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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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액션 스릴러, 느낌 아니까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입력2013-12-30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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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 액션 스릴러, 느낌 아니까
    올해 사상 최고 흥행성적을 내며 부흥기를 맞은 한국 영화에서 되짚어볼 만한 몇 가지 제작 및 관람 유행 경향이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이 ‘분단영화’의 새로운 경향이다. 간첩이나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영화로, 액션 스릴러의 장르적 외양을 취한다.

    그 주인공은 대개 탈북자나 간첩이다. 그런데 대남공작을 위해 남파된 간첩조차 북한 당국으로부터 사실상 버려져 제거 대상이 되거나 마땅한 지시 또는 임무 없이 오랫동안 방치되고 고립됐다는 점에서 탈북자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신세다.

    한마디로 올해 새롭게 나타난 분단영화의 경향은 ‘탈북자 액션 스릴러’라고 할 것이다. 이런 경향은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으로 시작해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아이돌그룹 빅뱅 탑(본명 최승현) 주연의 ‘동창생’을 거쳐 연말 개봉작인 공유 주연의 ‘용의자’(감독 원신연)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들 작품은 약속이나 한 듯 공통된 인물 설정과 구도, 이야기 전개 방식을 보여준다. ‘용의자’에서 주인공 지동철(공유 분)은 북한 최정예 전투요원 출신으로 해외(홍콩) 공작에 투입됐다가 조국으로 돌아가지만, 김정일 사후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숙청 운명에 처한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극형을 언도받은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오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누군가로부터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탈북한다.

    이후 남한에서 대리운전기사로 연명하면서도 딸과 아내를 죽인 이를 찾아 복수하려 한다. 그러던 중 이북 출신 대기업 회장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국가정보원(국정원)과 수사기관으로부터 범인으로 지목받는다.



    2013년 분단 소재 영화 4편이 보여준 공통점은 지동철을 비롯한 주인공의 처지다. 그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지도자 3대 세습과 권력 이양 과정에서 북한 권력층 내부의 세력 다툼에 휘말려 비극적 운명을 맞게 된다. ‘베를린’의 표종성(하정우 분),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동구(김수현 분), ‘동창생’의 명훈(최승현 분)은 모두 북한 강경파에 의해 만들어진 대남공작 최정예 요원이지만, 김정은 집권 후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양측의 ‘뜨거운 감자’가 돼 제거 대상으로 몰린다.

    북한 권력층 내 다툼이 남한의 대북 이해관계 및 첩보당국(국정원)의 내부 갈등과 맞물린다는 점도 하나의 공식이 됐다. 여기서 국정원은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고, 임무와 처지가 다른 각 부서가 충돌하며, 개인적 야망을 앞세우는 간부가 음모와 비리를 서슴지 않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묘사된다. 이해에 따라 ‘남·북’ ‘남·남’ ‘북·북’ 사이에서 각 권력 분파가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그 과정에서 애꿎게 희생되는 것은 주인공과 그들의 가족이다.

    여기에 첨단 액션을 더하면 ‘탈북자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가 완성된다. 액션 스타일에선 할리우드 첩보영화 시리즈인 ‘본 시리즈’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장비 없이 맨몸으로 도시 구조물을 돌파해가는 ‘파르쿠르’식 움직임, 간결하고 빠른 격투, 거리와 골목에서의 차 추격전 등은 ‘본’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로, ‘베를린’부터 ‘용의자’까지 분단 소재 한국 영화가 공통적으로 지향한 액션 스타일이다.

    분단 비극과 그것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한국 영화에서 특화된 이야기의 보고, 상상력의 젖줄이 돼왔다. 한반도 정세와 국민 정서 변화에 따라 분단영화는 전후 ‘전쟁영화’와 ‘반공드라마’에서 1980~90년대 만남과 통일 지향을 담은 ‘휴먼 드라마’ ‘휴먼 코미디’를 거쳐 이제는 ‘탈북자 액션 스릴러’까지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중에서도 ‘탈북자 액션 스릴러’는 서구 첩보 액션 영화를 보고 자란 젊은 세대 감독이 할리우드적 장르 감각을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과 남북관계 현실에서 배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장성택 사형 등 북한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용의자’를 비롯한 ‘탈북자 액션 스릴러’는 한국인에게 여러 가지로 묘한 감정을 자아내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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