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에서 오늘날과 같은 현대적인 헬스클럽이 보편화된 것은 1980년대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전에도 학교, 직장, 공공기관 등에 관련 운동시설이 있었고, 서울 등 대도시에는 사설 체육클럽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일부 사람들의 전용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헬스클럽이 대중화되기 이전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근육운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 이전 근육운동 기구라는 것은 역기와 아령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게다가 이런 운동기구의 품질도 오늘날과는 사뭇 달라 집 마당이나 태권도장 한 구석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시멘트로 만든 거친 역기가 주종을 이뤘다.
이런 상황은 체계화된 근육운동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서양국가의 경우에도 시점 차이만 있을 뿐, 기본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양 기록에 따르면 19세기경까지는 근육운동을 위해 바위나 집 안 가구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키우는 가축을 들어올리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했다고 전해진다.
초보자들 많은 기구에 당황
그러던 것이 지금은 세계적으로 어느 체육관에 가더라도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운동기구가 마치 군대열병식을 하듯 위압적으로 도열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초보자들은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마치 정글에 들어온 것처럼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운동기구 종류가 아무리 많아 보여도 기본 종류는 매우 단순하다. 즉, 역기나 아령 같은 전통적인 운동기구를 뜻하는 ‘프리웨이트(free weight)’와 사용자 편의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웨이트머신(weight machine)’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프리웨이트에 대해 알아보자. 프리웨이트는 운동기구가 어떤 기계장치에도 부착돼 있지 않아, 사용자가 자유롭게 기구를 활용해 운동할 수 있다는 뜻의 영어 명칭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자유중량’ 정도가 되겠는데, 어감이 다소 어색해 체육관에서는 보통 영어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다.
프리웨이트는 기본적으로 중량봉(바·bar)과 중량판(웨이트 플레이트, weight plate)으로 구성되며, 중량봉에는 긴 중량봉을 가진 역기(바벨·barbell)와 짧은 중량봉을 가진 아령(덤벨·dumbbell) 두 가지가 있다(그림 참조). 중량봉 길이의 차이 때문에 역기는 기본적으로 두 손으로 운동하고 아령은 주로 한 손을 사용한다.
아령은 기원전 5세기경부터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된 가장 오래된 운동기구 가운데 하나다. 아령은 한자로 ‘啞鈴’이라고 쓰는데, 이는 덤벨을 번역한 것으로 글자 그대로의 뜻은 ‘벙어리 종’이라는 의미다. 일본에서는 벙어리 ‘啞’자가 장애인과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亞’자를 사용한다.
덤벨이라는 말이 처음 만들어진 데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우리나라 종은 표면에 치는 자리를 만든 뒤 그 부위를 당목으로 쳐서 소리를 내는 형식인 반면, 서양 종은 종 안에 추를 매달고 종 전체를 밧줄로 흔들어 소리를 내게끔 돼 있다. 종이 클수록 그만큼 치는 데 큰 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18세기 서양에서는 종치는 일을 담당하는 일꾼이 평소 종을 가지고 다니며 훈련하곤 했는데, 이때 종소리가 나지 않게끔 추를 떼고 연습한 데서 덤벨, 즉 벙어리 종이란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프리웨이트의 장점은 무엇보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운동과 근육 자극이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령 한 쌍만 있으면 온갖 운동을 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근육 자극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이는 한 방향으로만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개발한 웨이트머신과는 큰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프리웨이트는 무게가 증가할수록 기구를 정확하게 다루기 어렵고, 부상 위험도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특히 초보자나 여성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역기의 경우 자신에게 맞는 무게를 선택하려고 매번 중량판을 바꿔 껴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 소비도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다.
반면 웨이트머신은 앞서 말한 프리웨이트의 단점을 보완해 사용자 처지에서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개발한 운동기구다. 웨이트머신은 기본적으로 틀(weight stack) 안에 차곡차곡 쌓인 네모난 중량판들에 연결된 손잡이를 밀거나 당기는 형태로 작동한다. 이때 무게 조절은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에 있는 중량판 홈에 핀을 꼽기만 하면 된다.
