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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 없는 것만 판다! 온라인 핸드메이드 장터 ‘엣시’

[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수제 마스크 판매로 코로나19 특수… 남성 고객 확보가 과제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아마존에 없는 것만 판다! 온라인 핸드메이드 장터 ‘엣시’

엣시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중개하는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로, 1억2000만 가지가 넘는 제품이 사고 팔린다. [사진 제공 · 엣시]

엣시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중개하는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로, 1억2000만 가지가 넘는 제품이 사고 팔린다. [사진 제공 · 엣시]

엣시에는 창의적인 핸드메이드 제품이 올라오고, 판매자는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 [사진 제공 · 엣시]

엣시에는 창의적인 핸드메이드 제품이 올라오고, 판매자는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 [사진 제공 · 엣시]

낯선 동네를 여행하는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는 동네 가게들을 둘러보며 그곳 주민들이 만든 에코백이나 팔찌, 쿠키 같은 물품을 구경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네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장터가 있다면? 고객은 편리하게 지구촌 구석구석의 특색 있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고, 판매자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처를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현한 미국 스타트업이 ‘엣시(Etsy)’다. 엣시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핸드메이드 제품을 중개하는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다. 수제 품 중심으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국내 카카오메이커스, 아이디어스와 유사한 온라인 장터지만,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엣시는 750만 명 넘는 활성 판매자와 1억 명 이상의 활성 구매자를 보유 중이다. 이 플랫폼에서 사고 팔리는 제품은 1억2000만 가지가 넘으며, 거의 모든 국가에서 엣시를 통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엣시는 뉴욕 브루클린 태생의 기업이다. 뉴욕의 대표 관광명소인 브루클린브리지를 걷다 보면 브루클린 초입에 큼지막한 오렌지색 엣시 사이니지(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가 걸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 동네 오래된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수제품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던 로버트 칼린이 2005년 25세 나이에 회사를 설립했다. 칼린은 뉴욕에서 인디 공예 운동(Indie Craft Movement)이 활성화되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공예가들을 위한 디지털 장터를 만들고자 했다. 사명 ‘엣시’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8과 ½’에서 배우들이 이탈리아어로 “에 시(et si)”라고 말하는 데서 따왔다. “아, 그래(Oh, yes)”라는 뜻이다. 엣시는 라틴어로는 ‘그리고 만약(and if)’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미국 뉴욕의 대표 관광명소인 브루클린브리지를 걷다 보면 브루클린 초입에서 엣시 본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 제공 · 강지남]

미국 뉴욕의 대표 관광명소인 브루클린브리지를 걷다 보면 브루클린 초입에서 엣시 본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 제공 · 강지남]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을 위한 아고라

엣시는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판매자 1만 명과 구매자 4만 명을 확보하며 유의미한 성장을 이뤘다. 엣시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핸드메이드 의류와 도자기, 가구 등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을 위한 아고라”, 정보기술 잡지 ‘와이어드’는 “대형 유통업체의 비개인화된 환경에 맞서 개인의 힘과 목소리를 되살리고자 하는 문화 운동”이라고 호평했다. 엣시는 서비스 개시 2년 만인 2007년 여름 100만 번째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엣시의 매출원은 크게 두 가지다. 판매자에게 판매 대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transaction fee)로 부과하고, 판매자가 제품을 등록할 때마다 개당 0.2달러 비용을 받는다. 이러한 매출 구조로 창업 5년 차인 2009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 9700만 달러(약 1176억 원)를 달성한 뒤 2015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하지만 갈수록 경영이 어려워져 2016년 매각 위기에까지 처했다. 엣시 이사회는 매각 대신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택했다. 수익을 따지기보다 다분히 예술가적 기질로 공예가 커뮤니티 구축에 더 관심이 많은 칼린을 CEO에서 해고했다. 이후 스탠퍼드대 MBA 및 이베이 출신인 조슈아 실버먼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2017년 엣시 CEO로 취임한 실버먼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들을 정리하는 한편, 엣시의 검색도구 및 고객 서비스 개선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 결과 엣시 연매출은 2018년 6억400만 달러(약 7320억 원)에서 2019년 8억1800만 달러(약 9920억 원)로 35% 성장했다.

