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은 중복(中伏). 전국 곳곳에서 많은 견공이 비운에 처할 그날, 경북 청도군 야외공연장에선 이색 공연이 열린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개나소나콘서트’다. 애견인구 1000만 명 시대,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반려견에게도 음악을 들려주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이 행사는 2009년 1회 행사 때부터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고, 이젠 소싸움축제와 더불어 청도군 명물이 됐다.
해외 토픽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이 행사의 기획자는 개그맨 전유성(63·사진) 씨. ‘개나소나콘서트’를 홍보하려고 청도와 서울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를 만났다. 인터뷰 당일에도 SBS 라디오 방송 출연 스케줄이 잡혀 있어 그와의 대화는 서울 목동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뤄졌다.
청도의 상징 싸움소도 구경 와
▼ ‘개나소나콘서트’를 시작한 계기는.
“한마디로 재미있자고 하는 거야. 사람들이 음악회에 잘 안 가잖아. 그래서 먼저 어린이들이 떠들어도 관객이 화내지 않는 음악회를 해봤어. 다들 재미있어하더라고. 그러던 중에 클라리넷 하는 한 친구가 오래전부터 ‘개를 위한 음악회를 하는 건 어떨까’ 얘기했는데 그것도 재미있겠다 싶었지.”
‘개나소나콘서트’ 탄생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방송인 최유라 씨가 “아이가 아프다”고 하기에, 알고 봤더니 기르던 개가 아팠던 것. 전씨는 애완견을 가족같이 여기는 그 모습을 보고 콘서트 기획을 결심했다고 한다.
▼ 개 외에 다른 동물을 동반해 관람할 수는 없나.
“아마 안 될 거야. 고양이가 온 적이 있는데 개가 너무 많아서 못 견뎌하더라고. 다른 동물도 안 될 건 없지만, 굳이 불교 나라에 가서 예수 믿으라고 할 필요는 없잖아. 개를 위한 콘서트니까.”
▼ 그럼 소는 어떻게 참여하나.
“소는 우리가 불러. 청도의 상징이 싸움소잖아. 그 소들을 데리고 공연장을 한 바퀴 돌지.”
▼ 개들이 음악을 이해할까.
“이렇게 반응해. 짖으면 좋다는 거고, 가만있으면 감상하는 거고. 그런데 생각보다 조용해. 잘 안 짖어. 첫해에는 개 한 마리가 음악이 짠 짜잔 하다 멈추면 ‘멍! 멍!’ 하고 음악에 맞추는 것처럼 짖더라고. 굉장히 재미있었지.”
▼ ‘개나소나콘서트’ 말고도 특별한 공연을 많이 기획한 것 같다.
“광고 문구를 만들 때는 짧아야 한다고 하잖아. 그런데 병 있는 사람은 광고 문구가 길어도 열심히 봐. 그래서 생각했지. 동호회처럼 해보자. 모유 수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고, 치아 임플란트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회, 담배 끊은 지 3개월 된 사람들을 위한 음악회, 이렇게 차별화를 해봤지. 그랬더니 찾아오더라고.”
▼ 그런데 항상 클래식 공연이다.
“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안 해본 걸 해보자는 거야. 가요 공연은 웬만하면 많이들 가잖아. 잘 알려졌기도 하고.”
▼ 매년 ‘아모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던데.
“‘개나소나콘서트’를 위해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니까. 유명 오케스트라를 보면 거의 고참들이 정하는 걸 연주하지. 지금 음악감독 하는 친구가 30대 초중반인데, 이 친구에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있을 것 아냐. 나는 음악을 잘 모르니, 하고 싶은 음악은 무조건 다 하라고 얘기해. 간섭하지 않고. 나는 해설만 하는 거지.”
▼ 음악을 잘 모른다면서 어떻게 해설하나.
“제목만 듣고 ‘개나소나콘서트’다운 해설을 하면 되는 거야. ‘전원 교향곡’이라면 ‘얘들아, 너희는 원래 전원에서 뛰어놀던 애들이야’, ‘신세계 교향곡’ 같으면 ‘야, 너희는 오늘 음악회에 옴으로써 신세계로 접어드는 거다’ 이렇게 설명해주면 돼. 설명이 안 되면 ‘이건 개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라고 하면 되고.”
▼ 클래식은 보통 엄숙하지 않나.