웨이트머신은 흔히 스미스머신(smith machine)이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에도 유래가 있다. 헬스클럽 경영자이자 보디빌더였던 루디 스미스(Rudy Smith·1925~2010)라는 미국인이 1950년대 말 그가 총지배인으로 있던 로스앤젤레스의 빅 테니 짐(Vic Tanny Gym)이라는 헬스클럽에 웨이트머신 개념을 도입한 기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기구는 빅 테니 짐을 통해 점점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후 자연스럽게 이런 종류의 운동기구에 그의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스미스머신을 처음 발명한 것은 스미스가 아니다. 진짜 주인공은 ‘피트니스계 대부’ 또는 ‘피트니스계 첫 슈퍼히어로’라 부르는 또 한 명의 전설적 몸짱 잭 라레인(Jack Lalanne·1914~2011)이었다. 그는 아흔을 훌쩍 넘길 정도로 장수하면서 건강한 생애를 보냈는데, 생전에 늘 정열적으로 적절한 운동과 올바른 식이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녔다. 그의 운동철학을 대변하는 유명한 어록 중에는 “운동은 왕이고 영양은 여왕이다. 이 둘을 함께하면 왕국을 가질 수 있다(Exercise is king, nutrition is queen, put them together and you’ve got a kingdom)”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바로 이 라레인이 1950년대 자신의 체육관에 사용하려고 처음으로 초보 형태의 웨이트머신을 고안했다. 그런데 당시 그와 가까운 사이였던 스미스가 이를 보고 이 기구를 좀 더 실용적으로 개선해 상업화한 것이다.
웨이트머신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안전성이다. 중량 자체가 기계에 고정 부착돼 프리웨이트 운동에서처럼 따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없고, 따라서 근육에 무리가 갈 위험성이 줄어든다. 또 기구를 떨어뜨리거나 중량판이 잘못 빠져 생기는 부상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또 프리웨이트에 비해 기구를 다루는 데 크게 힘이 들지 않기 때문에 초심자나 여성, 또는 노약자에게 편리하다. 운동할 때마다 역기처럼 중량판을 갈아 끼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
그러나 이런 여러 장점에도 웨이트머신이 반드시 이상적인 운동기구만은 아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점 가운데 하나로, 기구 특성상 고정된 한 방향으로만 운동이 되기 때문에 근육이 선택적으로 자극받는다는 지적이 있다. 또 일부 전문 운동선수는 웨이트머신에서는 근육운동의 섬세한 느낌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프리웨이트를 선호한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는 마치 수동 클러치로 운전하던 시절 자동 변속기가 처음 등장할 때의 반응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동 클러치 애호가들의 주장은 자동 변속기에서는 운전하는 기분이 떨어지고 왠지 모르게 힘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자동 변속기가 그 편의성을 무기로 대세가 돼버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도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웨이트머신만으로 운동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반인이라도 가끔 체육관에 있는 프리웨이트를 이용해 운동하면 더 자극적이면서, 더욱 깊은 근육운동의 세계에 빠지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비록 초보자라도 지금까지 설명한 이런 정도의 상식이면 웬만한 헬스클럽 정글을 헤쳐 나갈 기본 지식은 갖춘 셈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진정 정글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실천 의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헬스클럽이 대중화되기 이전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근육운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 이전 근육운동 기구라는 것은 역기와 아령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게다가 이런 운동기구의 품질도 오늘날과는 사뭇 달라 집 마당이나 태권도장 한 구석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시멘트로 만든 거친 역기가 주종을 이뤘다.
이런 상황은 체계화된 근육운동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서양국가의 경우에도 시점 차이만 있을 뿐, 기본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양 기록에 따르면 19세기경까지는 근육운동을 위해 바위나 집 안 가구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키우는 가축을 들어올리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했다고 전해진다.
초보자들 많은 기구에 당황
그러던 것이 지금은 세계적으로 어느 체육관에 가더라도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운동기구가 마치 군대열병식을 하듯 위압적으로 도열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초보자들은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마치 정글에 들어온 것처럼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운동기구 종류가 아무리 많아 보여도 기본 종류는 매우 단순하다. 즉, 역기나 아령 같은 전통적인 운동기구를 뜻하는 ‘프리웨이트(free weight)’와 사용자 편의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웨이트머신(weight machine)’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프리웨이트에 대해 알아보자. 프리웨이트는 운동기구가 어떤 기계장치에도 부착돼 있지 않아, 사용자가 자유롭게 기구를 활용해 운동할 수 있다는 뜻의 영어 명칭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자유중량’ 정도가 되겠는데, 어감이 다소 어색해 체육관에서는 보통 영어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다.
프리웨이트는 기본적으로 중량봉(바·bar)과 중량판(웨이트 플레이트, weight plate)으로 구성되며, 중량봉에는 긴 중량봉을 가진 역기(바벨·barbell)와 짧은 중량봉을 가진 아령(덤벨·dumbbell) 두 가지가 있다(그림 참조). 중량봉 길이의 차이 때문에 역기는 기본적으로 두 손으로 운동하고 아령은 주로 한 손을 사용한다.
아령은 기원전 5세기경부터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된 가장 오래된 운동기구 가운데 하나다. 아령은 한자로 ‘啞鈴’이라고 쓰는데, 이는 덤벨을 번역한 것으로 글자 그대로의 뜻은 ‘벙어리 종’이라는 의미다. 일본에서는 벙어리 ‘啞’자가 장애인과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亞’자를 사용한다.
