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엔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떨치기 힘든 ‘트라우마’가 있다. 정부 출범 직후 터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다. 거대한 시위대 앞에 이명박 정부는 무력했다. 이 와중에 내부 권력갈등까지 불거졌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곽승준(51) 위원장도 그때 청와대를 떠났다. 당시 그의 직책은 대통령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곽 위원장은 아직도 그때를 잊지 못했다. 그만큼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초 굉장히 좋은 가치를 가지고 시작하려던 것이 많았다. 촛불시위 정국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에서 촉발됐지만 결국 졌다. 그때 패잔병을 다 모아서 한번 세게 붙었어야 했는데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이) 엄청나게 ‘우향우’ 했기 때문이다. 2008년 가을과 겨울, 2009년 봄까지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 공공부문 개혁이다. 이제 타이밍이 늦었으니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향우’는 보수화를 의미한다. 친기업 정책과 규제완화, 부자감세 등이 대부분 그 시기에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인 ‘중도실용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 집권 2년 차인 2009년에 접어들면서 이 대통령은 권력에 밀려나 있던 소장파그룹을 다시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곽 위원장이 현직에 임명된 것도 그 무렵인 2009년 1월이다.
곽 위원장은 그 후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을 총괄 기획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립한 핵심 브레인 중 한 사람인 그의 복귀는 이후 정부 정책방향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 후 다시 2년이 흘렀다. 곽 위원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사교육비가 줄었다. 올해 하반기에 가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 촛불집회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텐데.
“제일 중요한 게 소통이더라.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맞는 것도 맞는 게 아니었다. 국민의 눈높이와 의사전달 수단에 맞춰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0%를 넘는다. 실제 민심과 괴리가 있는 것 아닌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 청와대 조사가 비슷하게 나온다. 어느 정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활이 팍팍하고 힘든 서민이 체감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 지난 3년간 무엇을 하고 싶었나.
“‘따뜻한 시장경제’를 이루고 싶었다. 2009년부터 추진했던 ‘휴먼뉴딜’ 정책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서민을 따뜻하게 보듬으려는 프로젝트다. 첫 번째가 가계 지출을 줄이고, 두 번째가 가계 수입을 늘리고, 세 번째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경제위기에 가계 수입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가계 지출을 줄여주는 것은 수입을 늘려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교육비 줄이기, 보육비 줄이기, 주거비 줄이기, 통신비 줄이기 등에 그동안 많이 치중했다. 2010년 들어 경제가 회복되면서 가계 소득을 늘려주기 위한 1인 창조기업,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 서비스 콘텐츠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사회안정망 구축사업도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광복 이래 처음으로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직은 체감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올해 연말이나 내년쯤 가면 더욱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 물가가 치솟고 전셋값 급등으로 가계 지출이 오히려 늘지 않았나.
“지난해에 6.1% 성장했다. 수출이 잘돼 수출 7대 국가에 들어섰다. 사실 이런 열매가 밑으로 내려오진 않고 있다. 휴먼뉴딜 정책이라는 게 이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올해 유류비와 통신비 등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무지 애쓰고 있지 않느냐. 3년 동안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했고, 그게 성과로 나타나는 데까지는 시차가 약간 생길 수 있다.”
▼ 물가라는 것이 정부 정책으로 잡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정부 정책에 (물가를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지식경제부 등이 물가가 오르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으니 뭔가 변화가 생길 것이다.”
▼ 부자감세와 친기업 정책을 폈던 초기 정책방향에 변화가 생긴 것인가.
“2009년부터 중도실용을 내세우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었다. 휴먼뉴딜 정책이 대표적이다. 2009년에 논란이 일었던 법인세 감세문제를 2013년까지 유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법인세는 이제 더는 안 내린다. 올해부터는 성장보다 물가가 중요하다. 그에 따른 약간의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다.”
▼ 부자감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소득층이 이제 세금 좀 더 내야 하지 않나 싶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뤘다. 그러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정착되지 못했다. 양극화된 사회갈등 구조를 풀려면 돈 있는 사람이 세금 조금 더 내 일자리 창출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공동체가 유지된다. 기업도 사회적 공헌이 필요하다. 깎아준 세금만큼 투자를 못할 것 같으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 교육개혁 차원에서 야간학원 금지정책을 폈다. 고액 과외방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은데.
“돈 많은 사람이 돈 쓰는 거야 자기 마음이다. 야간학원 금지정책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것이다. 최소한 학원들이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사교육 마케팅을 막을 수 있다. 또 아이들 건강권과 수면권도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천만 학부모가 다 좋아한다.”
▼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새로 추진하는 정책은 없나.
“사실 가장 중요한 게 공교육 강화다. 이를 위해 교원평가제는 지난해 시작했고, 내신 절대평가제도 올해 안에 시행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지금의 교육정책은 7~8년 후인 2018~19년이면 다 바뀐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현재 60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준다. 그때 가면 사교육이나 대학입시 문제는 지금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 201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유예한 이유는 뭔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오염방지 수단 중 하나다. 기업을 위한 제도다. 이를 도입하려면 기존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업무를 담당했던 환경부가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도 반대한다. 못 믿겠다는 거다. 기존 규제를 풀지 않고 도입하는 것에 어떤 기업이 찬성하겠는가. 2중, 3중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그리고 그렇게 급한 사안도 아니다.”
▼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나.
“지금 세상의 중심이 서구에서 동북아로 옮겨오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산업과 기술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 산업의 위기 같지만 굉장히 큰 기회다. 남은 2년 동안 그 기회를 찾고, 동시에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자본주의는 진화한다. 진화한 자본주의 꽃은 나눔과 배려, 기부다. 그래야 우리 사회 공동체가 유지된다. 마음만 가질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사실 이게 이 대통령의 철학이다.”
