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4월 1일부터 ‘모두다 올레’ 요금제를 선보였다.
그동안 이동통신사의 주요 수익원인 음성통화 수익을 포기하는 요금제가 나오면서 이동통신시장 패러다임이 변할 조짐이다. 음성통화 위주 요금제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되고, 보조금 중심의 경쟁이 요금제와 서비스 경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 제조사에 미칠 후방 효과도 주목된다.
요금제 및 서비스 경쟁 시대로
SK텔레콤은 3월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망 내 무제한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T끼리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동통신사에 관계없이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무료로 제공하고, 보이스톡이나 스카이프(Skype) 같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도 전면 허용한다.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 출시가 이동통신시장 경쟁 패러다임을 기존 보조금 중심의 ‘가입자 모집 경쟁’에서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한 ‘고객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금제 출시를 시작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신규 멤버십 출시 △SK텔레콤 전용 스마트폰 등 단말 차별화 △착한 기변 프로그램 강화 △고객안심 서비스 확대 등 혁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의 파격 요금제는 시장에 곧바로 반향을 불러왔다. 요금제 출시 사흘(영업일 기준) 만에 가입자가 2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당황한 경쟁사도 반격에 나섰다. KT는 4월 1일부터 망 내 음성통화와 망 내외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제공하는 ‘모두다 올레’ 요금제를 내놨다. SK텔레콤과 차별화하려고 ‘데이터 이월’이라는 혜택을 추가했다.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30%여서 SK텔레콤보다 망 내 무료통화 혜택이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망 외 무료통화 제공시간을 50~250분 더 제공한다. 요금제별로 기본 제공하는 데이터양도 SK텔레콤보다 더 많다. KT는 경쟁력을 강화한 새로운 요금제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망 내 무료통화와 데이터 속도 보장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한 신규 요금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연이어 망 내 무료통화 상품을 출시한 것은 요금제 경쟁의 시작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이동통신 3사 요금제가 거의 동일했지만, 이제부터는 요금제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전까지 요금제를 차별화하지 않은 이유는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단말기 보조금’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보조금 경쟁이 이동통신사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동통신사도 문제를 인식하지만 경쟁 상황 때문에 누구도 보조금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이 악순환 고리를 SK텔레콤이 끊겠다고 나선 것이다.
요금제 출시 간담회에서 박인식 SK텔레콤 사업총괄사장은 “혁신적인 데이터 요금제를 계속해서 출시해 이동통신사 간 보조금 중심의 가입자 확보 경쟁에서 벗어나 가입자를 위한 요금 및 서비스 경쟁 체제로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인식 SK텔레콤 사업총괄사장이 3월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타워에서 열린 새로운 마케팅 혁신방안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간 상호 접속료 문제가 해결되면 망 외 음성통화까지 전면 무료로 제공하는 상품 출시도 가능할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 버라이즌, AT·T 등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요금제를 제공하는 데이터양에 따라 구분하고,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제한 무료로 제공한다. 결국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시장 파급력 주목
보조금 축소가 가져올 이동통신시장 변화도 주목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LTE 가입자를 유치하려고 극심한 보조금 경쟁이 벌어지면서 반년 만에 이동통신시장에 보조금 수조 원이 풀렸다. 출고가 100만 원에 육박하는 ‘갤럭시S3’가 10만 원대 초반에 판매되기도 했다.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이동통신사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요금제 경쟁으로 전환하는 데는 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위기감도 한몫했다.
보조금 효과가 사라지면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이 커진다. 당장 제조사의 출고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동일한 휴대전화의 국내, 해외 판매가격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제조사 입지를 좁게 만든다.
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보조금에 투입될 마케팅비용을 줄이면 이동통신사 이익이 개선되고, 요금 인하를 위한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망 내 무료통화 상품만 해도 요금 인하 효과를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장은 “T끼리 요금제 출시로 음성 사용량이 많은 고객은 T끼리 요금제로, 그렇지 않은 고객은 기존 요금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서 “신규 요금제 출시로 연간 1200억 원 상당의 가계 통신비 경감 효과가 있으며, 고객별로 이용 패턴에 따라 적합한 요금제를 선택하면 추가적인 요금 경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고착화한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구도가 변할지도 관심사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5대 3대 2 비율로 점유하는 구도가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보조금 위주의 단순한 경쟁이다 보니 차별화할 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금제 경쟁을 시작으로 서비스 경쟁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기존의 시장 점유 구도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