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은 쓰임새가 분명해야 놓일 장소도 확연해진다. 사진은 쇼핑센터 식기류 코너.
화려한 옷을 많이 가진 사람이 옷을 세련되게 잘 입을까. 큰 옷장에 정장 100벌이 중구난방 걸린 데다, 더구나 옷 주인이 개개의 의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수납공간도 정리할 줄 모른다면 옷은 날개가 아니라 짐일 뿐이다. 품격 있는 10벌만 갖고도 때와 상황에 맞게 차려입을 줄 아는 사람이 훨씬 옷을 잘 입는다고 평가받는다.
과연 정리가 왜 필요할까. 정리는 오늘 하루도 더 나아지기를 열망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재고조사’다. 인생역정의 창고와 영혼의 서랍을 열어본 후 버릴 것, 덜어낼 것, 추려낼 것을 솎아내는 구체적 실천행위다. 정리하면 혼란한 정신이 맑아지고 의지가 새롭게 샘솟으며 헝클어진 속마음이 자유로워진다. 정리력은 나의 인생을 ‘혼돈의 공간’으로 방치하지 않으려는 편집력인 것이다.
1. 취사선택의 원칙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나의 책장은 책을 보관해주는 개인 도서관인가. 나태해진 자신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생생한 참모인가. 책장을 정리할 때 어떤 원칙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책장 콘텐츠가 바뀐다. 지혜의 신간이 둥지 틀 수 있게 책장을 비워둬라. 다 읽은 책으로 책장을 채우지 마라.
10년, 20년 전 입었던 옷가지로 옷장 한쪽이 가득하다. ‘언젠가 유행이 되돌아오면 다시 리폼해 입어야지’라는 기대로 수십 년째 대기하고 있다. 이 옷이 진정 가야 할 곳은 어딜까. 컴컴한 어둠 속에서 옷은 옷 주인의 결단을 기다린다.
자기 판단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물건의 운명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결국 버리지 못하는 원인은 두 가지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어떤 물건을 소유할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물건에 대한 소유방식이 삶의 가치관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무엇을 갖고 있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와 같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 추려내는 과감한 판단력이 작동하지 않을 때 불필요한 물건을 더욱 늘리게 되고,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점점 필요 없는 물건에 묻히게 된다. 결국 혼돈의 공간에 갇혀 답답한 삶을 영위한다.
2. 물건을 진정 사랑하는 길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행위는 꼭 필요한 물건을 찾아내 새삼스럽게 사랑해주는 길과 직결된다. 더 행복해지고 싶은 열망이 정리를 갈구한다. 정리는 지저분한 방 안을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고 걸레질하는 수준이 아니다. 쌓아둔 옷가지를 잘 입는 순서대로 위아래 위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집 안 정리는 버릴 것과 남길 것을 판단한 다음, 청소 차원이 아닌 집 안 전체의 레이아웃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즉 집주인의 사고방식을 전환하는 일이다. 정리의 첫출발은 물건을 버릴지 남길지 결정하는 것이고, 그다음 물건의 제자리를 정하는 일이다. 꼭 필요한 물건에게 꼭 필요한 자리를 부여하는 것, 바로 이것이 물건을 사랑하는 지름길이다. 그러면 물건은 “주인님, 안녕하세요”라며 말을 걸어온다.
(더난출판)을 펴낸 ‘집 정리의 달인’ 곤도 마리에는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다. 그는 책에서 집과 주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언급한다.
“나는 정리 레슨을 받으러 온 고객에게 집과 인사할 것을 강조한다. 가족이나 반려동물에게 말을 걸듯 집에도 ‘다녀왔습니다’ ‘항상 지켜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이런 인사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 집이 대답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본래 정리란 사람과 물건과 집의 균형을 잡아주는 행위다. 집은 항상 같은 곳에서 녹초가 되어 돌아온 주인을 위로해주고, 기다리고, 지켜준다. 정리는 항상 자신을 지켜주는 집에 대한 보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