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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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맞이 ‘샴페인 확보 전쟁’

프랑스, 주문 폭주에 품귀현상... “오래된 샴페인은 부르는 게 값”

  • 정성희/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shchung@donga.com

    입력2007-02-01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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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천년을 맞아 가장 재미보고 있는 산업은 무엇일까. 우선 Y2K문제 해결법을 보유한 소프트웨어업계가 떠오른다. 그러면 그 다음은?

    포도수확이 끝나고 서서히 겨울로 다가서는 10월의 프랑스 샹파뉴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해답은 저절로 떠오른다. 샹파뉴 지방의 특산물인 샹파뉴(샴페인의 프랑스어 발음)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겨울 크리스마스와 뉴 밀레니엄의 전야에 터뜨릴 샴페인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서양인들에게 샴페인은 ‘특별한 날에 마시는 특별한 술’이다. 코르크 마개를 딸 때 ‘펑’하고 터져나오는 소리, 보글보글 올라오는 거품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3초 2초 1초 ‘펑’ … 그 순간을 위해

    연말연시면 언제나 수요가 급증하는 샴페인이지만 새 천년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은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공급부족이 심각하다. 새 천년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때 사람들은 일제히 3초, 2초, 1초를 헤아리다가 마침내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면 제일 먼저 샴페인을 터뜨릴 것이다.



    사상 최대의 밀레니엄 특수를 맞고 있는 샴페인 산업이지만 샴페인을 무제한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샴페인은 전년도에 수확한 특정한 포도를 특수한 방식으로 최소한 16개월 이상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10월에 찾은 프랑스 북동쪽 샹파뉴 지방은 샴페인을 앞다퉈 확보하기 위한 구매자의 잰 발길과는 무관한 듯 조용하기만 했다.

    야트막한 언덕이 온통 포도밭으로 뒤덮인 샹파뉴 지방에는 최소한 100여년이 넘는 유명 샴페인 제조회사들이 밀집해 있다. 이중 샹퍄뉴의 주도인 랭스와 인근한 에페르니는 샴페인의 중심 도시다.

    1840년 설립된 랭스의 피에르-하이드지크사에서는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년 된 샴페인이 지하 저장고에서 익어가고 있다. 피에르-하이드지크사는 200여년전 로마군이 이 지역에 진주했을 때 파놓은 석회암 지하동굴(크레이프)을 샴페인 저장고로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의 크레이프는 모두 47개로, 이를 연결시켜 15km에 이르는 저장고를 만들었다. 크레이프를 저장고로 이용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낮 기온에 상관없이 항상 온도를 10도 안팎으로 유지시켜 줘 샴페인 숙성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

    이 회사 영접담당 소피 쿠텐은 “오래된 샴페인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얼마 전에도 소더비와 크리스티사가 샴페인 각각 6병씩을 경매용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에 대해선 아예 입을 다물었다. 한병당 값이 수백만원을 호가하지 않았을까.

    랭스와 가까운 에페르니는 샴페인의 탄생지다. 베네딕트회 수도사였던 돈 페리뇽이 새 포도주와 묵은 포도주를 섞다가 우연히 거품나는 포도주를 발견했는데 이것이 바로 샴페인의 시초다.

    우리는 흔히 거품 있는 포도주를 모두 샴페인이라고 부르지만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발포성 와인만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프랑스는 1927년 제정한 원산지통제명칭법(AOC)에 따라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샴페인말고는 샴페인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샴페인이 유명해지자 누구나 발포성 와인에는 샴페인이란 명칭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샴페인은 국제 상표권 분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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