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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댓글, 돈이 되다

‘좋아요’는 소속감 ‘베댓’은 만족감

조직적으로 몰려가 글로 응징…여론몰이, 심리전 이끄는 자발적 댓글부대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좋아요’는 소속감 ‘베댓’은 만족감

‘좋아요’는 소속감 ‘베댓’은 만족감

조영철 기자

2015년 상반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여성시대’에서 벌어진 ‘댓글전쟁’이다. 여성시대는 2009년 개설된 여성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로 20, 30대 회원 64만 명이 미용, 성, 교육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4~5월 이 카페에서 ‘댓글부대’가 화제가 됐다. 개그맨 장동민이 과거 한 팟캐스트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했다는 논란이 일자 카페 회원들은 해당 발언을 공유하며 ‘여성으로서 우리의 의지를 표출하자’는 댓글을 달았고, 장동민이 출연 예정이던 프로그램 게시판에 항의성 글을 올렸다. 결국 장동민은 출연 중이던 일부 방송에서 하차했다.
5월에는 레진코믹스의 인기 웹툰 ‘레바툰’에서 강간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나오자, 이에 뿔난 여성시대 회원들이 작가 레바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웹툰 삭제를 요구하는 댓글을 달았다. 레바는 ‘보자 보자 하니 진짜 자기 입맛대로’라며 트위터 글로 맞대응했고, 다시 여성시대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후 ‘여성시대 회원들이 조직적인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 달 가까이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여성시대 댓글부대 논란은 댓글이 온라인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줬다. 실제로 많은 댓글이 달린 기사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널리 전파된다. 누리꾼들은 왜 자발적으로 ‘댓글부대’에 참여하는 걸까.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댓글은 의견 표출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을 쓰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로그인하고 글을 등록하는 등 물리적 요소가 소비되지만 그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댓글 쓰기는 나와 생각을 공유하는 익명의 사람들을 발견하는 기회”라며 “누군가 내 댓글에 반응을 보일 때 일종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스트댓글이 판단 좌우

그렇다면 댓글이 읽는 이의 판단에도 개입할 수 있을까. 최근 ‘서울 강남구청이 조직적으로 댓글부대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댓글이 독자 심리에 끼치는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진보래 서울미디어대학원대 뉴미디어경영학과 교수는 “특정 사안에 대해 독자의 주관이 명확지 않을 경우 판단을 댓글에 의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특정 현안이나 상품에 대해 가진 정보가 적으면 온라인 댓글 내용을 ‘일반 의견’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반대로 특정 사안에 대한 태도가 명확하면 객관적, 중립적인 뉴스를 보고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의 글로 인식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정치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독자가 중립적 성향의 기사를 보면 기사 내용이 진보적으로 편향됐다고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누리꾼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것은 베스트댓글이다. 댓글 가운데 누리꾼들이 ‘좋아요’ ‘추천’을 가장 많이 누른 댓글로, 목록 최상위에 게시된다. 별생각 없이 올렸다 베스트댓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베스트댓글을 남기고 싶어 공들여 댓글을 작성하는 누리꾼도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웹툰 ‘복학왕’ ‘외모지상주의’ 등에는 웹툰을 평가하며 ‘베댓(베스트댓글) 가자’ ‘이거 베댓 되는 데 한 표 건다’는 댓글이 수두룩하다. 댓글에도 인기투표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실제 베스트댓글 내용이 독자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문광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심리학 박사)은 논문 ‘베스트댓글의 방향성이 일반 댓글의 동조효과에 미치는 영향’에서 ‘어린아이의 성전환’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기사에 대해 서로 다른 베스트댓글을 내걸고 독자들의 성향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베스트댓글 내용이 긍정적일 경우 독자가 긍정적인 댓글을 작성한 비율은 57.6%, 부정적은 22.7%, 중립적은 19.7%였다. 베스트댓글이 부정적일 경우는 긍정적 댓글이 25.4%였고 부정적은 38.8%, 중립적은 35.8%로 나왔다. 문광수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여론 형성에 대한 베스트댓글의 영향력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연예인에 대한 비방 댓글이나 언어폭력이 베스트댓글이 될 경우 누리꾼들의 반응이 한쪽으로 쏠려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좋아요’는 소속감 ‘베댓’은 만족감

“다음 카페 ‘여성시대’ 회원들이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 댓글들(왼쪽). 웹툰작가 레바가 5월 여성시대 회원을 포함한 여성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고 올린 트위터 글.


‘침묵하는 다수’ 양산할 수도

하지만 “베스트댓글이나 편향된 다수 댓글을 일반적 의견으로 인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댓글 성향이 한쪽으로만 쏠릴 경우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소수’로 생각해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진보래 교수는 “트위터 등 SNS에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의견이 많이 노출된다. 그러면 보수적인 사람들은 자기 의견을 점점 숨기게 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보수적인 의견이 다수일 수 있다. 이때 소수의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내고 다수가 침묵하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는 “댓글은 조직화된 군중에 참여하려는 욕구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댓글로 인한 여론몰이는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 즉 독자적인 활동을 다른 사람들의 활동과 연관시켜 결집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며 “기존에 댓글로만 한정됐던 의견 표출이 이제는 해시태그 등 연관검색어 기능으로 확대되고 있다. 댓글로 인한 심리전, 여론몰이 경쟁은 앞으로도 활발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간동아 2015.12.23 1018호 (p24~25)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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