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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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디붉은 열매에 건강이 담뿍

토마토꽃의 햇살 사랑

  • 김광화 농부작가 flowingsky@hanmail.net

    입력2015-09-07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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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디붉은 열매에 건강이 담뿍

    토마토꽃은 햇살을 잘 받고자 꽃잎을 잔뜩 뒤로 젖힌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채소는? 바로 토마토다. 어느덧 우리 일상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채소로 자리 잡았다. 우리 식구 역시 토마토를 좋아한다. 과일처럼 그대로 먹기도 하고, 된장소스를 곁들여 토마토된장샐러드로 먹기도 하며, 무엇보다 토마토로 소스를 만들어 두고두고 먹는다. 이 토마토소스만 있다면 달걀볶음도 색다르고, 면만 삶으면 파스타 요리도 뚝딱 끝이 난다. 보기도 먹음직스럽고 맛도 좋다.

    그런데 토마토를 기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아니, 까다롭다고 해야겠다. 추워도 당연히 안 되고, 너무 더워도 안 된다. 또 장마철에 비가 며칠 연이어 오면 걱정이 앞선다. 비 그치고 밭에 가보면 어제까지 싱싱하던 토마토 잎이 시들 때가 있다. 장맛비에 뿌리부터 상한 거라 백약이 소용없다. 이럴 때마다 토마토에 대한 공부는 더 깊어지고 관찰하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난다. 알고 보니 토마토는 빛을 참 좋아하는 식물이다. 꽃이 필 무렵에는 그 모습을 맨눈으로도 생생하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다이빙하듯 꽃잎을 펴고

    토마토꽃에는 꿀이 없고 꽃가루조차 그리 활발하게 날리지 않는다. 오죽하면 꽃가루받이를 돕기 위해 꽃이 필 무렵 토마토를 줄기째 흔들어주라고 할 정도일까. 큰 규모로 농사짓는 곳은 일부러 수정을 돕는 벌을 넣기도 한다. 그럼, 토마토는 자기 나름대로 꽃가루받이를 잘하고자 어떤 노력을 할까. 먼저 기본 상식부터 알아보자.

    토마토꽃은 노란 통꽃이다. 꽃자루 하나에 여러 송이가 차례차례 핀다. 꽃 한 송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운데 암술 하나를 수술 6개가 빙 둘러 감싸고 있다. 처음 피기 시작할 때는 암술이 수술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건 꽃밥이 준비가 덜 됐기 때문. 그러니까 아직 꽃가루가 충실하게 영글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때 절대적으로 중요한 게 햇살이다. 햇살을 잘 받아야 꽃가루가 충실하게 된다. 아침 햇살이 오르고 점점 빛이 강해지면 토마토는 꽃잎을 움직인다. 오므렸던 꽃잎을 아침부터 조금씩 펼치기 시작한다. 햇살이 강해지는 오전 9시쯤 꽃잎이 꽃술과 직각이 될 정도로 펼쳐진다. 보통 다른 꽃들은 이 정도면 활짝 핀 상태로 더는 펼치지 않는다.

    그런데 토마토꽃은 그렇지 않다. 햇살 따라 계속 움직인다. 꽃잎을 점점 뒤로 젖힌다. 기지개를 켜듯, 만세를 부르듯 젖힌다. 한낮이 되면 꽃잎은 최대한 뒤로 젖혀진다. 햇살을 남김없이 받으려는 꽃술의 몸부림이다. 이때 모습을 한 발 물러나서 보면 마치 수영선수가 물속으로 다이빙하기 위해 두 손을 머리 위로 가지런히 모으고 물을 향해 들어가려는 자세에 가깝다.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암술은 꽃가루가 영근 상태를 점검하면서 서서히 수술 사이를 뚫고 나와 꽃가루받이를 하는 거다. 수정 벌 역시 이렇게 꽃잎을 활짝 뒤로 젖힌 꽃들을 찾아다닌다.

    붉디붉은 열매에 건강이 담뿍

    잘 익은 토마토를 먹을 때면 해를 먹는 기분이다. 꽃이 진 뒤 시든 꽃잎 꽁무니에서 아기 토마토가 자란다. 유치원에서 아이들 교육용으로 키우는 방울토마토(왼쪽부터 시계 방향).

    해를 품은 채소

    어렵사리 꽃가루받이를 끝낸 토마토꽃은 이제 꽃잎을 닫는다. 서서히 꽃잎이 노란빛에서 흙빛으로 바뀐다. 꽃이 져서 아쉬울 수 있는 순간이지만 꽃잎 꽁무니에는 어느새 콩알만한 아기 토마토가 꽃받침의 보호 아래 모습을 드러낸다.

    아기 토마토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토마토가 햇살을 워낙 좋아해서일까. 다 익으면 겉도 붉지만 속도 붉다. 토마토에는 붉은색을 내는 천연색소인 리코펜이 유난히 많다. 이 리코펜은 항산화작용이 뛰어나고 항암효과가 있으며 노화방지에도 도움이 된단다. 유럽에 ‘토마토가 붉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래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토마토가 건강에 좋다는 뜻이다.

    토마토는 햇살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습하면 맥을 못 춘다. 그래서 토마토에게 여름 장마는 고난이다. 우리나라는 노지에서 토마토를 기르기 어려워 비가림재배를 많이 한다. 토마토에 견줘 야생성이 좀 더 강한 방울토마토는 기르기 쉬운 편이다. 여건이 된다면 작은 텃밭이나 하다못해 화분에라도 방울토마토 두어 포기를 길러보길 권한다. 꽃 보는 재미도 좋지만 열매는 더 화려하다.

    여름이 시작되는 5월, 토마토 모종을 심으면 여름 기운을 먹고 토마토가 쑥쑥 자라 한여름 푸른 잎 사이에서 빨갛게 익은 채 기다리고 있을 거다. 이글거리는 텃밭에서 갓 따낸 붉은 토마토. 그런 토마토를 한입 베어 물면 해를 먹는 기분이다. 덜 익은 열매를 따서 뒤에 숙성시킨 토마토하고는 견줄 수 없는 맛일 터이다.

    붉디붉은 열매에 건강이 담뿍

    토마토된장샐러드. 토마토와 된장은 궁합이 잘 맞는다.

    토마토 : 남미 안데스 산맥 고원지대가 원산지로 가짓과 식물. 원산지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풀. 키는 1~2m 남짓 자란다. 곁가지를 많이 내며, 줄기가 땅에 닫으면 그곳에서 뿌리가 나온다.

    꽃은 보통 5월부터 피기 시작해 9월까지 이어진다. 꽃자루는 처음에는 8~9마디에서부터 생기고 그다음부턴 3마디 간격으로 달린다. 꽃자루마다 5송이 내외 꽃이 핀다. 꽃 한 송이 크기는 2cm 남짓, 꽃잎은 6조각으로 갈라진 통꽃이며 꽃받침은 6개. 열매는 과육과 물이 많고 속에 씨가 들어 있는 장과로 6월부터 붉은빛으로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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