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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의 밥꽃, 목숨꽃 사랑 24

베트남의 영혼 같은 맛과 향취

밋꽃(잭프루트)

  • 농부작가 flowingsky@hanmail.net

베트남의 영혼 같은 맛과 향취

베트남의 영혼 같은 맛과 향취

나무줄기 중간에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을 간생과(幹生果)라고 한다(위). 나무줄기 아래에도 밋이 주렁주렁. 사진 제공·유형곤 . 사진 제공·유형곤

얼마 전 친구들과 베트남에 다녀왔다. 사실 나는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해외여행에 자신이 없다. 낯선 길, 낯선 잠자리, 낯선 사람, 말이 안 통하니 할 수밖에 없는 손짓과 발짓까지…. 낯선 음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여행을 가려면 이런 환경을 즐겨야 하는데 솔직히 나는 이 모든 것이 어렵다.



거의 왕자병 수준의 여행

그럼에도 꿈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내게 맞는 여행이라면 기꺼이 가리라. 내 마음을 어느 정도 알아주고, 내가 바라는 곳으로 가며, 현지에서 앞뒤가 궁금한 나를 위해 기꺼이 통역을 해줄 수 있는 여행. 그럼에도 돈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여행. 한마디로 ‘왕자병’ 수준의 여행을 꿈꿨다.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오랜 벗들과 일정을 맞춘 것이다. 대학 때 같이 활동했던 동문들. 한때는 세상을 더 정의롭게 하고자 몸과 마음을 다해 열정을 불태웠던 친구들. 거의 30년 만에 보는 진한 만남. 거기다 현지에서 가이드 노릇을 제대로 할 동문이 있으니 금상첨화 아닌가. 이 친구는 2년 동안 베트남 기술전문대에서 교육봉사를 해왔기에 현지 사정을 잘 안다.
여행 일정은 짧았지만 승합차를 빌려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온갖 열대과일을 싼값에 먹어봤다. 바나나, 망고, 자몽, 야자, 용과, 밋(mit), 파파야, 두리안, 쫌쫌(람부탄). 내 입에서 낯선 이름들이 술술 나올 정도니 얼마나 자주 먹었을까. 바나나도 국내에서 먹던 것과는 크기도, 맛도 많이 달랐다. 대체로 작지만 맛은 참 좋았다.
파파야도 맛이 좋지만 밋은 과일이 큼직한데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달달하면서도 쫄깃쫄깃 아삭하다. 더운 나라 여행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는 향기와 식감이랄까. 영어로는 잭프루트(jackfruit)라고 한단다. 우리말로는 ‘큰빵나무’. 나는 한 글자 ‘밋’이란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렇게 여러 열대과일에 익숙해질 무렵 한 사원을 찾았다. 훼(Hue) 시에 있는 티엔무 사원(Chu`a Thien Mu). 한 바퀴 둘러보는데 밋이란 나무에 달린 과일과 꽃이 눈에 띈다. 기다란 수박 같은 과일이 땅바닥이 아닌, 높은 나무에 여기저기 매달리다니 신비로웠다.


베트남의 영혼 같은 맛과 향취

연중 꽃이 피고 열매가 영그는 밋. 희고 검게 말라가는 게 밋 수꽃이고 그 옆 큼지막한 게 암꽃이다. 목말을 타고 밋꽃 사진을 찍는 모습(왼쪽부터). 사진 제공·김광화 사진 제공·김광화 사진 제공·현채원

어딜 가나 일복 많아

농사꾼 처지에서 이 얼마나 반가운가. 바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일단 꽃을 향해 셔터부터 눌렀다. 이 나무는 대충 헤아려도 10m 높이. 내 눈에 들어온 밋과 밋꽃은 대략 3m쯤 높이다. 그 밖에도 줄기를 따라 여기저기 굵어가는 열매가 보인다.
저 꽃을 가까이서도 찍어야 하는데 맞춤한 사다리를 구할 길이 없다. 함께 간 동문들 가운데 키가 제법 크고 뚝심도 좋은 친구한테 목말을 태워달라 했다. 그리하여 가까이서 본 밋 수꽃은 피었다 져 거무튀튀하고, 암꽃은 그냥 밋밋했다.
밋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동문 가운데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안식년 기간이지만 전날에는 베트남 꾸이년(Quy Nhon) 해변에서 지역 젊은이들과 함께 쓰레기줍기운동을 펼칠 정도로 일중독이다. 이 친구가 이날 또 일을 벌였다. 우리 딸이 여행 기념으로 열대과일을 먹고 싶다는 말이 씨가 됐다. 생과일은 반입금지 품목이고, 말린 과일이 아니라면 식물검역소를 통과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말려야 말린 걸로 쳐줄까. 여기저기 알아보니 씨를 뺀 생과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과즙이 나오지 않을 정도면 된단다. 다행이 베트남은 막 우기를 지나 건기에 접어들었고, 마침 한국도 대한 추위라 쉬이 상할 거 같지가 않다.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미 늦은 밤이라 숙소 가까이 있는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큰 마트 두 군데를 찾아 들렀지만 모두 허탕. 다 팔리고 없단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오는데 길거리 야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게 아닌가. 큰 밋 하나를 통째로 샀다. 숙소로 돌아와 곧장 말리기 시작했다. 껍질을 벗긴 다음 씨앗을 분리하고 과육만 펼쳐 말리면 된다. 일을 다 끝내고 나니 밤 12시가 훌쩍 넘었다. 나는 일복을 타고났나 보다. 결국 일상 같은 여행이 되고 말았다. 





베트남의 영혼 같은 맛과 향취

엄청 큰 과일인 밋을 반으로 가른 모습. 사진 제공·김광화

밋(잭프루트) :  뽕나뭇과 빵나무속인 늘푸른큰키나무. 인도 남부가 원산지로 키가 10~20m가량 자란다. 커다란 열매가 줄기나 가지에 직접 열린다. 이런 과일을 간생과(幹生果)라고 하는데 열대우림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들에 많다. 밋은 암수 같은 그루이며, 암수딴꽃. 또한 열매는 뽕나뭇과 특징인 집합과(集合果)로 여러 열매가 모여서 하나의 열매처럼 보이는데, 수정된 뒤 7~8개월쯤 지나면 노란빛을 띤 녹색으로 익는다. 성숙한 나무 한 그루라면 한 해 동안 약 100~200개 열매를 맺는다. 열매 크기는 다양한데 보통 1개 무게가 10kg 안팎이며, 아주 크면 40kg를 넘기도 한다. 특유의 달콤한 향이 있고, 식감도 끈끈하며 아삭하다. 잘 말리지 않으면 쉽게 상한다.
 







주간동아 2016.02.03 1024호 (p104~105)

농부작가 flowings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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