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0

2011.03.28

책으로 진로지도 살아나는 위인전기

  •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11-03-28 1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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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진로지도 살아나는 위인전기
    “스무 살을 넘으면서 질문이 오고, 서른 살을 넘으면서 회의가 오고, 마흔 살을 넘으면서 후회가 오고, 오십이 넘어가면 이제 자신의 삶이 쓰레기통으로 여겨지는 순간이 온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 유연화가 이뤄진 이후 실질적 정년은 43세로 앞당겨졌다. 이런 변화는 청소년의 직업 선택을 보수적으로 만들었다. 여러 조사를 종합하면 우리 청소년은 대한민국에 있는 1만 개의 직업 중 교사, 공무원, 대기업 사원, 의사, 연예인 등 극히 소수의 직업을 편중해서 소망한다. 정규직이면서 임금이 다른 직업보다 높은 ‘좋은 일자리’를 추구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관들이 규정한 ‘좋은 일자리’는 한 해 2만 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한 해 56만 명에 이르는 대졸자 중 3%만이 ‘좋은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다. 가장 선망하는 직업인 교사는 진입 장벽이 하늘 높이로 치솟았다. 2011년 중등교사 임용고시의 경쟁률(장애 제외)은 서울이 50대 1, 경기가 40.7대 1이었다. 그나마 서울에서는 역사, 사회, 도덕·윤리 과목은 한 명도 뽑지 않았으며, 2010년 61명을 선발했던 국어 과목도 고작 9명을 뽑았다. 사립학교는 정교사로 채용해야 할 인원 중 83%를 기간제 교사, 시간제 강사 등 비정규직 교사로 채웠으니, 아예 ‘좋은 일자리’의 기준에서 탈락했다.

    그래서일까? 아동, 청소년 출판시장에서 위인전기가 점차 살아나는 움직임이다. 사실 그간 이 시장에서는 성인용으로 인기를 끈 자기계발서의 아동용 버전이 크게 유행했다. 신자유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얄팍한 처세술을 담은 책이 서가를 뒤덮다시피 한 것이다.

    하지만 명진출판의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는 반기문, 오프라 윈프리, 버락 오바마, 스티브 잡스, 앤디 워홀, 힐러리 클린턴, 워런 버핏, 후진타오, 미우치아 프라다 등 생존하는 우리 시대 아이콘의 삶을 생생하게 그렸다. 이들은 하나같이 삶의 질곡을 겪어서 삶에 절망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제시한다. 이 시리즈 판매량은 200만 부를 넘어섰다.



    3800만 부가 팔린 예림당의 ‘Why?’ 시리즈 기록에 도전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다산어린이의 ‘Who?’ 시리즈는 정치인, 과학자, 경제인, 문화예술인, 인권환경 운동가 등 시공간을 초월해 현재적 관심에 부응하는 인물을 다룬 교양만화다. 이 시리즈는 업적을 나열하던 기존의 위인전기와 다르다. 인물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내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아이들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과정을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영어판을 동시에 출간하는 이 시리즈는 대만,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나라에도 판권이 수출됐다. 또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출시해 전 세계 동시 출간이라는 꿈마저 실현할 태세다.

    책으로 진로지도 살아나는 위인전기
    취업 전문가들은 하고 싶은 일(적성), 잘할 수 있는 적성(능력), 일을 통한 사회적 기여(가치), 경제 자립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진로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 위인전기는 그런 용도에 맞춤한 책이면서 확실한 시장 반응까지 불러오고 있다. 이 책들의 행보가 새로운 위인전기의 부흥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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