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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ℓ수돗물에 락스 한 뚜껑이면 충분… 비싼 제품에 속지 마세요”

화제의 락스 게시판 운영자 김춘재 유한클로락스 과장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1ℓ수돗물에 락스 한 뚜껑이면 충분… 비싼 제품에 속지 마세요”

  • ●락스 희석액은 WHO와 질본이 권하는 코로나19 소독제
    ●손소독제 대용으로 사용해선 안 돼
    ●“비싸서 더 강력하지만 편리하고 안전한 살균 · 소독 물질은 없어”
    ●“사무실 소독할 땐 밖으로 나가세요”
락스 희석액을 제조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김춘재 유한클로락스 과장. [조영철 기자]

락스 희석액을 제조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김춘재 유한클로락스 과장. [조영철 기자]

‘승강기 버튼과 방 문고리의 코로나19 소독을 위한 편리한 제품과 방법을 알려주세요.’(질문) 

‘안타깝게도 그런 제품과 방법은 없습니다. 만약 있다면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지금과 같이 힘겨워할 이유가 없습니다.’(답변) 

‘바닥 소독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질문) 

‘바닥 살균·소독은 중요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감염성 물질은 대부분 손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데, 거실바닥과 방바닥을 손으로 쓸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발가락으로 얼굴을 만지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답변)


유한클로락스 홈페이지 게시판은 고객의 문의에 친절하면서도 정확하게, 자세하면서도 다정하게 답변해주는 것으로 꽤 유명하다. 정말 락스로 과일과 채소를 씻어도 되는지, 화장실을 락스로 닦아도 반려묘에 유해하지 않은지, 락스 냄새는 왜 나는 것인지 등 질문과 답변이 활발하게 오간다. 그런데 최근 이 게시판이 ‘생활 속 코로나 퇴치법’을 토의하는 장(場)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질병관리본부(질본)가 2월을 전후해 차아염소산나트륨, 즉 ‘가정용 락스’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는 환경소독제 가운데 하나로 발표했기 때문이다(Tip 참조). 3월 25일 서울 마포구 유한클로락스 본사에서 게시판 운영을 맡고 있는 김춘재(41) 과장을 만났다.




하루 방문자 3만 명 넘기도

유한클로락스 인터넷 고객 게시판(왼쪽)과 이 게시판에 올라온 코로나19 관련 질문들.

유한클로락스 인터넷 고객 게시판(왼쪽)과 이 게시판에 올라온 코로나19 관련 질문들.

자기소개를 해달라. 

“유한클로락스 마케팅팀에서 팀장님과 함께 유한락스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게시판 운영은 이렇게 한다. 고객이 질문 글을 올리면 경기 화성시에 있는 연구소에 관련 내용을 물어 답변 초안을 작성한다. 그리고 연구소로부터 정확하게 작성했는지 확인받은 뒤 게시판에 올린다. 경영학을 전공해 화학은 잘 모른다. 하지만 게시판에 직접 답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가량 지나니 전문지식이 꽤 많이 쌓이더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게시판 방문자가 많이 늘었나. 

“일평균 방문자가 1500~2000명 수준이었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에는 3만 명 이상으로 폭증했다. 지금도 4000명 수준으로 평시보다 2배 이상 많다.” 

락스가 정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하나. 

“우리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직접 실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다만 과거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제거에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다. 이들 바이러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번에 WHO와 질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제거용 환경소독제 가운데 하나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포함시킨 것 같다.” 

올바른 소독법은 이렇다(코로나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3판). △창문을 열고 △보건용 마스크(KF94 및 동급)와 장갑을 착용하며 △소독제를 천에 적신 후 사람의 접촉이 많은 부위를 닦고 △10분 뒤 깨끗한 물을 적신 천으로 닦아낸다. 차아염소산나트륨 농도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 가정에서 청소·소독은 500ppm(㎎/ℓ), 코로나19 확진자가 이용한 공간이나 구토·배설물·분비물로 오염된 표면 또는 물품은 1000ppm, 확진자의 혈액 유출로 오염된 표면 또는 물품은 1만ppm으로 소독한다. 유한락스 제품은 5%로 희석한 차아염소산나트륨이고, 일반 마트에서 파는 가정용(500㎖~3ℓ미만) 제품의 뚜껑 용량은 10㎖. 따라서 1ℓ 물에 한 뚜껑의 락스를 섞으면 500ppm 희석액이 된다. 

집 안을 소독할 때 물 1ℓ에 락스를 두세 뚜껑 넣어 좀 더 확실하게 소독해도 될까. 

“농도를 높인다고 바이러스가 더 빨리 죽거나 확실하게 죽는다는 데이터는 없다. 질본 권고보다 희석액 농도를 높이는 것은 사용자의 심리적 안정감에만 도움이 될 뿐이다.” 

기어 다니는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바닥도 소독하길 원한다. 

“바닥의 경우 아이를 다른 곳에 데려다두고 질본이 권하는 방식으로 소독한다.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소독한 뒤 남는 것은 물과 나트륨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다. 또 깨끗한 물을 적신 천으로 소독한 곳을 닦아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없다.” 

