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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이 다시 숨은 곳, 디스코드

미국에 서버를 둔 확장성 높은 메신저, 해킹 툴 판매 등 일부 범죄 창구 되기도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n번방이 다시 숨은 곳, 디스코드

[디스코드 화면 캡처]

[디스코드 화면 캡처]

다수의 여성을 노예화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한 뒤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n번방 사건’. 범죄자는 텔레그램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점을 악용, 수사망을 피해 음란물을 유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최근 수사망이 좁혀오자 성착취, 혹은 불법 음란물을 유통하는 업자들이 영업방을 옮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들이 새로 정착했다고 알려진 곳은 게이머들의 메신저로 알려진 ‘디스코드(Discord)’. 미국에 서버가 있는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현재 수사기관도 이를 파악, 디스코드를 비롯한 다양한 메신저 프로그램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게이머들의 메신저지만 디스코드는 업무용 메신저 프로그램 ‘슬랙(Slack)’을 많이 닮았다. 같은 대화방(서버)을 공유하는 이용자끼리는 개방적이지만 대화방 밖 사람은 이곳에서 생긴 일을 쉽사리 알 수 없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디스코드는 음란물 외에도 기타 불법적 프로그램의 유통망 역할을 해왔다.


게임 핵 팔던 사람이 조금 있던 곳이…

디스코드 인터페이스. [Discord 홈페이지]

디스코드 인터페이스. [Discord 홈페이지]

디스코드는 원래 게임 내 메신저로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이후 다양한 기능을 늘려가며 이용자를 모았다. 여타 확장성이 높은 메신저와 달리 모든 서비스가 무료라는 것도 장점이었다. 특히 게이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여타 다중음성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비해 음질이 좋고 사용도 편했기 때문. 최근에는 온라인 통화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스카이프(Skype)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9년 5월 기준 이용자는 약 2억5000만 명. 최근 업데이트로 화상통화와 화면 공유 기능을 추가했다. 

텔레그램과 공통점이라면 보안으로 유명하다는 것. 등록한 사람들과 통화가 가능한 것은 물론, ‘서버’라는 이름의 방도 열 수 있다. 카카오톡으로 비유하자면 오픈채팅과 유사한 기능이다. 서버를 개설하면 서버 주소가 생긴다. 이를 초대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면 검색 기능을 사용해 서버에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서버 검색 기능이 잘 갖춰져 있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검색에 걸리지 않게 비공개 서버를 만들 수도 있다. 



굳이 비공개가 아니더라도 이용자의 익명이 보장되기 때문에 비합법적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불법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디스코드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명한 만큼 처음 등장한 불법 프로그램은 소위 ‘핵(hack)’으로 불리는 것이었다. 즉 게임 프로그램을 일부 해킹해 게이머의 게임을 도와주는 불법 프로그램이다. 건 슈팅 게임으로 예를 들자면 굳이 마우스로 캐릭터의 조준선을 조작하지 않아도 저절로 상대방 캐릭터 머리에 조준선이 가 있는 식이다.


해킹 툴에서 음란물까지 자유롭게 유통

디스코드 n번방거래. [뉴스1]

디스코드 n번방거래. [뉴스1]

불법 게임 프로그램이 무슨 문제가 되겠나 싶겠지만, 해당 프로그램들은 현행법상 유통이 금지돼 있다. 각 게임사가 일부러 조정해놓은 게임 내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 이외에 각종 해킹 툴을 판매하는 서버도 많다. 디스코드 서버 검색란에 hack 혹은 해킹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쉽게 해킹 툴 판매 서버를 찾을 수 있다. 

음란물도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 Korea 등의 검색어만 넣어도 음란물 제공 서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비단 한국에만 음란물 서버가 있는 것은 아니다. NSFW(Not Safe For Work·직장에서 보기에는 부적절한 콘텐츠라는 의미)를 넣어 검색하면 음란물 유통 서버가 2만 개 넘게 나온다. 일부 서버는 개인이 직접 만든 음란물을 판다고 광고를 걸어놓기도 했다. 

IT(정보기술) 보안 전문가들은 다크웹(Dark Web)이 사라지면서 보안이 강력한 메신저 프로그램이 사이버 범죄의 망명처가 됐다고 본다. 범죄자들이 텔레그램, 디스코드 같은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사법기관은 지속적으로 다크웹의 불법 프로그램 및 정보 유통 거래소를 폐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8400여 개의 다크웹 도메인을 폐쇄했다. 미국 글로벌 사이버 위협 정보 제공 업체(일종의 보안업체) 플래시포인트(Flash Point)의 조시 레프코위츠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보안이 강력한 메신저 프로그램이) 암호화된 채팅 서비스가 일반적인 다크웹보다 안전하다는 시각이 (범죄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사기관 역시 공조를 통해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수사를 넓혀가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n번방, 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텔레그램을 수사한 것에 이어 디스코드로까지 수사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3월 23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글로벌 IT 기업 공조 전담팀을 신설해 해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20.03.27 1232호 (p4~5)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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