“정부 출범 초 굉장히 좋은 가치를 가지고 시작하려던 것이 많았다. 촛불시위 정국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에서 촉발됐지만 결국 졌다. 그때 패잔병을 다 모아서 한번 세게 붙었어야 했는데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이) 엄청나게 ‘우향우’ 했기 때문이다. 2008년 가을과 겨울, 2009년 봄까지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 공공부문 개혁이다. 이제 타이밍이 늦었으니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향우’는 보수화를 의미한다. 친기업 정책과 규제완화, 부자감세 등이 대부분 그 시기에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인 ‘중도실용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 집권 2년 차인 2009년에 접어들면서 이 대통령은 권력에 밀려나 있던 소장파그룹을 다시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곽 위원장이 현직에 임명된 것도 그 무렵인 2009년 1월이다.
곽 위원장은 그 후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을 총괄 기획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립한 핵심 브레인 중 한 사람인 그의 복귀는 이후 정부 정책방향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 후 다시 2년이 흘렀다. 곽 위원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사교육비가 줄었다. 올해 하반기에 가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 촛불집회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텐데.
“제일 중요한 게 소통이더라.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맞는 것도 맞는 게 아니었다. 국민의 눈높이와 의사전달 수단에 맞춰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0%를 넘는다. 실제 민심과 괴리가 있는 것 아닌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과 청와대 조사가 비슷하게 나온다. 어느 정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활이 팍팍하고 힘든 서민이 체감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 지난 3년간 무엇을 하고 싶었나.
“‘따뜻한 시장경제’를 이루고 싶었다. 2009년부터 추진했던 ‘휴먼뉴딜’ 정책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서민을 따뜻하게 보듬으려는 프로젝트다. 첫 번째가 가계 지출을 줄이고, 두 번째가 가계 수입을 늘리고, 세 번째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경제위기에 가계 수입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가계 지출을 줄여주는 것은 수입을 늘려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교육비 줄이기, 보육비 줄이기, 주거비 줄이기, 통신비 줄이기 등에 그동안 많이 치중했다. 2010년 들어 경제가 회복되면서 가계 소득을 늘려주기 위한 1인 창조기업,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 서비스 콘텐츠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사회안정망 구축사업도 꾸준히 해왔다. 지난해 광복 이래 처음으로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직은 체감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올해 연말이나 내년쯤 가면 더욱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 물가가 치솟고 전셋값 급등으로 가계 지출이 오히려 늘지 않았나.
“지난해에 6.1% 성장했다. 수출이 잘돼 수출 7대 국가에 들어섰다. 사실 이런 열매가 밑으로 내려오진 않고 있다. 휴먼뉴딜 정책이라는 게 이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올해 유류비와 통신비 등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무지 애쓰고 있지 않느냐. 3년 동안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했고, 그게 성과로 나타나는 데까지는 시차가 약간 생길 수 있다.”
▼ 물가라는 것이 정부 정책으로 잡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정부 정책에 (물가를 조절할 수 있는) 변수가 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지식경제부 등이 물가가 오르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으니 뭔가 변화가 생길 것이다.”
▼ 부자감세와 친기업 정책을 폈던 초기 정책방향에 변화가 생긴 것인가.
“2009년부터 중도실용을 내세우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바뀌었다. 휴먼뉴딜 정책이 대표적이다. 2009년에 논란이 일었던 법인세 감세문제를 2013년까지 유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법인세는 이제 더는 안 내린다. 올해부터는 성장보다 물가가 중요하다. 그에 따른 약간의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다.”
▼ 부자감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소득층이 이제 세금 좀 더 내야 하지 않나 싶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뤘다. 그러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정착되지 못했다. 양극화된 사회갈등 구조를 풀려면 돈 있는 사람이 세금 조금 더 내 일자리 창출해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공동체가 유지된다. 기업도 사회적 공헌이 필요하다. 깎아준 세금만큼 투자를 못할 것 같으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 교육개혁 차원에서 야간학원 금지정책을 폈다. 고액 과외방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은데.
“돈 많은 사람이 돈 쓰는 거야 자기 마음이다. 야간학원 금지정책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것이다. 최소한 학원들이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사교육 마케팅을 막을 수 있다. 또 아이들 건강권과 수면권도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천만 학부모가 다 좋아한다.”
▼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새로 추진하는 정책은 없나.
“사실 가장 중요한 게 공교육 강화다. 이를 위해 교원평가제는 지난해 시작했고, 내신 절대평가제도 올해 안에 시행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지금의 교육정책은 7~8년 후인 2018~19년이면 다 바뀐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현재 60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준다. 그때 가면 사교육이나 대학입시 문제는 지금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 2013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유예한 이유는 뭔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오염방지 수단 중 하나다. 기업을 위한 제도다. 이를 도입하려면 기존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업무를 담당했던 환경부가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도 반대한다. 못 믿겠다는 거다. 기존 규제를 풀지 않고 도입하는 것에 어떤 기업이 찬성하겠는가. 2중, 3중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인데. 그리고 그렇게 급한 사안도 아니다.”
▼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나.
“지금 세상의 중심이 서구에서 동북아로 옮겨오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산업과 기술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 산업의 위기 같지만 굉장히 큰 기회다. 남은 2년 동안 그 기회를 찾고, 동시에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자본주의는 진화한다. 진화한 자본주의 꽃은 나눔과 배려, 기부다. 그래야 우리 사회 공동체가 유지된다. 마음만 가질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사실 이게 이 대통령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