덤벨이라는 말이 처음 만들어진 데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우리나라 종은 표면에 치는 자리를 만든 뒤 그 부위를 당목으로 쳐서 소리를 내는 형식인 반면, 서양 종은 종 안에 추를 매달고 종 전체를 밧줄로 흔들어 소리를 내게끔 돼 있다. 종이 클수록 그만큼 치는 데 큰 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18세기 서양에서는 종치는 일을 담당하는 일꾼이 평소 종을 가지고 다니며 훈련하곤 했는데, 이때 종소리가 나지 않게끔 추를 떼고 연습한 데서 덤벨, 즉 벙어리 종이란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프리웨이트의 장점은 무엇보다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운동과 근육 자극이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령 한 쌍만 있으면 온갖 운동을 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근육 자극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이는 한 방향으로만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개발한 웨이트머신과는 큰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프리웨이트는 무게가 증가할수록 기구를 정확하게 다루기 어렵고, 부상 위험도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특히 초보자나 여성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역기의 경우 자신에게 맞는 무게를 선택하려고 매번 중량판을 바꿔 껴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 소비도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다.
반면 웨이트머신은 앞서 말한 프리웨이트의 단점을 보완해 사용자 처지에서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개발한 운동기구다. 웨이트머신은 기본적으로 틀(weight stack) 안에 차곡차곡 쌓인 네모난 중량판들에 연결된 손잡이를 밀거나 당기는 형태로 작동한다. 이때 무게 조절은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에 있는 중량판 홈에 핀을 꼽기만 하면 된다.
웨이트머신은 흔히 스미스머신(smith machine)이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에도 유래가 있다. 헬스클럽 경영자이자 보디빌더였던 루디 스미스(Rudy Smith·1925~2010)라는 미국인이 1950년대 말 그가 총지배인으로 있던 로스앤젤레스의 빅 테니 짐(Vic Tanny Gym)이라는 헬스클럽에 웨이트머신 개념을 도입한 기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기구는 빅 테니 짐을 통해 점점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후 자연스럽게 이런 종류의 운동기구에 그의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스미스머신을 처음 발명한 것은 스미스가 아니다. 진짜 주인공은 ‘피트니스계 대부’ 또는 ‘피트니스계 첫 슈퍼히어로’라 부르는 또 한 명의 전설적 몸짱 잭 라레인(Jack Lalanne·1914~2011)이었다. 그는 아흔을 훌쩍 넘길 정도로 장수하면서 건강한 생애를 보냈는데, 생전에 늘 정열적으로 적절한 운동과 올바른 식이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녔다. 그의 운동철학을 대변하는 유명한 어록 중에는 “운동은 왕이고 영양은 여왕이다. 이 둘을 함께하면 왕국을 가질 수 있다(Exercise is king, nutrition is queen, put them together and you’ve got a kingdom)”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바로 이 라레인이 1950년대 자신의 체육관에 사용하려고 처음으로 초보 형태의 웨이트머신을 고안했다. 그런데 당시 그와 가까운 사이였던 스미스가 이를 보고 이 기구를 좀 더 실용적으로 개선해 상업화한 것이다.
웨이트머신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안전성이다. 중량 자체가 기계에 고정 부착돼 프리웨이트 운동에서처럼 따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없고, 따라서 근육에 무리가 갈 위험성이 줄어든다. 또 기구를 떨어뜨리거나 중량판이 잘못 빠져 생기는 부상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또 프리웨이트에 비해 기구를 다루는 데 크게 힘이 들지 않기 때문에 초심자나 여성, 또는 노약자에게 편리하다. 운동할 때마다 역기처럼 중량판을 갈아 끼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 의지
그러나 이런 여러 장점에도 웨이트머신이 반드시 이상적인 운동기구만은 아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점 가운데 하나로, 기구 특성상 고정된 한 방향으로만 운동이 되기 때문에 근육이 선택적으로 자극받는다는 지적이 있다. 또 일부 전문 운동선수는 웨이트머신에서는 근육운동의 섬세한 느낌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프리웨이트를 선호한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는 마치 수동 클러치로 운전하던 시절 자동 변속기가 처음 등장할 때의 반응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동 클러치 애호가들의 주장은 자동 변속기에서는 운전하는 기분이 떨어지고 왠지 모르게 힘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자동 변속기가 그 편의성을 무기로 대세가 돼버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도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다음에야 웨이트머신만으로 운동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반인이라도 가끔 체육관에 있는 프리웨이트를 이용해 운동하면 더 자극적이면서, 더욱 깊은 근육운동의 세계에 빠지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비록 초보자라도 지금까지 설명한 이런 정도의 상식이면 웬만한 헬스클럽 정글을 헤쳐 나갈 기본 지식은 갖춘 셈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진정 정글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실천 의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