스의 영혼’(토머스 모어, 생각의 나무 펴냄) 등으로 이제는 국내 시장에서도 진지한 성담론이 ‘읽힌다’는 판단에 의한 기획으로 짐작된다.

영화쪽은 더욱 이런 풍조가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 ‘폴라X’ ‘샤만카’ ‘당신의 다리 사이’ ‘아이즈 와이드 셧’ 등 외화와 함께 우리 영화 ‘거짓말’이 ‘성’을 무기삼아 물밀듯 극장가로 밀려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서동진씨는 “미국의 경우 성담론은 이미 30년전부터 시작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도나휴 쇼’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성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게 붐을 이뤘다. 최근 국내 케이블TV도 중년의 출연자들이 체위까지 거론해가며 체험담을 털어놓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미국의 성담론 문화가 우리나에도 상륙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조심스레 진단한다.

“지금으로선 이런 현상에 대해 좋다 나쁘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다. 다만 이같은 트렌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고, 앞으로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될 유의미한 현상임에 분명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주간동아 207호 (p60~61)

김정희 기자 y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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