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1

2022.03.18

은행과 손잡고 급부상한 미국 핀테크 ‘업스타트’

[강지남의 월스트리트 통신] 신용평가 자동화한 AI 대출 플랫폼… 자동차·모기지 대출로 확장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입력2022-03-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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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업스타트]

    [사진 제공 · 업스타트]

    핀테크(금융+기술)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기존 은행 말고도 돈 빌릴 곳들이 생겼다. 인터넷전문은행 3곳을 비롯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등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핀테크가 활동 영역을 넓힐수록 기존 은행은 고객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 은행과 핀테크는 불가분의 경쟁 관계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 전략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과 손잡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 핀테크업체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AI) 기반 대출 플랫폼 ‘업스타트(Upstart)’다. 업스타트는 개인의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AI 및 기계학습으로 종합 분석해 신용도를 평가하고, 그것에 맞는 무담보 신용대출상품을 제공한다. 그런데 직접 대출상품을 판매하기보다 기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상품을 추천해준다. 다시 말해 자동화된 신용평가 기술을 매개로 개인과 금융기관을 중개하는 것이다. 업스타트 측은 “은행이 되지 않는 것이 우리 세계관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업스타트는 지난해 8억4900만 달러(약 1조540억 원)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64% 성장했다. 순이익은 1억3500만 달러(약 1670억 원)로 전년 대비 2000% 이상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기대 이상 성장세를 보이는 업스타트가 미국 핀테크업계의 새로운 강자가 될 것이라고 본다. 직접 은행업에 뛰어들어 기존 금융사들과 경쟁하는 ‘소파이(SoFi)’나 ‘렌딩클럽(LendingClub)’보다 업스타트의 ‘협업’ 전략이 더 유효할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기반 대출 플랫폼 ‘업스타트’. [사진 제공 · 업스타트]

    인공지능(AI) 기반 대출 플랫폼 ‘업스타트’. [사진 제공 · 업스타트]

    1600여 개 데이터 포인트로 신용 위험 평가

    업스타트는 2012년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만든 회사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으로 현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데이브 지로아드는 구글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담당한 구글 엔터프라이즈(구글 워크스페이스) 사장 출신이다. 구글 이전에는 애플에서도 일했다. 지로아드는 미국 금융기관들이 사용하는 신용평가 방식이 매우 구식이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AI 및 기계학습 기술로 기존 방식을 대체할 신용평가 모델을 만든다면 더 많은 사람이 합리적이고 합당한 이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업스타트에 따르면 미국인의 80%는 대출을 한 번도 연체한 적 없지만, 그중 48%만 우대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미국 금융기관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용 점수는 1989년 페어아이작사(Fair Isaac Corporation)가 도입한 피코(FICO) 점수다. 보통 300~850점으로 평가되는 피코 점수는 과거 금융 이력을 기반으로 산정된다. 대출금 납부를 연체하거나 파산한 적이 있는지, 신용 한도 대비 현재 부채 금액이 얼마인지, 금융 거래 신용을 쌓은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바탕으로 개인의 신용 점수를 매긴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이민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업스타트는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도를 산출한다. 은행 거래 같은 금융 정보 외에도 학력, 직업, 생활비 등 1600여 개 데이터 포인트를 취합해 개인의 신용 위험을 파악한다. 피코 점수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신용평가 모델에 반영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업스타트 측은 “피코 점수가 과거를 평가하는 것이라면 우리 모델은 고객이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기존 신용평가체계와 차이점을 설명한다.



    업스타트는 금융 정보 외에 학력, 직업 등 1600여 개 데이터 포인트를 취합해 신용 위험을 파악한다. [업스타트 홈페이지 캡처]

    업스타트는 금융 정보 외에 학력, 직업 등 1600여 개 데이터 포인트를 취합해 신용 위험을 파악한다. [업스타트 홈페이지 캡처]

    업스타트는 자사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자동 산출된 고객 신용도에 따라 대출상품을 알선한다. 대출금 규모는 1000~5만 달러(약 124만~6200만 원)이며, 3.09~35.99% 이율로 3~5년 거치 조건의 대출상품을 취급한다. 업스타트에 따르면 대출 신청부터 대출금 입금까지 과정에서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는 자동화 비율은 70%다. 고객은 대부분 추가 서류 제출 없이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대출 승인을 받고 1영업일 내 대출금을 입금받는다.

    이러한 무담보 신용대출 중 업스타트가 직접 대출해주는 비율은 2%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98%는 제휴 금융기관의 대출이다. 업스타트는 대출을 중개하는 대가로 금융기관과 고객 양쪽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간편한 신용평가로 금리가 좀 더 저렴한 대출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은 업스타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대출 적격 고객을 확보하는 이점을 누린다. 실제로 업스타트 측에 따르면 업스타트의 신용평가 모델은 기존 모델보다 26% 많은 대출 승인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대출자들은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았다.

    세계 모든 금융사의 기술 파트너가 비전

    업스타트는 대출 신청부터 대출금 입금까지 자동화 비율이 70%다. [사진 제공 · 업스타트]

    업스타트는 대출 신청부터 대출금 입금까지 자동화 비율이 70%다. [사진 제공 · 업스타트]

    업스타트와 파트너십을 맺는 은행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12월 나스닥 상장 당시 10여 곳이던 제휴 은행이 현재 42개로 늘었다. 이 중 7개 은행은 업스타트의 신용평가 모델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최소한의 피코 점수조차 요구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무담보 신용대출 시장에서 업스타트의 점유율은 17%로 렌딩클럽(13%), 소파이(7%)보다 앞선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이 업스타트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은 업스타트 사업 모델의 확장성 때문이다. 업스타트의 신용평가 모델이 미국 무담보 신용대출 시장에서 유효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같은 모델을 미국 외 시장에, 그리고 또 다른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업스타트는 “세계 모든 금융기관의 기술 파트너가 되는 것이 우리 목표이며, 이러한 파트너십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광범위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비전에 따라 업스타트는 우선 자동차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 소프트웨어 ‘프로디지소프트웨어(Prodigy Software)’를 인수해 자동차 대출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대출의 매출 비중은 아직 낮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대출이 신용대출을 능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무담보 신용대출 시장 규모가 960억 달러(약 119조 원)인 데 반해, 자동차 대출 시장 규모는 이보다 7배 큰 7270억 달러(약 902조7160억 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업스타트는 2023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미국 내 모기지 시장 규모가 46억 달러(약 5조7118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업스타트가 아직 개척하지 않은 영토가 매우 광활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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