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4

2016.02.03

커버스토리 | 장사의 神은 따로 있다

“친구 같은 주점이 승부 포인트”

뒷골목 작은 가게 ‘오술차’의 김경환 공동대표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2-02 11: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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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는 경험이 없으면 망한다.’ ‘가게는 눈에 잘 띄어야 손님을 모은다.’
    선술집 ‘오술차’는 이런 편견을 보기 좋게 깨고 성업 중이다. 평범한 회사원, 프리랜서였던 김경환(31·사진)·엄륭(41) 공동대표는 2014년 2월 서울 관악구 남현동 뒷골목에 가게를 열었다. 요식업과 관련한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56㎡(17평) 남짓한 공간에 46석의 자리. 초기 비용 7000만 원으로 시작한 가게는 지금 월 3000만 원 매출을 올린다. 최근 경기 수원에 가맹 1호점을 냈고 전남 여수, 경기 구리에도 2·3호점 개점을 준비 중이다. “일반적인 영업 방식을 버리고 우리 소신대로 장사한다”는 김경환 오술차 공동대표를 만났다.
    “혼자 오는 손님은 VIP로 특별 대우한다.”
    오술차는 ‘혼밥’(혼자 즐기는 밥), ‘혼술’(혼자 즐기는 술)을 환영하는 곳이다. 가게 상호는 ‘오천 원의 술상 차림’에서 따온 것. 고객은 혼자 와도 쑥스럽지 않은 분위기에서 적당한 양의 상차림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안주의 가격은 1인 식사 기준에 맞춰 5900원으로 통일했다. 안주 하나에 소주나 맥주 한 병을 마셔도 1만 원 이하다. 혼자 들르는 손님은 1만 원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으면서 “정말 이 가격이 맞느냐”며 신기해한다.



    ‘혼술’이 당당하고 즐거운 선술집

    김 공동대표는 싱글족의 소비 패턴에 주목했다. “퇴근 후 혼술을 하고 싶지만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거나 가게 주인이 냉대할까 봐 못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우리는 혼자 들르는 손님을 더 세심하게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오술차에 혼자 오는 손님은 바의 조용한 구석자리로 안내받는다. 종업원과 대화하기에 최적인 지점이다. 종업원은 조리하거나 그릇을 씻으면서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인간관계에 대한 소소한 고민부터 진로, 취업, 가족문제와 같은 큰 주제까지 다양한 대화가 오간다. 그러다 옆자리에 온 손님과 친해져 같이 재방문하는 경우도 적잖다. 혼자 온 고객에게 술만 파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위안을 주고 좋은 친구를 맺어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오술차는 작은 주점이다. 많은 손님을 한꺼번에 받을 순 없지만 한 번 온 고객은 단골로 만들려고 애쓴다. 창업 당시 목표는 소박했다. ‘하루에 두 팀씩, 한 달 후 60팀을 단골로 만들자.’ 김 공동대표는 “손님과 말문을 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부 시공의 기준도 손님과 종업원 간 거리를 최소화하고 소통을 늘리는 방향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식당 한가운데 설치한 ‘ㄷ’자 형태의 바는 종업원과 손님의 접점이다. 손님들이 둘러앉은 바는 조리대와 붙어 있어 조리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 손님은 “방금 무슨 양념을 넣었느냐” “저 손님이 주문한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서 종업원과 자연스레 친해진다. 조리대와 홀의 좌석 사이도 2~3m에 불과해 사실상 모든 손님이 조리사와 대화할 수 있다. ‘룰렛 이벤트’로 손님들과 친해지기도 한다. 영업 시작 후 10팀 정도 있을 때 한 손님이 룰렛에 화살을 던져 맞히면 그 메뉴에 따라 모든 테이블에 술이나 음료 한 병씩을 제공하는 것. 이렇게 가게 주인과 종업원, 고객이 친구처럼 어울리며 노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그러면서 손님 가운데 “오술차에서 일하고 싶다”며 문의하는 경우도 생겼다. 본점 매니저로 일하는 김용준(29) 씨도 원래 오술차 고객이었다 가게 운영에 관심이 생겨 일하게 됐다.
    김 공동대표는 “직원은 편할 때 가장 신나게 일한다. 그들이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를 설치해 직원의 동선을 최소화한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바를 나와 홀의 가장 안쪽까지 음식을 나르는 데 두세 걸음이면 족하다. 모든 식재료와 도구는 조리대에서 손만 뻗치면 닿는 곳에 있다. ‘모든 사물은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340여 개 식재료와 집기들의 위치를 정하고 언제든 편히 꺼내 쓸 수 있게 했다.



    조리·서빙 일원화로 책임감 높여

    다음으로 모든 종업원이 조리와 서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보통 음식점에는 조리사와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이 구분돼 있지만 이것 때문에 소통 불능이 생기기도 한다. 음식 맛이 없으면 손님은 서빙하는 종업원에게 화를 내고, 조리사는 고객의 불만을 전달하는 종업원에게 “당신이 요리를 아느냐”고 반응하는 경우다. 오술차는 모든 직원이 음식을 주문받고 조리하며 전달하는 과정을 몸에 익혀 고객의 반응을 빨리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김 공동대표는 “조리 전문인력에 의존하는 것보다 전반적인 가게 운영에 열정 있는 인재를 뽑아 조리와 고객 응대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낫다. 조리, 접객, 가게 분위기 파악이 한 번에 이뤄져야 직원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고, 그것이 업무 효율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오술차는 지금처럼 작은 공간에서 영업하며 가맹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김 공동대표는 “가게가 성공할 때 급히 공간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임대료 등 고정비용이 높아지면 예상치 못한 경제위기에 쓰러지기 때문”이라며 “소박한 공간에서 고객과 친근하게 접촉하는 가게로 남을 것이다. 소자본 창업이 좁은 골목이나 동네 상권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 TO DO LIST ▼1. 고객의 오감을 자극하라
    같은 음식이라도 오감을 얼마나 자극하느냐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다. 똑같은 어묵국물이라도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보다 그릇에 담아 마실 때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릇에 담아 마실 때는 냄새를 맡아 후각을 자극하기 때문. 고객 바로 앞에서 조리하고 서빙하는 것도 같은 이유의 전략이다.



    2. 즐겁게 장사하라
    오술차의 모토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일한다’는 것. 직원이 가게에서 하는 모든 행동이 고객에겐 퍼포먼스다. 즉 직원이 스스로 즐겁게 일해야 고객에게 기쁨의 에너지가 전달된다. 특히 주점은 술이 동일한 품질의 완제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직원의 서비스와 분위기가 성패를 가른다. 이 두 가지를 충족하면 ‘밥집’보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가 훨씬 쉽다.

    ▼ NOT TO DO LIST ▼

    1. 개업식은 하지 말라
    ‘개업식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개업 광고 효과로 손님이 모이면 가게 주인은 스스로 우쭐해하는데, 실은 일시적인 손님일 공산이 크다. 개업식 후 2~3개월이 지나 손님이 뚝 끊기면 가게 주인은 영문도 모른 채 운영난에 빠질 수도 있다. 개업식을 하지 말고 임시오픈 기간을 길게 둬 손님을 조금씩 받으면서 가게 운영 매뉴얼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좋다.

    2. 직원의 동선을 최단 거리로 만들라
    고정비를 낮추려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직원의 걸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먼저다. 직원이 하루 100팀에게 한 걸음을 더 간다면 하루 100걸음이 낭비되는 셈이다. 불필요한 체력 소모가 좋은 서비스로 이어질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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