요즘은 회사 사무실에서 정기적으로 소독 작업을 한다. 소독할 때 자리에 남아 있어도 될까. 

“질본은 필요에 따라 일회용 방수성 긴팔 가운, 고글, 장화 등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소독하라고 안내한다. 소독제를 분사할 때 에어로졸이 발생해 흡입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글 등을 착용하고 근무하지 않는 이상 소독할 때는 잠시 피해 있는 게 좋다.” 

게시판에서처럼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하던 김 과장은 “희석한 락스를 손소독제로 사용해도 되나”라는 질문에 “안 된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락스 희석액을 손소독제 대신 사용하는 것이 빈번하게 공유되고 있어 안타깝다. 락스 희석액이 피부에 유해해서라기보다 락스 용법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농도 락스는 피부 단백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00ppm은 그 수준은 아니지만, 피부 민감도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락스는 고무장갑을 끼고 사용해야 한다.”


<Tip> 코로나19 관련 소독제
- 차아염소산나트륨(일명 가정용 락스)
- 알코올(70%)
- 4급 암모늄화합물
- 과산화물(peroxygen compounds) 

주 | 질병관리본부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가 권고한 소독제임
자료 | 코로나19 대응 집단시설 · 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 제3판


휴대전화 소독은 알코올 혹은 소독 물티슈로

휴대전화 소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최근 애플이 홈페이지의 ‘제품 청소 방법’ 코너에 소독제 사용에 관한 내용을 새로 추가했다. 거기에 우리 제품이 포함됐다.”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등의 외부 표면을 70% 농도의 이소프로필알코올 솜 또는 클로락스(Clorox) 소독 물티슈를 사용해 부드럽게 닦으라고 안내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휴대전화 소독법을 홈페이지에 게시하진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만 문의가 들어오면 소량의 증류수 또는 알코올 기반(70% 이상의 에탄올)의 세정액을 천의 가장자리에 소량 묻혀 부드럽게 닦으라고 안내한다”고 밝혔다. 

소독 물티슈 사용법은? 

“소독 물티슈의 주요 성분은 4급 암모늄으로, 질본이 발표한 살균·소독제 성분 목록에 포함돼 있다. 이 물티슈로 표면을 닦으면 일반 바이러스는 15초, 곰팡이나 대장균은 4분 후 제거된다. 이왕이면 곰팡이와 대장균도 없애자. 물티슈로 휴대전화를 닦고 4분 뒤 마른 천으로 다시 닦도록 한다.” 

최근 코로나19 불안감을 파고든 상술이 적잖다. 각종 특허물질로 만들어 바이러스와 세균을 완벽하게 제거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한클로락스 게시판에도 이러한 제품을 믿고 써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 소비자 혼란이 늘자 3월 25일 환경부는 정부에 신고하거나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살균·소독제 285종의 목록을 발표했다. 

유한클로락스는 3월 2일 홈페이지에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지만 안전한 살균소독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의 한 대목은 이렇다. ‘정말로 유해균은 강력 살균하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며 비전문가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살균·소독 물질을 발견하거나 발명했다면, 국내에서만 판매할 것이 아니고 노벨의학상에 도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개발한 살균·소독제는 여전히 유해균과 유익균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해균에게 강력하면 인간에게도 위험하고 인간에게 안전하면 유해균에도 위협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15만 조회수를 넘기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전해수기, ‘질본 기준’ 못 맞춰

허위·과장 광고가 의심되는 제품에 대해 일일이 검증해주진 않는다. 

“다른 회사 제품을 우리가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소독제 성능은 판매 가격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소독제 성능은 유효 성분의 종류와 농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만약 비싸서 더 강력한데, 편리하고 안전하기까지 한 살균·소독 물질이 있다면 전 세계 보건기구가 나서서 반드시 그 물질의 가격을 낮춰야 한다. 그래야 공중위생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생성해준다는 20만~30만 원짜리 전해수기도 많이 팔린다. 

“전해수기 관련 문의가 많아 시중에서 인기가 높은 두 개 제품을 가져다 테스트해봤다. 질본이 권고하는 500ppm보다 낮은 농도의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 제품설명서에 10ppm, 100ppm의 차아염소산나트륨를 생성한다고 밝혀놓은 제품도 있다.” 

사람들이 즐겨 찾고 좋아하는 고객 게시판은 보기 드물다. 

“락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해보니 ‘효과는 좋은데 독하다’고 여기더라. 1인 가구로 독립해 제 손으로 화장실을 청소하기 시작한 2030세대에게 ‘엄마가 쓰던’ 유한락스 사용법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어 게시판을 개설했다. 과학적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젊은 세대와 공감대를 넓힌다는 콘셉트를 적용했는데,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기뻐하고 있지만, 동시에 책임감도 크게 느낀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매진하겠다.”






주간동아 2020.03.27 1232호 (p36~39)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1240

제 1240호

2020.05.22

“정의연이 할머니들 대변한다 생각했던 내가 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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