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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음주운전 방조죄’ 으름장 놓긴 했지만

직장 상사, 식당 주인까지 방조범? 처벌 대상 애매해 실효성 없어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음주운전 방조죄’ 으름장 놓긴 했지만

‘음주운전 방조죄’ 으름장 놓긴 했지만

2015년 11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운전자가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을 하고 있다. [뉴스1]

회사원 A씨는 직장 후배들과 즐겁게 회식을 했다. A씨의 승진 기념으로 팀 원들에게 한턱내는 자리였다. 그런데 후배 한 명이 귀갓길에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고, 경찰은 A씨를 ‘음주운전 방조범’으로 입건했다. 술에 취한 후배가 운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황당하고 억울했지만 경찰 수사를 받아야만 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이 증가할 전망이다. 4월 25일부터 시행된 ‘음주운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 때문이다. 이 방안은 ‘음주운전 방조자’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음주운전을 부추겼거나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지인, 음주운전자에게 술을 판 업자까지 처벌된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4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음주운전 사범 및 방조자에게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음주운전 방조범 입건 대상 유형’은 네 가지로 분류된다.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열쇠)을 제공한 자 △음주운전을 권유, 독려, 공모하여 동승한 자 △피용자 등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사람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자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 술을 제공한 자 등이다.



선배니까 후배 음주운전 책임져라?

다만 예외 조항이 있다. 대리운전이 손쉬운 지역에서 식당 업주가 술을 판매했을 때는 업주에게 방조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즉 술을 마신 지인에게 “운전하라”며 차 열쇠를 주거나, “그 정도 음주량으로는 단속에 안 걸린다”며 운전을 부추겼거나, 회사 대표나 상사가 아랫사람의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았다면 방조범이 될 수 있다. 또한 식당 손님이 술을 마신 후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면 식당 주인도 방조범으로 입건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진술이나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음주운전을 지시하거나 방조한 것이 밝혀지면 도로교통법과 형법에 의거해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과연 시행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조자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 무고한 사람까지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몇 가지 애매한 규정 때문에 처벌 자체가 쉽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먼저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열쇠)을 제공한 자’에 대한 규정이다. 상대방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려면 그가 얼마나 술에 취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서 B씨와 C씨가 술을 마셨다고 해보자. B씨는 체질상 술을 많이 마셔도 얼굴에 취기가 돌지 않고 언행도 평상시와 비슷하다. 만약 B씨가 “술을 거의 안 마셨다”고 말했고, 차를 가져온 C씨가 안심하고 B씨에게 운전을 맡겼다가 음주 사고가 나면 C씨는 어떻게 될까. C씨가 “B씨의 음주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처벌하기 애매하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범죄 요건이 성립하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동승자가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밝혀내야 방조죄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피용자 등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사람’의 범위도 명확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길우 법무법인 태신 변호사는 “특히 ‘지휘감독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회사 선배인지, 대표 또는 고위 임원인지 일정한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피용자 등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사람’의 범위에 논쟁 여지가 있으므로 검찰에서 정확한 범위를 정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법의 실효성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가장 크게 일고 있는 부분은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 술을 제공한 자’다. 이는 손님이 추후 운전할 것을 알면서도 술을 판 업자를 뜻하는데, 이들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편의점이나 술집 직원이 술을 사는 손님에게 일일이 “운전할 것이냐”고 묻기 어려운 데다, 묻는다 해도 손님의 대답을 모두 기억하고 운전을 적극 말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다음 상황을 가정해보자. 식당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손님에게 술을 제공했고, 손님은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 직원은 가게 일로 바빠 어느 손님이 차를 가져왔으며 누가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파악할 겨를이 없었다. 그럼에도 한 손님이 음주 사고를 내면 식당 직원은 방조죄로 처벌받을까.



“술도 못 파나” 식당 주인은 억울해

신동호 법무법인 혜안 변호사는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먼저 일반적으로 술 판매원은 손님의 음주운전을 방지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식당 직원은 술을 구매하는 손님이 음주운전을 할지, 택시를 탈지, 대리기사를 부를지 알 수 없기에 ‘손님의 음주운전을 방조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신 변호사는 “손님의 음주운전을 적극 도왔거나, 음주운전을 명확히 예상한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판매업자에 대한 처벌 방침은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도 “일반 술집에서 손님의 운전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직업운전사들이 몰리는 기사식당을 대상으로 이러한 단속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택시나 화물차 기사들은 자신의 영업용 차량을 직접 운전하기 때문에 기사식당에 들러 술을 마신 후 음주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관계자는 “기사의 복장, 언행 등으로 미뤄 ‘음주운전을 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식당 주인은 술을 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조항인 ‘대리운전이 손쉬운 지역에서 술을 판매한 사례는 방조죄에서 제외’를 두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고객이 대리운전기사를 부를 수 있는 지역의 술집이라면 술을 판매해도 된다’는 뜻인데, 대리운전이 손쉬운 지역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문제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식당 업주를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입건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세운 조항”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대리운전기사를 부를 수 있는 지역에 식당이 있다면 손님이 음주운전을 했을 때 식당 업주에게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법학자들은 “음주운전 방조죄 처벌 강화는 경고만 가능할 뿐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처벌 범위와 대상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처벌을 시행하면 위헌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음주운전을 줄이자는 취지는 좋지만, 지금처럼 국민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처벌을 시행해서는 곤란하다. 동승자 및 술 판매업자 처벌 등 새로운 규정을 설립하기보다 기존 음주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음주운전 방조죄’ 으름장 놓긴 했지만
▼ 음주운전 방조범 입건 대상 유형 예시 ▼
-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열쇠)을 제공한 자
- 음주운전을 권유, 독려, 공모하여 동승한 자
- 피용자 등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사람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자
-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 술을 제공한 자 등
※단, 대리운전이 손쉬운 지역에서 식당 업주가 술을 판매한 사례는 제외 






주간동아 2016.05.11 1037호 (p38~39)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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