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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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엔 金 베팅?

중국발 금융위기에 안전자산으로 관심 급증…달러화 강세에 금 투자 매력 반감

  • 손재현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jaehyun.son@dwsec.com

    입력2015-09-07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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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엔 金 베팅?

    중국발(發)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이지만 금이 중·장기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상반기에 23%나 급등했던 상하이 종합지수는 7월 이후 2개월 동안 25% 급락하며 연초 수준 이하까지 후퇴했다. 게다가 경제지표의 잇따른 부진으로 중국의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7%를 지켜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10%를 상회하는 성장으로 글로벌 수요 증가를 주도하던 중국의 성장률 둔화는 선진국이나 이머징 주식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고, 7월 이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 주가지수는 6% 하락했다.

    이 같은 중국발(發) 경기 불안과 주식시장의 부진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금은 화폐 기능을 할 수 있고, 단위부피당 가치가 높아 지정학적 불안이나 위기 우려가 확대될 때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2008년 하반기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한 글로벌 복합위기 국면에서도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위용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나 미국 S·P500 지수, 한국 코스피(KOSPI) 등 주요 위험자산의 가격이 2008년 1년간 40~60%가량 급락했지만 금값은 오히려 동기간 6% 상승했다. 현 상황에서 중국발 위기가 닥쳐온다면 금은 또다시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을 발휘할 수 있다.

    美 기준금리 변동 예의주시해야



    그러나 이 같은 불안이나 위기 가능성만을 감안해 금 투자에 섣불리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당장 9월이 될지 12월이 될지 불확실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고, 향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달러화 가치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금을 안전자산이라고 했지만 역사적으로 금값 등락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달러화 가치다. 금은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이나 자산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으로서 금이 부각되는 국면은 극단적인 위기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때다. 즉 단번에 시장에 강한 충격을 줄 만큼 급진적인 중국발 위기가 닥치지 않는다면 달러화 강세 국면에서 금값이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

    골드만삭스, 바클리스 같은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은 1유로와 1달러의 가치가 같아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속도는 빠르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진다면 달러화 가치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12달러 수준이다.

    국제시장에서 금은 트로이온스(troy ounce·31.1035g)당 1100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서 거래된다. 그런데 당장 올해 4분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면 금값은 1100달러 이하로 하락할 전망이다.

    현재의 금값 역시 2013년부터 추세적 하락세가 이어진 결과다. 2013년 4월 골드만삭스가 기존의 태도를 바꿔 금에 대한 매도 추천 의견을 냈고, 5월에는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던 벤 버냉키가 처음으로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을 언급하면서 금값은 2013년 2분기 25%나 급락했고, 현재까지도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위기 직후에는 안전자산으로, 이후에는 양적완화 국면에서의 유동성에 힘입어 금값은 2012년까지 12년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2013년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기점으로 추세적 약세장(Bear Market)으로 변모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12년 연속 상승 후 2년 연속 하락했고, 올해도 연초 대비 6% 하락했다.

    위기엔 金 베팅?

    8월 중순 중국발 금융쇼크 여파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했다. 중국발 금융위기론은 증권가에서 계속 거론되고 있다.

    디플레이션 장기화 전망

    물가상승을 방어하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부각되기 힘든 상황이다. 수년간 90~100달러를 오가며 고공비행을 하던 국제유가가 1년 사이 폭락했고, 현재는 배럴(159ℓ)당 50달러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곡물값 역시 2012년 여름 미국에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오면서 급등한 이후 3년 이상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미국의 곡물 작황이 양호하고 공급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어 곡물값 급등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높지 않다.

    오히려 최근 시장 분위기는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의 장기화를 더 우려하고 있다. 잠재적인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외하면 이래저래 금의 매력이 부각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고,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금은 상징적인 가격인 1000달러의 지지가 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먼저 금값이 일시적으로 변동성을 높이며 하락할 때는 보석용, 투자용 수요가 탄력적으로 반응하면서 가격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례로 2013년 2분기 금값이 급락하자 중국과 인도의 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금괴(골드바) 수요는 당시 1년 동안 80% 급증하기도 했다. 1000달러 근방에서는 이 같은 수요의 탄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금광기업들의 생산비용 역시 1000달러 근방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 금리인상을 기점으로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달러화 강세 흐름이 이어진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1000달러도 절대적으로 안전한 수준은 아닐 수 있다. 현 상황에서 금값이 상승하려면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위기가 필요하다. 하반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예상을 하회하고 위기론이 힘을 얻는다면 금값은 달러화의 강세에도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 근거한 금 투자는 보통 수준이 아닌, 공포감을 주는 위기의 발생에 베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몇 년간 달러화 강세에도 금값이 동반 상승한 경우는 앞서 언급했던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외에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2012년 미 신용등급 강등과 디폴트 우려, 최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졌을 때다.

    즉 금은 강도가 제일 높은 위기에 가장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최극단의 안전자산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 구조적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장기화 등이 경제 활동의 활력을 약화하고 위기를 촉발할 개연성을 높이는 요인일 것으로 판단되기는 하지만, ‘위기’에 베팅하는 금 투자에 대해서는 달러화 강세의 무게가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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