“첫해에는 지휘자가 뼈다귀로 지휘하고 그걸 개들한테 던져줬어.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소 뼈다귀였지. 개와 소를 위한 콘서트인데. 그때는 재미있었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클래식 쪽 사람들도 재미있어들 해.”
▼ 결국 핵심은 약간 다르게 보는 데 있다는 건가.
“당연히 다르게 봐야지. 삐딱하게 보는 게 아니라 다르게 봐야지.”
▼ 관객 반응은 어떤가.
“무지무지 좋아. 메인 공연시간이 오후 6시인데, 아침 10시만 돼도 이미 다들 와 있어. 또 첫해에는 7명이나 개한테 물렸지. 그래서 물린 사람에게 전화했더니 자기들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이런 거 신문에 나서 이 행사 없어지면 안 된다고 얘기하더라고. 작년엔 개한테 물린 사람이 없었어.”
적자지만 공연은 계속 무료
▼ 어려움은 없었나.
“작년에 비가 쏟아졌는데, 악기에 습기가 차면 안 되니까 비 그칠 때까지 가수들이 시간을 끌어주기도 하고, 비닐로 천막을 만들어 그 안에서 피아노 연주도 했어.”
▼ 공연을 유료화할 계획은 없나.
“없어. 계속 무료로 할 생각이야.”
▼ 수익은 어떤가.
“매년 적자지. 공무원 찾아가서 뭘 하는 건 못하겠고, 그 사람들도 새로운 걸 하자고 하면 안 하겠대. 그래서 내 돈 들여서 해. 언젠가는 400만 원 정도가 남아서 기획한 사람끼리 다 같이 1박2일로 놀다 왔어. 그런데 외상값 갚고 나니 되레 200만 원 적자더라고. 그래도 청도군민회에서 많이 도와줘. 개 관련 사업 하는 사람들이 협찬금도 내주고.”
▼ 젊은이들과 많이 일하는데, 소통은 잘되는 편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다들 나를 무척 어려워해. 회의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선 내가 말하는 대로 하다가도 며칠 지나선 자기들끼리만 진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이런 게 아주 심해. 후배 개그맨들은 나를 어렵게 대하긴 해도 할 얘기를 못하거나 그러지는 않거든. 그런데 그게 바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 인터뷰를 해보니 세간의 인식과 달리 상식적이다.
“당연히 그렇지. 내가 기인(奇人)이다 뭐다 그러는데,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게 우리 일이잖아.”
해외 토픽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이 행사의 기획자는 개그맨 전유성(63·사진) 씨. ‘개나소나콘서트’를 홍보하려고 청도와 서울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를 만났다. 인터뷰 당일에도 SBS 라디오 방송 출연 스케줄이 잡혀 있어 그와의 대화는 서울 목동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뤄졌다.
청도의 상징 싸움소도 구경 와
▼ ‘개나소나콘서트’를 시작한 계기는.
“한마디로 재미있자고 하는 거야. 사람들이 음악회에 잘 안 가잖아. 그래서 먼저 어린이들이 떠들어도 관객이 화내지 않는 음악회를 해봤어. 다들 재미있어하더라고. 그러던 중에 클라리넷 하는 한 친구가 오래전부터 ‘개를 위한 음악회를 하는 건 어떨까’ 얘기했는데 그것도 재미있겠다 싶었지.”
‘개나소나콘서트’ 탄생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방송인 최유라 씨가 “아이가 아프다”고 하기에, 알고 봤더니 기르던 개가 아팠던 것. 전씨는 애완견을 가족같이 여기는 그 모습을 보고 콘서트 기획을 결심했다고 한다.
▼ 개 외에 다른 동물을 동반해 관람할 수는 없나.
“아마 안 될 거야. 고양이가 온 적이 있는데 개가 너무 많아서 못 견뎌하더라고. 다른 동물도 안 될 건 없지만, 굳이 불교 나라에 가서 예수 믿으라고 할 필요는 없잖아. 개를 위한 콘서트니까.”
▼ 그럼 소는 어떻게 참여하나.
“소는 우리가 불러. 청도의 상징이 싸움소잖아. 그 소들을 데리고 공연장을 한 바퀴 돌지.”
▼ 개들이 음악을 이해할까.
“이렇게 반응해. 짖으면 좋다는 거고, 가만있으면 감상하는 거고. 그런데 생각보다 조용해. 잘 안 짖어. 첫해에는 개 한 마리가 음악이 짠 짜잔 하다 멈추면 ‘멍! 멍!’ 하고 음악에 맞추는 것처럼 짖더라고. 굉장히 재미있었지.”
