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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의 와인 포 유

미국 나파 밸리 위협하는 워싱턴주 ‘컬럼비아 밸리’

미국 나파 밸리 위협하는 워싱턴주 ‘컬럼비아 밸리’

샤또 생 미셸 컬럼비아 밸리 리슬링, 샤또 생 미셸 컬럼비아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샤또 생 미셸 컬럼비아 밸리 메를로, 미셸 스파클링 와인, 샤또 생 미셸 와이너리 전경. (왼쪽부터) [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날]

샤또 생 미셸 컬럼비아 밸리 리슬링, 샤또 생 미셸 컬럼비아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샤또 생 미셸 컬럼비아 밸리 메를로, 미셸 스파클링 와인, 샤또 생 미셸 와이너리 전경. (왼쪽부터) [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날]

와인 레이블에 ‘컬럼비아 밸리(Columbia Valley)’나 ‘워싱턴 스테이트(Washington State)’가 적혀 있으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가격 대비 좋은 품질로 최근 각광받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컬럼비아 밸리는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유명 와인산지다. 워싱턴주는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시애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시애틀은 날이 흐리고 비가 많이 오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시애틀 동쪽으로 길게 뻗은 캐스케이드(Cascade)산맥을 넘으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1년에 300일 이상 맑은 날이 지속되는 포도산지 컬럼비아 밸리다. 

컬럼비아 밸리는 면적이 4만5000km2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지금까지 개발된 포도밭 면적이 70km2밖에 되지 않으니 발전 가능성도 상당하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이곳에서 캐스케이드산맥의 눈 녹은 물을 이용해 포도농사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였다. 하지만 1920년부터 1933년까지 이어진 미국의 금주령은 워싱턴주의 와인산업을 깊은 침체에 빠뜨렸다. 

워싱턴주에서 와인 생산이 재개된 것은 1960년대다. 리슬링으로 만든 향긋한 화이트 와인을 시작으로 1980년대에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로 생산한 레드 와인이 인기를 끌었다.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 큰 일교차, 건조한 여름 등 기후조건이 지중해 연안과 비슷해 최근에는 시라, 비오니에 같은 남프랑스 품종도 활발히 재배되고 있다. 

워싱턴주는 미국 최대 와인산지인 캘리포니아주에 비해 와인 역사가 짧고 생산량도 훨씬 적다. 그런데 무엇이 워싱턴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바로 풍부한 과일향, 균형 잡힌 산미, 탄탄하고 부드러운 질감이다. 여기에 품질의 일관성까지 갖췄으니 워싱턴 와인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85년 역사 자랑하는 ‘샤또 생 미셸’

파워스 와이너리의 포도밭 전경, 파워스 컬럼비아 밸리 비오니에, 파워스 컬럼비아 밸리 시라, 파워스 컬럼비아 밸리 스펙트럼. (왼쪽부터) [사진 제공 · 비니더스코리아]

파워스 와이너리의 포도밭 전경, 파워스 컬럼비아 밸리 비오니에, 파워스 컬럼비아 밸리 시라, 파워스 컬럼비아 밸리 스펙트럼. (왼쪽부터) [사진 제공 · 비니더스코리아]

워싱턴 와이너리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세 곳과 그들이 생산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좋은 와인들을 알아보자. ‘샤또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은 워싱턴 와인의 굴곡진 역사를 모두 지켜본 와이너리다. 1934년 설립된 이곳은 수많은 와인 인재를 배출해 워싱턴 와인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샤또 생 미셸이 생산한 와인들은 세계적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100대 와인’에 18번이나 선정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컬럼비아 밸리 시리즈는 4만~6만 원대로 가격이 적당하고 품질도 뛰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리슬링은 샤또 생 미셸을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이다. 과일향이 신선하고 신맛이 상큼해 채소, 해산물, 육류 등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붉은 베리류 향미가 풍부하고 질감이 실크처럼 매끄럽다. 메를로는 달콤한 과일향과 톡 쏘는 향신료향의 조화가 아름다우며 부드럽게 이어지는 여운이 고급스럽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는 육류나 파스타와 궁합이 잘 맞는다. 미셸 스파클링 와인은 레몬, 자몽, 사과, 배 등 과일향이 산뜻해 식전주로 마시기 적합하다. 살짝 단맛이 있어 매콤한 한식에 곁들여도 좋다. 