이듬해 터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엣시에게 기회가 됐다. 2020년 3월부터 미국에 마스크 수요가 폭증했지만, 팬데믹발(發) 물류난으로 마스크 수입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에 실버먼은 무엇이든 손으로 만들어내는 데 재능이 뛰어난 엣시 판매자들에게 천마스크 재료 및 디자인에 관한 정보를 담은 e메일을 발송했다. 하루 만에 판매자 1만 명이 핸드메이드 마스크를 엣시 플랫폼에 업로드했다. 엣시의 마스크 판매자는 2주 만에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2020년 말까지 엣시에서는 약 900억 원어치의 마스크가 거래됐다. 마스크는 엣시 매출의 7%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 됐다.

한편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엣시 내 판매자들은 수제 가구나 아트 제품, 장난감 등을 예전보다 더 많이 만들었다. 오프라인 가게를 접고 아예 엣시로 판매 창구를 옮기는 이들도 생겨났다. 집 안에서 일하고 여가 시간을 보내며 자녀를 돌보는 엣시 고객들의 핸드메이드 제품 구매 역시 증가했다. 2020년 엣시 매출은 17억2600만 달러(약 2조1000억 원)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2021년 매출도 23억2900만 달러(약 2조8250억 원)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애플 앱스토어에서 엣시 애플리케이션(앱)은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 중 7위를 차지했다.

‘디팝’ 인수로 패션 리세일에도 진출

엣시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웨딩 부케 영구 보존 액자. [사진 제공 · 엣시]

엣시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웨딩 부케 영구 보존 액자. [사진 제공 · 엣시]

엣시에 올라온 제품은 아마존과는 사뭇 다르다. ‘BTS’를 검색하면 방탄소년단 멤버의 이름과 사진, 노래 제목 등을 넣은 후디, 스티커, 머그, 열쇠고리 등이 무수히 올라온다. 거의 모든 것이 핸드메이드 제품이고, 판매자는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결혼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밀레니얼 신부들이 결혼식 준비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장터 중 하나가 엣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엣시에서 기성품과 달리 특색 있고 자기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수제 티아라, 케이크 스탠드, 하객에게 줄 선물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웨딩 부케에 사용된 꽃을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특수 액자도 엣시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다. 또한 엣시는 핸드메이드 제품 외에 중고품 거래에도 특화돼 있다. 중고 의류와 빈티지 가구, 식기 등의 거래 또한 활발하다. 일례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주얼리 디자이너 세라 브라운은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아네스베(Agne‵s B)의 중고 카디건을 엣시의 말레이시아 판매자로부터 구매했다고 한다.

실버먼이 CEO로 취임한 후 엣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에도 나서고 있다. 악기 및 음악기기 온라인 거래 플랫폼 ‘리버브(Reverb)’와 남미 최대 핸드메이드 제품 거래 플랫폼 ‘엘로7(Elo7)’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여름에는 Z세대로부터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영국 패션 리세일 플랫폼 ‘디팝(Depop)’을 인수했다. 엣시는 이러한 적극적인 인수를 통해 시장 및 사업을 다각화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고 사람들이 다시 야외 활동을 늘리면서 엣시 성장세는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7억1710만 달러(약 8691억 원) 매출을 낸 엣시는 올해 1분기 매출을 이보다 적은 6만 달러 이하로 예상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 50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지난해 300달러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가 향후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로 현재 130달러까지 내려온 상태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이하는 엣시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현재 판매 대금의 5%인 거래 수수료를 6.5%로 인상하기로 했다. 수수료 수입이 그대로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출 신장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판매자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엣시는 수수료 인상으로 확보한 자금을 신규 고객 유치 및 고객 서비스 개선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엣시는 배송이 느리기로 악명이 높은데, 이를 개선하고자 판매자들의 배송 진행 상황을 고객에게 공개하는 프로세스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남성 고객 확보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매자와 구매자의 80%가 여성일 정도로 엣시는 여성 이용자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은 플랫폼이다. 실버먼은 언론 인터뷰에서 “엣시는 남성 고객에게 어필할 만한 제품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프로풋볼(NFL)을 포함해 남성이 선호하는 채널에서 광고를 하는 등 남성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활동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334호 (p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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