▼ ‘개나소나콘서트’ 말고도 특별한 공연을 많이 기획한 것 같다.
“광고 문구를 만들 때는 짧아야 한다고 하잖아. 그런데 병 있는 사람은 광고 문구가 길어도 열심히 봐. 그래서 생각했지. 동호회처럼 해보자. 모유 수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고, 치아 임플란트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회, 담배 끊은 지 3개월 된 사람들을 위한 음악회, 이렇게 차별화를 해봤지. 그랬더니 찾아오더라고.”
▼ 그런데 항상 클래식 공연이다.
“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안 해본 걸 해보자는 거야. 가요 공연은 웬만하면 많이들 가잖아. 잘 알려졌기도 하고.”
▼ 매년 ‘아모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던데.
“‘개나소나콘서트’를 위해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니까. 유명 오케스트라를 보면 거의 고참들이 정하는 걸 연주하지. 지금 음악감독 하는 친구가 30대 초중반인데, 이 친구에게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있을 것 아냐. 나는 음악을 잘 모르니, 하고 싶은 음악은 무조건 다 하라고 얘기해. 간섭하지 않고. 나는 해설만 하는 거지.”
▼ 음악을 잘 모른다면서 어떻게 해설하나.
“제목만 듣고 ‘개나소나콘서트’다운 해설을 하면 되는 거야. ‘전원 교향곡’이라면 ‘얘들아, 너희는 원래 전원에서 뛰어놀던 애들이야’, ‘신세계 교향곡’ 같으면 ‘야, 너희는 오늘 음악회에 옴으로써 신세계로 접어드는 거다’ 이렇게 설명해주면 돼. 설명이 안 되면 ‘이건 개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라고 하면 되고.”
▼ 클래식은 보통 엄숙하지 않나.
“첫해에는 지휘자가 뼈다귀로 지휘하고 그걸 개들한테 던져줬어.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소 뼈다귀였지. 개와 소를 위한 콘서트인데. 그때는 재미있었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클래식 쪽 사람들도 재미있어들 해.”
▼ 결국 핵심은 약간 다르게 보는 데 있다는 건가.
“당연히 다르게 봐야지. 삐딱하게 보는 게 아니라 다르게 봐야지.”
▼ 관객 반응은 어떤가.
“무지무지 좋아. 메인 공연시간이 오후 6시인데, 아침 10시만 돼도 이미 다들 와 있어. 또 첫해에는 7명이나 개한테 물렸지. 그래서 물린 사람에게 전화했더니 자기들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이런 거 신문에 나서 이 행사 없어지면 안 된다고 얘기하더라고. 작년엔 개한테 물린 사람이 없었어.”
2009년 1회 공연 당시 모습.
▼ 어려움은 없었나.
“작년에 비가 쏟아졌는데, 악기에 습기가 차면 안 되니까 비 그칠 때까지 가수들이 시간을 끌어주기도 하고, 비닐로 천막을 만들어 그 안에서 피아노 연주도 했어.”
▼ 공연을 유료화할 계획은 없나.
“없어. 계속 무료로 할 생각이야.”
▼ 수익은 어떤가.
“매년 적자지. 공무원 찾아가서 뭘 하는 건 못하겠고, 그 사람들도 새로운 걸 하자고 하면 안 하겠대. 그래서 내 돈 들여서 해. 언젠가는 400만 원 정도가 남아서 기획한 사람끼리 다 같이 1박2일로 놀다 왔어. 그런데 외상값 갚고 나니 되레 200만 원 적자더라고. 그래도 청도군민회에서 많이 도와줘. 개 관련 사업 하는 사람들이 협찬금도 내주고.”
▼ 젊은이들과 많이 일하는데, 소통은 잘되는 편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다들 나를 무척 어려워해. 회의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선 내가 말하는 대로 하다가도 며칠 지나선 자기들끼리만 진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이런 게 아주 심해. 후배 개그맨들은 나를 어렵게 대하긴 해도 할 얘기를 못하거나 그러지는 않거든. 그런데 그게 바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 인터뷰를 해보니 세간의 인식과 달리 상식적이다.
“당연히 그렇지. 내가 기인(奇人)이다 뭐다 그러는데,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게 우리 일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