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자녀들에게 한 푼도 안 물려주면 맞아 죽고, 반만 주면 시달리다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
자식에게 의존도가 높은 한국 노인들의 실상을 묘사한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단순히 농담으로 넘기기엔 의미심장한 교훈을 담고 있다. ‘효에 기반한 노후’를 기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표현인 셈. 적극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3층 연금 탑을 쌓으라”고 충고한다. 특히 국민연금은 노후 준비의 기본이다.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 가입지원실 김용기 실장은 “은퇴하고 난 뒤 국민연금으로 밥 먹고, 퇴직연금으로 옷 사 입고, 개인연금으로 여행 다녀라”라고 말한다. 4월 15일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공단에서 김 실장을 만나 노후생활에서 국민연금이 가지는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노후 준비에서 국민연금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앞으로는 은퇴 후에도 20~30년간의 긴 여생을 보내야 한다. 100세 시대가 열린 만큼,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해선 일정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 이때 국민연금은 노후 준비의 기본이다. 한국의 퇴직연금 역사는 짧고 중간 정산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연금액도 크지 않다. 개인연금 또한 10년 납부를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노후소득으로는 금액이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베이비붐 이전 세대는 국민연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노후 준비에 아직 여유가 있는 196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사적연금(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본, 사적연금으로 보완
▼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향후 받을 연금액의 비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국회에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입법안까지 발의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42.1%로 한국과 유사하다(국민연금 소득대체율 : 40년 가입 기준 2008년 50%, 2028년 이후 40%).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고, OECD 평균이 19.6%임을 고려한다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참고로 2003년 제1차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보험료를 15.9%까지 인상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 보험료율을 고정한 채 소득대체율만 상향조정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 상당수 국민이 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재정안정을 위해 이미 두 차례(1998, 2007년) 제도개혁을 했다. 이를 통해 2060년까지 기금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므로 현재 기금 대부분이 바닥나 ‘부과방식’(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거둔 돈으로 은퇴한 사람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다른 나라보다 재정상태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5년마다 시행하는 재정계산을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현명하게 제도개선을 해나간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여 장기적인 재정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기금운용으로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시기를 9년 연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테크 수단 아닌 인생의 재무전략
4월 14일 공단은 ‘국민행복노후설계센터’ 선포식을 가졌다. 전국 140개 국민행복노후설계센터는 국민 개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춘 재무상담과 노후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공단이 단순히 보험료를 징수하고 연금을 지급하는 기관이 아니라, 다각도의 노후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김 실장은 “국민연금은 재테크 수단이 아닌 내 인생에 필요한 재무전략”이라며 “행복한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 최근 10년간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여성이 1999년 271만 명에서 2011년 1월 534만 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여성 취업인구가 늘면서 사업장 가입자가 증가했고, 전업주부들의 자발적 임의 가입도 크게 늘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 관련 정보에 밝은 30~40대 여성의 가입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 7년 정도 오래 살고 최근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그간 남성에게만 의존했던 노후 준비에서 벗어나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지난해부터 베이비부머(1955~63년생, 712만 명)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조기노령연금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공단은 조기노령연금 신청 희망자를 대상으로 연금액이 감액돼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음을 적극 안내하고 있다. 그 결과 2010년은 증가 추세가 다소 둔화됐다. 조기 실직 후 소득활동이 곤란하거나 재취업하더라도 소득이 최소생계비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기노령연금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조기노령연금 신청요건이 되는 소득기준을 하향해, 꼭 필요한 사람만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검토 중이다.”
▼ 국민연금 임의 가입이 일부 공무원과 고소득층 배우자의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공적연금 가입자의 무소득 배우자뿐 아니라 기초수급자, 학생, 군복무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신규로 임의 가입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공단은 더 많은 서민이 임의 가입자가 될 수 있도록 2010년 7월 임의 가입 최저보험료 기준을 월평균 12만6000원에서 8만9100원으로 낮췄다. 올해에는 장애인, 기초수급자 등 노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임의 가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임의 가입이 일부 공무원과 고소득층 배우자의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은 매우 낮다.”
