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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탈출법

불편해도 현실 수용, 새로운 시도 기회 삼는다

코로나 감염 예방 위해 사회적 거리 두려다 가족 내 불화 우려

  •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

불편해도 현실 수용, 새로운 시도 기회 삼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교육부가 초·중·고 개학을 4월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 중인 가운데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교육부가 초·중·고 개학을 4월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 중인 가운데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한 초등학교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누구나 누구에게 옮길 수 있고, 누구나 누구로부터 옮을 수 있다. 가능성이 낮을 뿐이지 감염 확률이 0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간혹 불안이 우울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안을 감당할 수 있는 동안에는 우울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해져 더는 불안을 감당할 수 없는 순간 우울감이 밀려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보니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다. 사는 것이 재미없다. 심심하고 지루한 감정이 누적되다 보면 욕구 불만이 생기고, 욕구 불만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갈증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잘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타인을 만나 재미있게 얘기하고 신나게 노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사람은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 수 없게 됐다.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억지로 그 생각을 안 하려 들다 보면 그 생각이 더 많이 나게 된다. 걱정될 때 억지로 그 걱정을 억누르려 하다 보면 걱정이 더해진다. 이럴 때 뭔가를 하면 저절로 부정적인 생각이나 걱정을 덜 수 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보니 더 생각하게 되고, 더 걱정하게 된다. 

타고나길 내성적인 사람도 있고, 외향적인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 어쩔 수 없이 출근해 타인들을 만날 뿐이다. 이런 사람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별로 불편하지 않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매일 모임이 있어야 한다. 친구들 모임이든, 동창회든, 회식 자리든 타인을 매일 만나야 즐겁다. 이런 사람은 타인을 만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해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과 전화통화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타고나길 적극적인 사람이 있다. 흔히 외향적이면 적극적이고, 내성적이면 소극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외향성/내향성과 적극적/소극적은 별개의 변수다. 외향적이지만 소극적인 사람은 말로는 못하는 것이 없다. 하지만 막상 함께 일을 해보면 혼자 제대로 해내는 일이 별로 없다. 내성적이지만 적극적인 사람은 겉으로 볼 때는 얌전하다. 하지만 계속 뭔가를 해야 한다. 집에 가만히 있질 못한다. 혼자 다닐지언정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을 보고, 쇼핑을 하며, 여행도 가야 한다. 타고나길 적극적인 사람은 억지로 집에 틀어박혀 있다 보면 짜증이 나고 우울해진다. 



요즘 마스크를 계속 쓰고 손을 자주 씻어야 하는 것이 답답해 견디기 힘들다는 사람이 적잖다. 강박증 환자나 건강염려증 환자는 대부분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부터 손을 자주 씻고 위생에도 적잖이 신경 썼다. 이런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힘들지 않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과거에는 지나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모범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반대로 평소 부주의한 사람은 마스크 착용을 자주 깜빡한다. 손 씻는 것도 자주 빼먹는다. 그러다 보니 지적을 받는다. 지적을 받으면 화가 난다. 코로나19가 원망스럽다.


의존적인 사람 vs 독립적인 사람

평소 의존적인 사람도 힘들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동료나 친구에게 부탁해 해결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부탁해도 와줄 사람이 없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해 너무 화가 난다. 그러다 보니 가족에게 더욱 의존하게 된다. 집에서도 계속 뭔가를 부탁한다. 들어주다 지친 가족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상처받는다. 의존적인 사람은 자신이 부탁해 누군가 뭔가를 해주면 그것에 상응하는 뭔가를 본인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신세를 갚는 것이다. 상대방도 의존적이라면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독립적이라면 의존적인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고 싶지 않다. 나중에 어떤 부탁이라도 거절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사람이 제일 원하는 바는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독립적인 사람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돼야 한다. 누군가 걱정돼 한마디 해도 자신의 심리적 공간을 침범당한 것 같아 짜증이 난다. 독립적인 사람이 원하는 바는 자신에게 뭔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을 내버려두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의존적인 가족 구성원은 자신을 방임하는 독립적인 가족 구성원 때문에 상처받는다. 독립적인 가족 구성원은 자신을 귀찮게 하는 의존적인 가족 구성원 때문에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앞에서 열거한 심리적 요소에 수입 감소 같은 경제적 요인까지 더해지면 ‘코로나 블루’가 더욱 깊이, 오래 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코로나 블루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정상의 기준을 바꾸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은 정상(正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당연하고, 내가 살아가는 방식대로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면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게끔 만들고자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타인을 만나지 못해 답답한 사람은 남들도 다 답답해할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회식이나 모임이 없어져 오히려 편하다는 사람도 적잖다. 과거에는 억지로 회식이나 모임에 참석해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 편하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답답해하는 것은 아니다. 답답해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타인들과 북적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 화가 난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당연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이내 적응하게 된다.