또 다른 와이너리 ‘파워스(Powers)’도 주목할 만하다. 파워스는 와인 역사가 짧은 워싱턴주에서 드물게 대를 이어 운영되는 곳이다. ‘워싱턴 와인의 전설’로 불리던 빌 파워스가 작고한 이후 그의 아들이 와인을 만들고 있다. 땅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파워스는 워싱턴주 최초로 유기농 와인을 생산하기도 했다. 건강한 땅에서 좋은 와인이 나오듯, 파워스의 컬럼비아 밸리 시리즈는 가격이 7만 원대지만 10만 원대에 버금가는 품질을 보여준다. 

비오니에는 사과, 복숭아, 바나나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꽃향이 우아한 화이트 와인이다. 질감이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워 중국요리와 즐기면 별미다. 시라는 잘 익은 베리류 향미가 진하고 향신료, 다크초콜릿, 허브향 등이 복합미를 더한다. 타닌이 강건하고 매끄러워 스테이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스펙트럼은 다섯 가지 적포도를 섞어 만든 블렌딩 와인이다. 크랜베리, 체리, 블루베리 등 베리향이 신선하고 삼나무, 후추, 담배향 등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불고기나 제육볶음 등 고기요리에 어울린다.


대를 잇는 ‘파워스’ & 모던한 ‘케이 빈트너스’

케이 빈트너스 섭스턴스 소비뇽 블랑, 케이 빈트너스 섭스턴스 카베르네 소비뇽, 케이 빈트너스 설립자 찰스 스미스. (왼쪽부터) [사진 제공 · 롯데주류]

케이 빈트너스 섭스턴스 소비뇽 블랑, 케이 빈트너스 섭스턴스 카베르네 소비뇽, 케이 빈트너스 설립자 찰스 스미스. (왼쪽부터) [사진 제공 · 롯데주류]

모던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을 찾는다면 ‘케이 빈트너스(K Vintners)’를 추천할 만하다. 케이 빈트너스를 설립한 찰스 스미스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와인을 배우던 그는 1989년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 무작정 덴마크로 이주했다. 덴마크어를 못해 와인업계에 취업이 안 되자 록밴드 매니저로 일하며 콘서트 투어를 기획했다. 록음악계에 10년간 몸담았지만 와인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1999년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케이 빈트너스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섭스턴스 시리즈는 케이 빈트너스의 베스트셀러다. 섭스턴스라는 이름처럼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이 와인의 철학이다. 레이블도 단순, 명료하다. 소비뇽 블랑 와인에는 ‘Sb’, 카베르네 소비뇽에는 ‘Cs’라고 포도 품종을 약자로 크게 썼을 뿐이다. 자연 효모를 이용한 발효, 배럴 숙성 등 모든 면에서 고급 양조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놀랍게도 가격은 3만 원대에 불과하다. 

소비뇽 블랑은 레몬, 자몽 등 과일향이 상큼하고 조개껍데기 같은 미네랄향이 은은해 해산물과 궁합이 잘 맞는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블랙베리와 자두 등 과일향이 풍부하고 담배, 연필심, 흙 등 복합적인 향미가 고급스러워 육류와 즐기기에 좋다. 

무엇을 고르든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워싱턴 와인이다. 와인의 다양한 스타일과 뛰어난 품질을 추구하는 워싱턴주는 이제 미국의 2대 와인산지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9.03.08 1179호 (p72~74)

  •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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