▼ 노후에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경우 국민연금에서 긴급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출 경험이 있는 60세 이상 대부분이 7% 이상 금리로 대출받았으며, 그중 40% 이상은 10%대의 고금리를 사용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2011년 상반기 중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의료비 등 일시적인 목돈이 필요한 경우, 국민연금이 최대 500만 원 한도 내에서 저리(약 5%)로 빌려줘 연금 수급자의 노후생활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 국민연금의 중요성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500만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예외자 가운데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은 약 390만 명이다. 그 중 하루 벌이를 하는 임금근로자가 64%며, 월평균 소득수준이 100만 원 이하인 비율이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노후 준비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저소득층 같은 사회취약계층에 보험료를 지원하거나 공적부조 성격인 기초노령연금과의 상호보완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자식에게 의존도가 높은 한국 노인들의 실상을 묘사한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단순히 농담으로 넘기기엔 의미심장한 교훈을 담고 있다. ‘효에 기반한 노후’를 기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표현인 셈. 적극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3층 연금 탑을 쌓으라”고 충고한다. 특히 국민연금은 노후 준비의 기본이다.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 가입지원실 김용기 실장은 “은퇴하고 난 뒤 국민연금으로 밥 먹고, 퇴직연금으로 옷 사 입고, 개인연금으로 여행 다녀라”라고 말한다. 4월 15일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공단에서 김 실장을 만나 노후생활에서 국민연금이 가지는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노후 준비에서 국민연금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앞으로는 은퇴 후에도 20~30년간의 긴 여생을 보내야 한다. 100세 시대가 열린 만큼,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해선 일정 수입이 보장돼야 한다. 이때 국민연금은 노후 준비의 기본이다. 한국의 퇴직연금 역사는 짧고 중간 정산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연금액도 크지 않다. 개인연금 또한 10년 납부를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노후소득으로는 금액이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베이비붐 이전 세대는 국민연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노후 준비에 아직 여유가 있는 196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사적연금(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국민연금 기본, 사적연금으로 보완
▼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의 평균소득 대비 향후 받을 연금액의 비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국회에선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입법안까지 발의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42.1%로 한국과 유사하다(국민연금 소득대체율 : 40년 가입 기준 2008년 50%, 2028년 이후 40%).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고, OECD 평균이 19.6%임을 고려한다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참고로 2003년 제1차 재정계산 결과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보험료를 15.9%까지 인상해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 보험료율을 고정한 채 소득대체율만 상향조정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 상당수 국민이 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재정안정을 위해 이미 두 차례(1998, 2007년) 제도개혁을 했다. 이를 통해 2060년까지 기금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므로 현재 기금 대부분이 바닥나 ‘부과방식’(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거둔 돈으로 은퇴한 사람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다른 나라보다 재정상태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5년마다 시행하는 재정계산을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현명하게 제도개선을 해나간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여 장기적인 재정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기금운용으로 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시기를 9년 연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재테크 수단 아닌 인생의 재무전략
4월 14일 공단은 ‘국민행복노후설계센터’ 선포식을 가졌다. 전국 140개 국민행복노후설계센터는 국민 개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춘 재무상담과 노후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공단이 단순히 보험료를 징수하고 연금을 지급하는 기관이 아니라, 다각도의 노후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김 실장은 “국민연금은 재테크 수단이 아닌 내 인생에 필요한 재무전략”이라며 “행복한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 최근 10년간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여성이 1999년 271만 명에서 2011년 1월 534만 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여성 취업인구가 늘면서 사업장 가입자가 증가했고, 전업주부들의 자발적 임의 가입도 크게 늘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 관련 정보에 밝은 30~40대 여성의 가입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평균 7년 정도 오래 살고 최근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그간 남성에게만 의존했던 노후 준비에서 벗어나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지난해부터 베이비부머(1955~63년생, 712만 명)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조기노령연금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공단은 조기노령연금 신청 희망자를 대상으로 연금액이 감액돼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음을 적극 안내하고 있다. 그 결과 2010년은 증가 추세가 다소 둔화됐다. 조기 실직 후 소득활동이 곤란하거나 재취업하더라도 소득이 최소생계비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기노령연금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조기노령연금 신청요건이 되는 소득기준을 하향해, 꼭 필요한 사람만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검토 중이다.”
▼ 국민연금 임의 가입이 일부 공무원과 고소득층 배우자의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공적연금 가입자의 무소득 배우자뿐 아니라 기초수급자, 학생, 군복무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신규로 임의 가입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공단은 더 많은 서민이 임의 가입자가 될 수 있도록 2010년 7월 임의 가입 최저보험료 기준을 월평균 12만6000원에서 8만9100원으로 낮췄다. 올해에는 장애인, 기초수급자 등 노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임의 가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임의 가입이 일부 공무원과 고소득층 배우자의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은 매우 낮다.”
▼ 노후에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경우 국민연금에서 긴급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출 경험이 있는 60세 이상 대부분이 7% 이상 금리로 대출받았으며, 그중 40% 이상은 10%대의 고금리를 사용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2011년 상반기 중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의료비 등 일시적인 목돈이 필요한 경우, 국민연금이 최대 500만 원 한도 내에서 저리(약 5%)로 빌려줘 연금 수급자의 노후생활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 국민연금의 중요성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500만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예외자 가운데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은 약 390만 명이다. 그 중 하루 벌이를 하는 임금근로자가 64%며, 월평균 소득수준이 100만 원 이하인 비율이 8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야말로 정말 노후 준비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저소득층 같은 사회취약계층에 보험료를 지원하거나 공적부조 성격인 기초노령연금과의 상호보완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