의미를 부여하자

영어를 공부해야지, 공무원시험을 준비해야지, 자격증을 따야지 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하지 못한다. 타인들과 어울리다 보니까 그렇다. 공부하고 뭔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스스로를 감옥에 가둘 필요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어떤 의미에서 자가격리다. 어쩌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의한 자가격리는 방해받지 않고 뭔가를 성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매번 실패한 일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도해보자. 그동안 술을 끊어야지 하면서도 친구들을 만나느라 끊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해보자.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친구 만나기를 즐기고 먹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은 외식 때문에 살을 빼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다이어트에 성공해보자. 돈을 모아 꼭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품위 유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친구를 만나지 않고 밖에 나가지 않으면 돈이 굳게 마련이다. 이번에는 돈을 모아 사고 싶었던 물건을 꼭 사보자.


불안해도 괜찮아

불안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감염병 앞에서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오늘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이 정도니까 딱 이만큼만 신경 써야지 하는 식의 이성적 접근으로는 개인 방역이 되지 않는다. 두려움, 불안, 공포 같은 감정이 우리를 움직이는 것이다. 집단방역이 필요하다는 이성적 판단 하에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 불안, 공포, 두려움 때문에 전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하는 것이다. 

불안하고 겁이 나니 외출을 안 하는 것이 당연하다. 불안하기 때문에 손을 더 자주 씻다 보니 감염도 덜 된다. 불안은 나쁘지 않다. 불안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면 된다. 불안하다는 것은 나 스스로 조심하고 있다는 의미다. 불안하지 않으면 조심하지 않는다. 다만 내 불안을 타인에게 전가하지만 않으면 된다. 위험에 대해 얼마나 예민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높은 수준의 위생을 유지하는 것은 전혀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타인에게도 내 기준을 강요하지는 말자. 아무리 내가 야단치고, 잔소리해도 상대방은 바뀌지 않는다. 야단치고, 잔소리하고, 질책하는 대신 차라리 그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묻혀 와도 안전할 만큼 충분히 거리를 확보하고 멀리하자.


가족과도 거리를 유지하자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족과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부부 갈등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 남편이 재택근무를 한다. 남편이 집에 있으니 아내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아내 입장에서는 하루 세끼 밥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집안일이 늘어났으니 그만큼 도움을 받고 싶다.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업무를 방해하는 것 같다. 맞벌이인 아내가 재택근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내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청소든, 정리든, 요리든 평소와 다르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집에는 있지만 하루 종일 회사 일을 하기는 매한가지다. 남편이건 아내건 그 시간은 집에 없던 시간이다. 상대방 없이 해오던 일이다. 그냥 없는 샘 치자. 물론 도와준다면 고맙다. 

아이가 학교에 안 가고 집에 있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자꾸 쳐다보게 된다. 그런데 아이는 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있고 게임만 한다. 공부를 안 하는 아이를 볼 때면 너무 속이 탄다. 부모는 학교에 가야 하는 시기에 집에 있는 것이니 학교 다닐 때처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방학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 놀지 못하면 나중에 놀 수가 없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의 경우 할 수 있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특히 아이들의 자제력은 제한돼 있다. 그냥 못 본 척 거리를 두자. 아이를 너무 야단치면 밖으로 나가 감염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주간동아 2020.03.27 1232호 (p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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