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4

2016.06.29

사회

효능 논란 마스크팩 위생 상태는 과연?

‘1일 1팩’ 유행으로 주문량 넘치자 가정집에서 맨손으로 부직포 접어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6-27 14: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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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팩 접기 알바. 한 장 접는 건 3원, 두 장 겹쳐 접는 건 4~5원인가 해요. (업체에서) 1200장을 이틀 동안 접을 수 있느냐고 해서 한번 해보겠다고는 했는데.’

    3월 말 온라인상에 떠돌던 ‘마스크팩 접기 후기’다. 한 블로거가 집에서 마스크팩 부직포 접는 과정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것이 6월 초 온라인상에 급격히 퍼지며 파문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얼굴에 직접 대는 팩을 맨손으로 접는다고? 충격적이다’ ‘저 손이 얼마나 더러울지 어떻게 아나. 이젠 마스크팩 사지 말아야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제의 마스크팩은 업계 선두를 달리는 M브랜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브랜드를 제조·판매하는 L기업은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올해 4월 말 일본에서 접지(摺紙) 기계를 수입해 현재는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그 전까지 마스크팩 접기는 하청업체 작업장 내 위생시설에서 이뤄졌다”며 “수요가 넘치자 하청업체가 마스크팩 일부를 가정집에 부업으로 보낸 것 같다. 하청업체가 물량 일부를 가정집에 맡겼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루 1500장씩 접어달라”

    L기업 관계자는 “마스크팩 접기는 하청업체가 담당하는 ‘부자재 공정’이며, 본사 공장에서 시행한 ‘제조 공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본사가 아닌 하청업체의 과실이라는 것. 하지만 소비자 처지에서는 이러한 해명조차 곱게 들릴 리 없다.



    익명을 요구한 화장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수작업 행태는 업계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 마스크팩 브랜드 인기 순위 1~15위 업체는 대부분 손으로 접은 부직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마스크팩 접기 후기’에는 M브랜드뿐 아니라 B, S브랜드의 인기 제품도 올라와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그럼 마스크팩은 어떻게 포장되는 걸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마스크팩 접기 부업’을 검색한 결과 몇 군데 연락처를 알 수 있었다. 부업 인력 모집은 대부분 인천에 몰려 있었고, 같은 구(區) 안에서도 가까운 동네에서 자재 배달 및 수거가 이뤄졌다. 예를 들어 인천 남구에서 2~3명의 부업 팀원을 모집하면 서구에 거주하는 사람은 배달 및 수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일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부업 인력을 모집하는 곳에 전화했더니 “초보자면 하루 1500장, 이틀간 3000장을 접어야 한다. 돈이 얼마 안 되는 부업(장당 5원)이라 차로 10분 이내 거리 거주자만 팀원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다른 곳은 “일감을 받으려면 오늘 와야 한다. 내일 오전이면 물량이 없을 수도 있다”며 “요즘 주문량이 많아 하루이틀 단위로 회사 납품이 이뤄지니 되도록 빨리 와달라. 마스크팩 접기는 배우는 데  1분도 안 걸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집하는 부업팀은 짧게 운영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 달 전 부업 인력을 모집한 곳에 연락해보니 “이미 종료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헤쳐 모여’ 식으로 바로 구성됐다 흩어지는 것.

    마스크팩 접기가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까닭은 사람 손이 기계보다 빠르고 정밀하기 때문이다. L기업 관계자는 “그 전에 접지 기계를 들이지 못한 이유는 마스크팩 종류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르고, 기계가 비싸며, 작동도 느리다는 단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원가 절감, 생산 효율을 이유로 마스크팩이 위생 감시망이 전혀 없는 가정집 부업 일감으로까지 들어간 것이다.

    하청업체는 이렇게 접은 마스크팩을 포장지 봉투에 넣어 원청(본사) 공장으로 보낸다. 본사에서는 마스크팩 멸균, 에센스 충진 후 안전점검(미생물 테스트)을 거쳐 제품을 완성한다. 포장상자를 접고 제품을 넣어 배달상자에 넣는 작업도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화장품 공장에서 일했던 김모(25) 씨는 “공장 내 수작업은 대량생산이 우선이다. 2시간 반 동안 정신없이 마스크팩을 접고 10분 쉬는 노동이 계속된다. 위생장갑, 머릿수건을 착용하고 접지만 땅에 떨어지거나 먼지가 묻어도 그냥 봉투에 넣는다. 그러니 가정집에서 접는 마스크팩 위생 상태는 오죽할까 싶다”고 말했다. 



    피부는 저항세포, 영양분 침투 어려워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3조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업자는 화장품 제조 등록을 해야만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신규옥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는 “가정집처럼 제조허가를 받지 않은 곳에서 화장품을 제조, 판매하면 불법”이라며 “국내 화장품 하청업체가 영세한 곳이 많아 현재도 무허가 시설에서 만든 화장품이 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집에서 접은 마스크팩도 공장에서 멸균, 에센스 충진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제조된 마스크팩은 무조건 피부에 좋을까. 마스크팩의 경우 일시적으로 피부에 수분을 보충할 뿐 근본적인 피부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주장이다. 신규옥 교수는 “마스크팩은 피부 각질을 적시는 기능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팩을 한 후 피부가 말갛고 투명하게 보인다고 해서 ‘피부가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 신 교수는 “피부 세포는 저항력이 있어 영양성분을 깊이 흡수하기 어렵다. 특히 콜라겐 입자는 모공보다 커서 특수 나노공법 등으로 쪼개거나 주사요법을 쓰지 않으면 피부에 침투할 수 없다. 콜라겐 화장품은 대부분 콜라겐 성분을 피부에 주입하기보다 피부막에 유·수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마스크팩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피부미용학계에서는 피부가 물을 먹어 촉촉해지는 현상을 ‘수화(水化)’라고 하는데, 마스크팩은 ‘피부껍질’이라 부르는 각질의 수화도를 잠시 높여준다. 하지만 그 각질은 며칠 후 떨어져나간다. 마스크팩을 열심히 해봤자 매번 새로운 각질에 ‘물 적셔주기’ 작업인 것이다. 여성이 거의 매일 쓰는 화장수(토너)는 90% 이상이, 마스크팩은 70~80% 이상이 정제수(물)다.

    그렇다면 오이, 알로에, 코코넛 등 마스크팩이 홍보하는 ‘콘셉트 원료’는 피부에 도움이 될까. 시중에서 파는 마스크팩의 콘셉트 원료 함유량을 알아봤더니 대부분 0.01~0.2%였다. 신 교수는 “극소의 함유량으로 피부 개선 효과 유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여름철 뜨거워진 피부를 차갑게 하는 데 마스크팩이 유용하다는 분석이 있다. 신 교수는 “한여름에는 피부 표면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 경우 냉장고에 보관해둔 마스크팩을 얼굴에 약 15분 동안 대면 피부 진정 효과가 있다”고 했다. 덧붙여 신 교수는 “요즘 ‘1일 1팩’이 유행이지만 마스크팩으로 피부 자체를 개선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는 화장품을 살 때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제대로 성분을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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