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라는 말을 세계 최초로 만든 우메사오 다다오(梅棹忠夫)는 1950년대에 이미 ‘정보와 문명’이라는 시점(視點)을 생각해내고 인간의 역사는 농업생산(1차 산업), 공업생산(2차 산업), 정보산업(3차 산업)으로 이행되리라고 내다봤다.
그는 문명을 “인간을 둘러싸는 장치계와 제도계, 그리고 인간이 만드는 체제”라고 정의했다. 장치계는 정보통신, 교통 같은 사회적 인프라를 포함하고 제도계는 장치계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법률, 언어를 가리킨다. 두 계통을 시스템으로 제어하는 인간은 둘을 통합하는 가치체계로서 문화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1920년생인 그는 86년에 시력을 잃어 발달하는 정보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에는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정보기술(IT)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의 서론격인 인터뷰 ‘정보와 문명’에서 인간이 만드는 장치계(디바이스 등)는 빠르게 진보하는데 그 장치 이용에 필요한 지식, 제도, 관습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정보산업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그가 가장 염려한 것은 저작권 붕괴였다.
그의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요즘 우리 생활은 어떤가. 인터넷 기능의 상당 부분은 무료다. 예술과 대중문화를 경제학적으로 접근한 논문과 저서들을 집필한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대한 침체’(한빛비즈)에서 자신은 “트위터로 두 개의 글을 보내고, 스무 개의 블로그를 보며, 몇 편의 영화를 찾아보고, 이베이에 들어가며, 유튜브를 통해 기타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데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재미를 느끼며 그 시간을 즐기는” 게 일상이라고 말한다.
“지적 또는 감성적 발명을 위해 무료 공간을 제공하고 사람들의 내면생활을 풍부하게 한다는 점에서 개방된 화폭”과도 같은 인터넷이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술혁신이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하는 부문에서 일어나 새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다는 결정적 한계를 지닌다.
아이팟은 일자리 1만3920개를 창출했다지만 디지털음악이 ‘유통’(더구나 상당한 양이 불법으로)되는 탓에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20세기 초 포드와 제너럴모터스는 전기기술로 일자리 수백만 개를 창출한 반면, 여론 조성 매체로 가장 각광받는 트위터는 일자리 300개만 만들어냈을 뿐이다. 엿보기의 즐거움을 창출한 페이스북은 1700개+α, 구글은 2만 개, 이베이는 1만6400개 일자리를 만들어냈지만 신기술은 IT 전문가를 제외한 보통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코웬은 세계경제를 ‘거대한 침체’로 몰고 가는 요인을 “근래 또는 지금 일어나는 혁신은 다수가 사용하는 재화에서 일어나지 않고 소수의 재화에서 창출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이 단순한 논점은 증가하는 소득불균형, 평균소득의 정체, 그리고 금융위기와 결부돼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노동력과 자본이 풍부해 그에 대한 대가는 그저 그렇다. 그러나 “돈이 되는 참신한 아이디어는 희소해 그런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갖는 소수 사람에게는 과거보다 그 대가가 상대적으로 크다”. 월가의 우수한 두뇌가 만들어낸 주택저당증권에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금도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경제 침체의 회오리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고 있다.
코웬은 “인터넷은 널리 전파하는 과학 매체로서 아직 유아기에 있다. 그래서 인터넷은 향후 수십 년 동안 과학적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방향이 문제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우메사오 다다오의 경고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그는 문명을 “인간을 둘러싸는 장치계와 제도계, 그리고 인간이 만드는 체제”라고 정의했다. 장치계는 정보통신, 교통 같은 사회적 인프라를 포함하고 제도계는 장치계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법률, 언어를 가리킨다. 두 계통을 시스템으로 제어하는 인간은 둘을 통합하는 가치체계로서 문화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1920년생인 그는 86년에 시력을 잃어 발달하는 정보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에는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정보기술(IT)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의 서론격인 인터뷰 ‘정보와 문명’에서 인간이 만드는 장치계(디바이스 등)는 빠르게 진보하는데 그 장치 이용에 필요한 지식, 제도, 관습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정보산업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그가 가장 염려한 것은 저작권 붕괴였다.
그의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요즘 우리 생활은 어떤가. 인터넷 기능의 상당 부분은 무료다. 예술과 대중문화를 경제학적으로 접근한 논문과 저서들을 집필한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대한 침체’(한빛비즈)에서 자신은 “트위터로 두 개의 글을 보내고, 스무 개의 블로그를 보며, 몇 편의 영화를 찾아보고, 이베이에 들어가며, 유튜브를 통해 기타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데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재미를 느끼며 그 시간을 즐기는” 게 일상이라고 말한다.
“지적 또는 감성적 발명을 위해 무료 공간을 제공하고 사람들의 내면생활을 풍부하게 한다는 점에서 개방된 화폭”과도 같은 인터넷이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술혁신이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하는 부문에서 일어나 새 일자리를 거의 창출하지 못한다는 결정적 한계를 지닌다.
아이팟은 일자리 1만3920개를 창출했다지만 디지털음악이 ‘유통’(더구나 상당한 양이 불법으로)되는 탓에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20세기 초 포드와 제너럴모터스는 전기기술로 일자리 수백만 개를 창출한 반면, 여론 조성 매체로 가장 각광받는 트위터는 일자리 300개만 만들어냈을 뿐이다. 엿보기의 즐거움을 창출한 페이스북은 1700개+α, 구글은 2만 개, 이베이는 1만6400개 일자리를 만들어냈지만 신기술은 IT 전문가를 제외한 보통 사람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코웬은 세계경제를 ‘거대한 침체’로 몰고 가는 요인을 “근래 또는 지금 일어나는 혁신은 다수가 사용하는 재화에서 일어나지 않고 소수의 재화에서 창출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이 단순한 논점은 증가하는 소득불균형, 평균소득의 정체, 그리고 금융위기와 결부돼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노동력과 자본이 풍부해 그에 대한 대가는 그저 그렇다. 그러나 “돈이 되는 참신한 아이디어는 희소해 그런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갖는 소수 사람에게는 과거보다 그 대가가 상대적으로 크다”. 월가의 우수한 두뇌가 만들어낸 주택저당증권에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금도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경제 침체의 회오리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고 있다.
코웬은 “인터넷은 널리 전파하는 과학 매체로서 아직 유아기에 있다. 그래서 인터넷은 향후 수십 년 동안 과학적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방향이 문제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우메사오 다다오의 경고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