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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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산업 먹여 살리는 ‘히피 정신’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04-08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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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IT 산업 먹여 살리는 ‘히피 정신’

    이케다 준이치 지음/ 서라미 옮김/ 메디치/ 304쪽/ 1만4000원

    “오늘날 기술 개발과 사회 변혁의 상상력을 지탱해온 것은 스튜어트 브랜드가 퍼트린 전 지구라는 관점이다. 이런 점에서 스튜어트 브랜드와 ‘홀 어스 카탈로그’가 컴퓨터 문화를 비롯한 현대 사회에 공헌한 바는 무척이나 크다. 지구 전체를 조감하는 구글 어스나 태평양 한가운데를 볼 수 있는 구글 오션 등의 애플리케이션도 그 덕에 생겨난 서비스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해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정보기술(IT) 주요 기업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뿐 아니다. 개인용 컴퓨터(PC) 표준을 제시하고 웹을 만들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 세계를 연결한 것도 미국 기업이다. 이 책 저자는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최고 기술력보다 IT 산업을 이끄는 창조력의 근원에 주목한다. 도대체 실리콘밸리에 흐르는 문화적 경쟁력은 무엇일까.

    2005년 봄으로 돌아가보자.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사를 낭독했다. 잡스는 연설에서 젊은 시절 성서처럼 여겼던 잡지 ‘홀 어스 카탈로그’를 소개하며, 컴퓨터 문화가 없던 시절 ‘홀 어스 카탈로그’는 오늘날의 구글 같은 존재였다는 찬사를 덧붙였다. 그리고 폐간호 뒤표지에 사진과 함께 실린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그 유명한 연설을 마무리했다.

    1968년 스튜어트 브랜드가 창간한 이 잡지는 결코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74년 폐간할 때까지 히피가 지향하는 ‘의식의 확장’, 자연으로 회귀를 꿈꾼 ‘히피 공동체’에 대한 정보와 상품을 소개했다. 이런 ‘히피 공동체’ 정신은 다양성과 개방성으로 대표되는 오늘날 웹 문화를 만든 원동력으로, 잡스를 비롯해 젊은 기업가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웹 기업의 DNA ‘히피 공동체’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요즘 웹 기업은 창업과 동시에 세계인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벌인다. 대부분 웹 기업이 유저 이용률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웹2.0 이후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가속화했다. 사용자가 없으면 서비스와 수익률도 없는 것은 당연지사. 사용자들의 참여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웹 비즈니스의 성공 필수 전략이 됐다.



    잡스가 ‘홀 어스 카탈로그’에 영향을 받았다면,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베르길리우스가 지은 라틴문학의 고전 ‘아이네이스’에 영향을 받았다. 로마 건국 신화를 다룬 ‘아이네이스’는 팍스로마나를 지지하며 다민족 융합 원리를 표방한 이야기다. ‘유럽’이라는 개념도 여기에서 나왔다. 2012년 10월 현재 페이스북 가입자는 10억 명을 돌파했다. 10억 명이 뭔가를 매개로 매일 연결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인 동시에 거대한 사회를 형성한 셈이다. 2004년 초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은 하버드대 학생임을 확인하려고 하버드대 e메일 주소를 가진 사람만 가입할 수 있었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서 실현하고자 한 것도 개방성과 투명성이 주요 가치로 존중되는 세계다. 구글이 인간 판단을 배제한 채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주목했다면, 페이스북은 감정과 이성을 지닌 인간을 네트워크의 기본 요소로 삼는다.

    저자는 앞으로 IT 기업과 기술 분야에서 실리콘밸리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려면 “세상을 넓게 보는 시선과 공동체 정신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컴퓨터나 웹 분야 종사자에게는 일단 우주나 전 지구적 시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과 응용 영역을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 셈이다. 네트워크 자체에 매몰되지 않는, 소통과 공동체 정신을 가진 사람만이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또 어떤 기술과 어떤 상상력이 세상을 바꾸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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