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8

2016.05.18

21세기 취업학교

학교가 알려주지 않는 미래 직업세계

기술에 사람 냄새를 추가하라

  •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COO) rose@incruit.com

    입력2016-05-18 08:47:3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자동화는 기존 직업을 없앨 뿐 아니라 이를 대체할 새로운 직업을 충분히 창출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오늘날에는 새로운 산업이 중간기술의 직업을 없앨 것이다.’

    이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실렸던 기사 중 일부로 1961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5년 전 나왔던 주장이다. 그리고 바로 올해 세계경제포럼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에서는 사무직 및t 관리직종의 일자리가 향후 5년 내 475만9000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루칼라뿐 아니라 화이트칼라에게도 직업의 위기가 왔다. 그런데 이는 50년 뒤 미래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이야기다.



    컴퓨터, 수학, 건축, 엔지니어링 일자리 수요↑

    로봇에게 뺏기는 직업이 있으면 새로 얻어낼 수 있는 직업도 필히 존재하는 법. 세계경제포럼은 ‘컴퓨터, 수학, 건축, 엔지니어링 관련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데이터분석가(data analyst), 전문 세일즈맨(specialized sales representatives) 등에 주목했으며 에너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정보 분야에서 그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기술조력직군에 대한 전망이 이러한데 기술자는 오죽할까. 로봇을 다루는 엔지니어는 물론 3D프린팅을 비롯한 로봇공학, 빅데이터, 바이오기술, 클라우드 기술 분야에서의 채용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당분간 인재 부족으로 채용 애로가 이어질 것이다.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은 ‘인문계’ 출신에게도 폭넓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기회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애드 테크(Ad Tech)’의 기회를 언급하고자 한다. 사실 광고시장 규모는 2012년 이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내수 경기의 침체로 광고주들이 광고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 및 모바일 매체를 이용한 광고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광고기획자의 활동 범위가 오히려 넓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광고와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애드 테크’는 의뢰받은 광고 효과를 측정한 뒤, 이용자가 여러 사이트에 남긴 방문기록을 기반으로 구매 행태를 예측해 이용자에게 정확하고 유효한 광고를 제공하는 모든 기술을 뜻한다. 전통매체인 방송, 라디오, 신문, 잡지 등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데 반해 온라인, 모바일, 케이블TV 등을 포함하는 뉴미디어 광고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향후 전문 인력의 수요가 증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상의 광고매체를 포함해 첨단기술 기반의 매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려면 인문계열 전공자도 첨단기술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서 약간의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어떤 인간도 미래 직업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생각하는 기술’을 전제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술에 사람 냄새를 추가하는 직업이 기술직군 못지않게 쏟아져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체감하긴 어려운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2~3년 만에 인터넷 업계 판도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된 것을 보면 변화의 흐름은 순식간에 들이닥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일자리의 미래’에서 지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65% 정도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원증이 아니라 직업을 가져라

    10년 뒤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산업의 변화는 직업뿐 아니라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모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먼저 개인은 다양한 역량을 바탕으로 1개의 직업이 아닌 복수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시간을 쪼깰 수 있고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는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복수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고용되거나 종속되지 않은 채 스스로 일감을 구하고 제공하는 프리에이전트가 증가할 것이다. 대니얼 핑크의 말처럼 조직인간의 시대는 끝났으며 홀로 혹은 소수로 일하면서 다수의 고객이나 소비자와 계약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앞으로 기업은 소수의 핵심 정직원을 중심으로 인력을 유지하고, 필요시 외부 전문가나 프로젝트별 계약 직원으로 일을 진행하는 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다. 2015년 5월 세계은행이 온라인을 통한 아웃소싱 시장만 2013년 19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서 2020년 150억~250억 달러(약 29조2000억 원)로 10배 이상 확대돼 급성장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을 보면 변화는 눈앞에 다가온 현실임이 자명하다.

    케이무브(K-move)가 아니더라도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은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아웃소싱된 일을 하게 된다. 나라별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지역이나 시간 중심(오전 9시~오후 6시)의 업무는 점차 줄어들고 협업이 가능한 공동 시간대를 정해 일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눈앞에 다가온 산업혁명은 자동화와 연결성이 비즈니스 현장을 재편하면서 전통산업을 붕괴에 직면하게 할 것이므로 새로운 기술인력을 확충하고 기존 인력을 신기술로 무장하는 교육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다. 학교가 가르쳐주지 않거나 사회가 해결해주지 않아도 미래는 오고, 우리는 또 적응해야 한다.

    다만 생태계의 피라미드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더 나은 삶을 위해 스스로 필요지식을 찾고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세계는 이미 진행형이고, 생각하는 기술은 로봇과의 경쟁에서 필수이며, 회사에 입사해야 직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프레임을 버려야 100세 시대에도 오랫동안 로봇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