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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스웨덴 NATO 가입, 러시아 ‘뒤통수’ 노린다

발트해 봉쇄로 러 해상 확장 저지… 북극권 에너지 개발 독점도 막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핀란드·스웨덴 NATO 가입, 러시아 ‘뒤통수’ 노린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의사를 밝힌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왼쪽)과 산나 마린 총리. [핀란드 정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의사를 밝힌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왼쪽)과 산나 마린 총리. [핀란드 정부]

핀란드 국민은 대부분 옛 소련과 벌인 ‘겨울전쟁(Winter War)’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잘 알고 있다. 소련은 1939년 11월 30일 국경지대 영토 교환과 주요 항구 임대 요구를 거부한 핀란드를 전격 침공했다. 병력 54만 명, 전차 2400대, 야포 2000문, 항공기 1000대를 동원한 대규모 공격이었다. 핀란드군은 소총으로 무장한 30만 병력과 항공기 100여 대로 맞섰다. 1940년 3월 13일까지 계속된 이 전쟁에서 핀란드군은 2만5000여 명의 병력을 잃었지만 산림과 호수, 늪지로 이뤄진 지형과 영하 40도에 달하는 혹한을 이용해 게릴라 전술을 구사하며 소련군의 공격을 버텨냈다. 소련군 전사자는 12만6000여 명이나 됐다. 그럼에도 국력 열세를 견디지 못한 핀란드는 소련에 사실상 항복하고 영토의 12%를 넘겨줬다.

‘겨울전쟁’ 악몽 떠올린 핀란드 국민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 편에 섰지만 소련의 승리로 빼앗긴 땅을 회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소련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핀란드가 1948년 소련과 맺은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에는 소련이 침공받을 경우 지원한다는 안보 협력 조항이 포함돼 있다. 외교·안보적으로 중립국을 표방했지만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소련의 영향력을 인정한 셈이다. 소련과 1300㎞에 달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시 핀란드의 선택을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고 부른다. 핀란드화란 약소국이 인접한 강대국 눈치를 보면서 국익을 양보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핀란드는 냉전 시절 소련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았고, 소련이 붕괴한 1989년 이후에도 후신인 러시아와 우호관계 유지를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상정하며 중립 노선을 고수해왔다. 핀란드가 서방 군사동맹체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핀란드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부터 나토와 협력관계를 늘려왔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핀란드 국민의 안보 불안이 고조됐다. 겨울전쟁의 악몽 때문이다. 핀란드 국민은 대부분 러시아의 침공을 막으려면 나토라는 큰 울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토 가입에 동의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76%에 달한다. 반대는 12%뿐이었는데, 6개월 전만 해도 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여론은 20%에 불과했다. 1985년에 태어나 현재 37세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2020년대에도 전쟁이 유럽에서 엄연한 현실로 남아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며 국민이 느끼는 전쟁의 공포를 공유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모습이 83년 전 소련의 침공을 받은 핀란드와 ‘판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핀란드 정부와 의회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나토 가입을 결정했다. 74년 만에 중립국 지위를 폐기한 것이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핀란드 안보 상황을 변화시켰다”며 나토 가입 결정 이유를 밝혔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이런 결정을 통보했다.

스웨덴 “중립이 우리 미래에 도움 안 돼”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나토군의 ‘콜드 리스펀스’ 훈련을 시찰하고 있다.[노르웨이 국방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나토군의 ‘콜드 리스펀스’ 훈련을 시찰하고 있다.[노르웨이 국방부]

