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2

2004.09.16

‘침과 한약’ 성형의 유쾌한 반란

교통사고 상처·화상 흉터 놀라운 치유 … 얼굴 윤곽 조정 등 칼 사용 없이 ‘거뜬’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9-10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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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과 한약’ 성형의 유쾌한 반란

    교통사고 상처나 악성 여드름 등을 침과 지압, 한약만으로 치료하는 한방 성형술을 개발한 이구형 원장.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2003년 6월 독일 유학 중이던 이미경씨(24)는 아우토반에서 자동차가 서너 번이나 구르는 사고를 당해 머리 뒤통수와 얼굴, 팔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4일 만에 의식을 찾은 그녀.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에 가까웠다.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얼굴과 팔에 남은 흉터는 온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독일 의료진은 올 1월 그녀에게 현대 성형의술의 한계를 말하며 퇴원을 종용했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귀국한 그녀는 칩거생활에 들어갔다.

    독일에서 손놓은 환자 새살 돋아

    흉측한 얼굴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게 만들었고, 육체적·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안겨다주었다. 그러던 이씨가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의지를 갖게 된 것은 올 5월 한 선배의 권유로 침과 약으로 얼굴에 새살을 돋게 한다는 소산석문한의원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이곳은 전통 기공호흡법인 석문호흡법으로도 유명하다. 원장인 이구형 박사는 이씨를 보더니 대뜸 “나을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말은 4개월 뒤 정확히 현실로 나타났다. 이씨가 일주일에 2~3회씩 꾸준히 침을 맞는 등 한방 성형술을 받은 결과 점차 흉터가 없어지면서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 현재 얼굴의 흉터는 완전히 없어졌으며 손의 상처도 서서히 없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씨는 석문호흡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은 것은 물론, 이제 새로운 삶을 위해 직업과 인생관까지 바꿨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니 삶이 즐거워지고 희망도 생겼다. 독일의 자동차보험사는 이씨의 성형 치료비를 이 한의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독일의 성형술이 포기한 그녀를 한국의 전통 한의학이 치료해낸 것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보험사는 모든 증빙자료를 보고 난 뒤 “놀랍다”라는 반응과 함께 치료비를 보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소산석문한의원의 놀라운 한방 성형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어 양방 성형이 거의 불가능했던 한 소년(9)의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더욱 놀랍다. 이 한의원에서 한방 성형술을 단 5회 받은 소년은 거짓말처럼 화상의 상처와 딱지, 고름이 사라지며 새살이 돋기 시작해 지금은 정상일 때의 피부를 되찾았다. 침과 한약, 그리고 마시지 요법만 했을 뿐 양약이나 성형술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한의원의 한방 성형은 교통사고 상처나 화상 흉터와 같은 재건 성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악성 여드름, 딸기코, 약물 주입 부작용, 성형수술 자국, 여드름 흉터, 마마(곰보), 넓은 모공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서부터 얼굴 및 목 주름, 잡티, 굵은 목, 이중 턱, 광대뼈 축소, 늘어진 피부, 귀족 주름, 낮은 콧등, 얼굴 윤곽 조정, 얼굴 축소 등에 이르기까지 양방 성형에서 하는 모든 수술을 칼이 아닌 침과 한약만으로 해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원장은 한방 성형술의 원리를 이렇게 설명하다.

    “한방에서는 사람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신체 건강이 좋지 않다고 봅니다. 즉 정서불안, 긴장, 피로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내분비 및 자율신경이 균형을 잃은 탓에 피부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겉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결국 혈이나 기가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겁니다. 때문에 혈이나 기가 막힌 곳을 풀어주면 여러 가지 피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거죠. 이는 제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예부터 한의학에서 강조해온 기초적인 원리입니다.”

    문제는 막혀 있는 혈과 기를 어떻게 풀어주느냐는 것. 이원장은 그 해답을 통혈(通血)요법과 통락(通絡)요법에서 찾았다. 자락술(침술)이라고 불리는 통혈요법은 치료받아야 할 부분에 침을 촘촘히 꽂아서 혈을 통하게 하는 방법이고, 통락요법은 체내의 기혈점에 군데군데 정체되어 있는 독소, 불순물, 노폐물을 손으로 눌러서 제거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침구 대신 손가락으로 혈 자리를 눌러 신체 각 기관의 조직(심장·폐·간·림프선·내분비 등)을 자극하면 기능이 정상으로 작용하면서 신체 내에 자생하고 있는 치료 본능이 자극된다는 것. 손가락의 기와 힘에 의해 키워진 자가치유력은 궁극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기력을 보강하며 신체 건강을 지켜준다는 게 이원장이 말하는 한방 성형술의 치료 원리다.

    ‘침과 한약’ 성형의 유쾌한 반란

    한방 성형술로 치료하고 있는 김진형 원장.

    치료 빠르고 부작용 전혀 없어

    하지만 이런 치료 방법에 앞서 장기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우선 그곳부터 치료해야 한다. 목이 굵은 사람은 대부분 밑에서 올라오는 열이 목 부분의 혈을 막아 뭉쳐 있기 때문에 통혈요법, 즉 자락술을 시술해 막힌 곳의 혈을 뚫어줘야 한다. 이때 뚫린 혈은 열이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 구실을 한다. 특히 화상 환자는 외상과 함께 내상을 입었을 확률이 높으므로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보약을 먼저 쓴 뒤 내상을 입은 장기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처방한다.

    내상이 모두 치료됐다면 이제 통혈과 통락의 한방 성형술로 한의학에서 흔히 ‘불통(不通)’이라고 불리는 막힌 혈과 기를 풀어주는 일만 남는다. 이원장은 “화상 환자의 흉터는 피부 진피층의 철근 구실을 하는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성되면서 생겨난 것으로, 이것이 뭉쳐 딱딱하게 자리잡으면서 흉터가 된다”며 “이는 화상 후에 피부에 있어야 할 정상적인 조직(땀샘·모낭·혈관)이 재생되지 않아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딱딱하게 뭉쳐 있는 섬유조직을 자락술로 시술하면 섬유조직이 끊어지면서 새롭게 정상적인 조직이 생성, 배열된다는 것. 더불어 피부의 철골 구실을 하는 콜라겐도 유연해지면서 피부 표피의 울퉁불퉁한 흉터가 얇아지게 된다.

    이원장은 “화상 환자의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대략적으로 6~8개월이면 하얗게 변한 흉터 부위의 색이 분홍색으로 돌아오며 정상 조직이 자리잡고 질감도 피부와 같아진다”고 말했다.

    소산석문한의원 한방 성형의 장점은 여드름, 피부미백, 모공수축, 마마자국 등 적용이 넓으면서도 치료가 일반 성형시술에 비해 빠르고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효과는 칼을 댄 것보다 훨씬 좋으며, 칼을 대지 않으니 부작용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심지어 시술받은 그날부터 당장 효과가 나타날 정도라는 것. 특히 미백, 모공수축, 여드름처럼 내부 장기를 먼저 다스려야 하는 질환의 경우 한방 성형이 아니면 근본 치료가 힘들다고 이원장은 주장한다. 더욱이 얼굴엔 각 장기의 기혈점이 있으므로 이곳에 침을 놓으면 기혈이 자극되면서 오장육부까지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이원장은 “이제 성형수술을 한 사람들에게 ‘얼굴에 칼 댔죠’라는 말 대신 ‘얼굴에 침 맞았죠’라고 묻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이러한 한방 성형의 효과를 곧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한방 성형술은 이원장 외에 소산석문한의원에 함께 근무하는 김진형 원장과 천미희 원장도 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원장이 회장으로 있는 석문의학회 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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