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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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명성 잔뜩 기대했는데…

뮤지컬 ‘태양왕’

  •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05-19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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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난 명성 잔뜩 기대했는데…
    뮤지컬 ‘태양왕’은 ‘짐은 곧 국가’라는 말로 대표될 정도로 왕권을 강화한 프랑스 전제군주 루이 14세의 일대기를 그린 프랑스 뮤지컬이다. 작품은 루이 14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세 여인(마리, 프랑수아즈, 몽테스팡)과의 사랑에 초점을 두고 랭스부터 베르사유까지 오가며 금지된 사랑과 군주의 고뇌를 그린다. 2005년 초연 당시 주변 국가에서 관람객을 위한 버스를 운영할 정도로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았고, 초연 이후 8년간 1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인기작이다.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레베카’ 등 국외 뮤지컬을 들여와 흥행을 주도한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마스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태양왕’을 무대에 올린다는 소식에 팬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그런 제작사’와 ‘이런 작품’의 조합에 많은 이가 상반기 공연계 절대강자는 ‘태양왕’이 되리라 예측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였을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이번에 초연된 작품은 국내에서 상당 부분 재창작하고 자잘한 부분을 덧대 원작과 많이 달라졌다.

    먼저 볼거리는 많다. 고전무용부터 발레, 아크로바틱, 팝핀 댄스까지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장르의 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안무가 정도영은 이번 작품에 대해 “거의 100% 창작 안무라서 라이선스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댄서들은 와이어에 매달려 하늘을 날고 봉에 매달려 고난도 안무를 선보인다. 거대한 투명 풍선 안에 들어간 댄서들이 무대 위를 달리며 춤추는 원작의 명장면도 그대로 재현했다.

    귀에 쏙 들어오는 넘버도 강점. 원작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발매 이후 150만 장 이상 팔렸으며 더블 플래티넘 디스크를 수상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도 ‘왕이 되리라’ ‘내 모든 것’ ‘모두 일어나’ 등 멜로디가 기억에 남는 곡이 꽤 있다. 다만 루이 14세 역을 맡은 배우 안재욱과 신성록은 캐릭터와는 조화를 이뤘으나 높은 음역대의 넘버를 소화하기 버거워하는 것 같았다.



    소문난 명성 잔뜩 기대했는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해를 품은 달’ 등을 연출한 박인선 연출은 원작에 있던 정치 이야기를 들어낸 자리에 사랑 이야기를 채웠다. 보포르 공작과 이자벨, ‘프롱드의 난’으로 시작하는 원작과 달리, 국내 공연에서는 그 부분을 생략하고 루이 14세로부터 베르사유로의 초대장을 받은 프랑수아즈의 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금지된 사랑의 비극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원작과 달리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 인물도 생겨났다. 루이 14세가 왜 태양왕이고 절대군주인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사라면 역사, 볼거리라면 볼거리,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듯하다. 지금 작품은 ‘태양왕’보다 ‘태양왕의 여자들’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린다. 6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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