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제 일하고, 인류는 꿈과 이상을…
이번 호로 연재를 마칠까 한다. 내가 쓰고 싶었던 농작물 꽃 가짓수는 50여 개. 올 초까지만 해도 한 해 더 이어서 쓰고 싶었다. 하지만 헛된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얼마 전에 ‘씨를 훌훌 뿌리는 직파 벼 자연재배’라는 책을 내…
201603232016년 03월 21일겨울을 견딘 그대, 이름을 부르고 새겨라
이른 봄에 피는 냉이꽃. 사진 제공·김광화해마다 봄을 맞지만 해마다 다른 것 같다. 하루하루는 그저 그런 거 같은데 말이다. 소한, 대한 지나 입춘, 우수면 봄 냄새가 부쩍 난다. 꽃샘추위에도 언 땅이 슬근슬근 녹으면 정말 하루가 …
201603092016년 03월 04일몸뚱이 동강 나도 피고야 말리니
김선우 시인이 쓴 시 가운데 ‘무꽃’이 있다. 여러 날 집을 비운 뒤 돌아와 문을 연 시인은 누군가 놀다 간 흔적을 읽어낸다. 그게 누굴까. 숨 고르고 찬찬히 살펴본 시인은 버리기 아까워 사발에 담아놓은
201602242016년 02월 23일베트남의 영혼 같은 맛과 향취
얼마 전 친구들과 베트남에 다녀왔다. 사실 나는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해외여행에 자신이 없다. 낯선 길, 낯선 잠자리, 낯선 사람, 말이 안 통하니 할 수밖에 없는 손짓과 발짓까지…. 낯선 음식은 더 말할 …
201602032016년 02월 01일하늘을 향해 솟은 향기로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나무 열매가 얼마나 될까. 손꼽아보면 참 많다. 이 가운데 우리 부부가 우선순위로 둔 게 한 글자로 된 나무들이다. 감, 밤, 배, 잣…. 이렇게 모아보면 괜히 한 글자가 아닌 거 같다. 우리 사람과 함께 오래…
201601202016년 01월 18일세상을 빛나게 한 위대한 생명력
도라지꽃을 보면 강하게 끌린다. 나만 그런가. 우리 민족이라면 다 비슷하리라. 그 이유가 도라지꽃이 예뻐서만은 아닐 것이다. 도라지는 우리 민족과 함께 오래도록 살아왔다. 우리 부모, 부모의 부모, 조상 대대로 우리 몸에는 도라지 …
201601062016년 01월 05일‘까락 무사’ 호위받는 새색시처럼
사람들은 ‘보리’ 하면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보리밥? 나는 까락이 먼저 떠오른다. 까락이란 ‘까끄라기’의 준말로 보리, 밀, 벼 낟알 껍질에서 자라는 수염을 말한다. 까끄라기에 피부가 닿으면 그야말로 깔끄럽다. 곡식 가운데서는 보…
201512232015년 12월 22일수수하지만 더없이 사랑스러워
말랑말랑 곶감이 되어가는 철. 올해는 늦은 비가 자주 와, 곶감 만들기가 어렵다. 검은 곰팡이가 피다 못해 물러터져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감나무는 식구 같은 나무다. 그야말로 식구처럼 사람과 함께 산다. 집 마당 한쪽에서.