스웨덴 입장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는 핀란드와는 달리 바다(발트해)로만 400여㎞나 떨어져 있는데도 나토 가입을 결정했다. 발트해에서 가장 큰 섬인 스웨덴령 고틀란드가 자칫하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제주의 1.7배 크기(면적 3184㎢, 인구 5만7000명)인 고틀란드는 스웨덴과 90㎞, 러시아 발트함대 사령부가 주둔하는 칼리닌그라드와 330㎞ 떨어져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전략폭격기와 전투기들을 동원해 고틀란드 앞 스웨덴 영공 38㎞ 지점까지 진입한 뒤 모의 핵폭탄을 투하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스웨덴은 1814년 노르웨이와 전쟁을 끝으로 군사동맹에 가입하거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다. ‘평시 비동맹, 전시 중립’ 원칙을 208년간 고수했다. 제1·2차 세계대전은 물론, 미·소 냉전 시대에도 중립을 지켰다. 이런 스웨덴에서도 국민의 57%가 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나토 가입은 국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면서 “중립국 지위가 스웨덴에 도움이 돼온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의 우리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나토는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나토 30개 회원국 의회가 만장일치로 이 결정을 비준해야 정식 회원국이 될 수 있다. 양국이 나토 일원이 되면 유럽 안보 지형은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들과 맞댄 국경선이 현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573㎞에 이른다. 특히 러시아는 발트해에서 이뤄지는 군사·경제 등 해상 활동을 전면 봉쇄당할 수도 있다. 러시아가 유럽 지역에서 겨울철에도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부동항은 폴란드 북부에 위치한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있다. 러시아 함정들은 지금까지 발트해에서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했지만, 양국이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발트해 봉쇄에 나설 경우 항행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 발트해는 북해로 나갈 수 있는 통로이자 유럽과의 중요한 무역로다. 반대로 유럽 입장에서 발트해는 러시아가 해상을 통한 세력 확장에 나설 경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길목이다.



더욱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북극해 지역의 세력 균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북극과 북극해의 자원 개발, 항로 등을 조율해온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에서 ‘왕따’를 당할 수 있다. 1996년 설립된 북극권 협의체인 북극이사회는 러시아,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미국, 캐나다 등 8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이사국이 나토 회원국이다. 러시아를 제외한 북극이사회 7개국은 이미 3월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가 참석한 북극이사회의 모든 회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발트해에서 핵 모의공격 진행한 러시아

북극해 연안의 60%를 차지하는 러시아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그동안 북극해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 개척과 북극권 자원 개발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북동항로는 태평양에서 베링해협을 지나 러시아 북쪽 해안을 거쳐 대서양에 이르는 바닷길을 말한다. 북동항로를 이용해 한국 부산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운항할 경우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한 운항보다 거리는 32%, 운항 일수는 40일에서 30일로 줄일 수 있다. 나토는 핀란드와 스웨덴에 잠수함을 비롯해 각종 함정과 F-35A 스텔스 전투기 등을 배치해 바로 이 북동항로의 통행을 견제함으로써 러시아의 ‘뒤통수’를 노릴 수 있다. 또 북극 지역은 석유 매장량이 900억 배럴, 천연가스는 47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촌의 마지막 자원 보고(寶庫)다. 이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는 전 세계 매장량의 22%나 된다. 나토는 향후 러시아의 이 지역 에너지 개발 독점도 막을 수 있다.

나토는 앞으로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회원국에 대규모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는 등 본격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포위망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나토는 이미 3월 10일부터 병력 3만 명을 동원해 노르웨이에서 ‘콜드 리스펀스(Cold Response)’라는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참가한 이 훈련은 냉전 시대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북유럽에서 군사강국으로 평가된다.

반면 러시아도 군사 대응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군은 5월 4일 칼리닌그라드에서 핵탄두가 탑재된 이스칸데르-M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발트해에서 핵 모의공격을 진행한 것으로, 핀란드와 스웨덴을 겨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연내 북방함대에 새롭게 고성능 무기체계를 500대 이상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북방함대는 북극해를 주요 작전 지역으로 삼아 활동하는 러시아의 핵심 해상 전력이다. 요하너스 피터스 독일 킬대 안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북방함대는 전통적으로 러시아 해군의 심장과 같은 전력”이라면서 “핵잠수함과 전투함 등 최고 성능의 시스템으로 무장한 함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방의 강력한 제재조치로 러시아군 전력이 약화하고 있어 러시아 북방함대가 첨단무기로 무장할지는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나토 확장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이는 오히려 핀란드와 스웨덴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나토 확대를 불러온 셈이 됐다.





주간동아 1340호 (p49~51)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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