201512092015년 12월 07일눈보라 맞으며 생명 끝나는 날까지
식물 한살이에서 큰 갈림길은 서리다. 그것도 된서리. 여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피고 지는 웬만한 꽃들도 서리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이를테면 오이, 호박 같은 작물은 서리가 내리면 동작 그만! 잎은 시들어 말라버리고 더는 꽃을 보…
201511232015년 11월 23일보랏빛의 단아함, 재주도 많으셔라
이 글을 연재하면서 나는 가끔 근본이 궁금하다. 식물은 왜 살까. 번식을 위해서만 산다고 하기에는 뭔가 설명이 부족한 거 같다. 재주 많은 달래를 보면 특히 그렇다. 달래는 대파하고 같은 백합과. 겉보기에는 가느다란 잎 몇 장이 전…
201511092015년 11월 09일노처녀, 그 우아한 몸부림에 대해
달달하니 맛난 시금치. 추운 겨울을 나면서 더 깊은 맛이 든다. 이 시금치에 암수가 따로 있다는 걸 아시는지. 우리 부부는 이를 아는 데 꽤 오랜 세월이 걸렸다. 시금치는 씨앗 형태에 따라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서양종인 공모양과…
201510262015년 10월 26일귀족풍 외모의 애잔한 사랑
식물학을 공부해보니 생각보다 어렵다. 살아 있는 생명이란 얼마나 변수가 많은가. 한마디로 딱 부러지게 말하기 어렵다. 나 자신이 잘 몰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떤 부분은 학자끼리도 의견이 다르고, 아직 밝혀지지 않는 부분도 적잖…
201510122015년 10월 12일무심함이 주는 쉼과 위로
나는 아침 달리기를 즐긴다. 1km 남짓 동네 한 바퀴를 달린다. 그러다 시멘트 벽 틈에서 자라는 풀들을 볼 때면 그 생명력에 감탄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틈에서 낯익은 작물이 꽃을 피우는 게 아닌가. 메밀꽃이다. 수입 농산…
201509212015년 09월 21일붉디붉은 열매에 건강이 담뿍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채소는? 바로 토마토다. 어느덧 우리 일상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채소로 자리 잡았다. 우리 식구 역시 토마토를 좋아한다. 과일처럼 그대로 먹기도 하고, 된장소스를 곁들여 토마토된장샐러드로 먹기도 하며, 무엇…
201509072015년 09월 07일“피어라, 참깨” 깨가 쏟아진다
“열려라, 참깨!” ‘알리바바와 40명의 도둑’에 나오는 주문이다. 보물을 감추어둔 동굴의 문을 여는 마법의 열쇳말이다. 주문치고는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참깨를 알고 보면 신통방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 말이다.참깨는 심…
201508242015년 08월 24일흔하기에 소중한 볼품없어 더 왕성한
요즘 ‘쿡방’이 대세인가. 방송마다 요리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그 나름 뜻이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게 뭘까. 밥상에서 가장 기본은 밥. 나머지 이런저런 반찬은 밥을 잘 먹기 위한 보조가 아니겠나. 그…
201508102015년 08월 10일하루 시작을 환하고 뜨겁게
나는 새벽형 인간이다. 중요한 일들을 주로 새벽에 집중해서 하는 편이다. 새벽에 일어나면 오늘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컴퓨터를 켜고 일을 조금 한 다음 밖으로 나선다. 이때 눈에 띄는 꽃이 있으니 바로 호박꽃이다. 집 …
201507272015년 07월 27일미끈한 배흘림 꽃대 한눈팔지 않는 소박함
양파. 서양에서 온 파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그 서양 채소는 이제 우리네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됐다. 다양한 요리에 양념처럼 들어가고, 제철 양파는 날로 먹어도 맛이 난다. 익히면 달달한 그 맛의 여운이 깊다. 한…
201507132015년 07월 13일바람 불면 제대로 바람나리라
한여름 옥수수밭을 본 적 있는가. 밭고랑 따라 줄 맞춰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이 마치 군부대를 보는 것 같다. 옥수수부대. 이 밭고랑을 따라 천천히 거닐다 보면 마치 부대를 사열하는 지휘관이라도 된 듯하다. 한 그루 잡고서 인사를 …
201506292015년 06월 29일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당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주황색을 띠는 뿌리 부분일 테다. 그만큼 우리는 당근을 먹는 데 익숙하다. 그럼, 꽃은? 우리 식구가 가을에 당근을 가꾼 다음, 다 캐지 않고 밭 한 귀퉁이에 몇 포기 남겨둔 적이 있다. 그…
201506152015년 06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