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식자는 정부에 비판적인 분이 많아요. 비판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원래 (식자는) 그래요.”
‘주변에서 들리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자 박세일(63)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잠시 눈을 감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역시 식자(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만큼 이명박 정부 3년 평가에 대해선 대체로 비판적이었지만, 공과(功過)는 분명히 했다. 2월 16일 서울 도화동 선진통일연합 사무실에서 ‘보수가 보는 보수정권’에 대해 들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2006년 선진화와 통일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그가 설립한 보수 싱크탱크. 박 이사장은 지난해 말 선진통일연합 발기인 대회를 열고 정부가 나서지 않는 통일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 2월 25일은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이 되는 날이다.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현 정부는 국가적 가치와 목표를 바로 세우고 국가 정체성을 바로잡는 작업부터 했어야 했다. 지난 10년의 진보정권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과 역사의 정당성, 국가적 가치와 원칙 부분은 흔들린 면이 많았다. 보수정권은 이를 바로잡아야 했는데 노력이 부족했다. 보수의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빛내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 두 가지 가치?
“자유와 공동체다.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의 기본은 개인 자유와 창의를 신장시키고,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데서 시작된다. 역사공동체 관점에서는,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바로잡고 잘못된 부분은 고치는 작업을 했어야 했다. 초등학생에게 ‘이승만 박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독재자라고 말한다. 역사교육에서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가족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신뢰를 바탕으로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공동체 통합 작업도 부족했다. 진보는 공동체를 약자와 강자, 외세 대 민족으로 나누지만, 보수는 공동체를 통합해나가야 한다.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건 보수다.”
▼ 경제 분야는 어떤가?
“경제 부문에선 많은 성과가 있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빨리 벗어났고,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가 위상을 높였다. 대통령이 부지런해 이것저것 많이 챙겼지만, 대통령 혼자 일하는 건 아니잖은가.”
금융위기 극복, G20은 칭찬 받아야
▼ 인사가 문제라는 말인가.
“그렇다. 보수정권이라 해도 인사는 합리적인 진보를 포함해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진용을 갖춰야 했는데 인재 풀이 무척 작았다(그는 최고 전문가들이란 ‘능력은 물론 애국심과 공공심 있는 선공후사(先公後私)형 인재’라고 했다). 보수 안에서도 정통 보수, 합리적 보수, 개혁 보수 등 훌륭한 인재가 많았는데…. 사적인 인연이 과도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 사적인 인사?
“특정 학교와 교회 혹은 인연 중심의 인사 말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 전체도, 보수도 아우르지 못한다. 설령 좋은 인재를 뽑았을 때도 ‘델리게이션’(delegation·위임)이 잘 안 됐다. 충분한 분권이 안 되는 것 같다.”
▼ 통일·안보 분야에선 할 말이 많을 듯한데.
“반은 잘했고 반은 미흡했다. ‘햇볕정책 만능론’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옳았다. 그동안 잘못 길들여진 북한에 원칙을 갖고 대응한 건 좋았다. 그렇다면 부족한 게 뭐냐. 지금은 적극적인 통일론으로 가야 한다. 아직도 현상 유지, 분단 관리가 주목적이어선 안 된다. 평소 워낙 말을 많이 해서 무슨 말인지 기자도 다 알 거다.”
그는 지난 30년간 ‘대북정책은 있어도 통일정책은 없었다’며 남한 내 통일 열기 확산, 북한 내부 개혁세력 지원, 주변국에 통일의 이로움 설득 등 적극적인 통일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 개헌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 개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 집중과 무한투쟁의 정치를 막으려면 반드시 해야 한다. 개헌론자들의 주장도 합리적이다. 문제는 내용과 추진 절차다.”
▼ 현재의 논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건가.
“정쟁으로 비쳐져 국민이 혼란스러워한다. 이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들고 나와 여야 대표와 함께 개헌 필요성에 동의를 구하고, 구체적 내용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다. 학자들 의견을 모아 안을 만들어 공청회를 통해 국민에게 알려야 했다. 이후 단일안이 만들어지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뒤 실행하면 된다. 이 과정을 누가 주도하느냐?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하라는데,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삼권분립을 떠나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어우르고 국가를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 야당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시큰둥한데.
“정파적으로 비치니까 그런 거 같다. 이번에 개헌을 못하면 이런 절차를 담은 ‘개헌절차합의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차기 대선 후보가 반드시 실행하도록 규정하는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 3년간 친이-친박계로 나뉘었던 여당은 어떤가?
“(그는 ‘이런 말 언론에 해도 되나’ 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뜻을 같이할 수 없으면 나눠야 한다. 시너지 효과를 못 내면서 함께하는 것은 다 같이 망하는 거다. 당내 분열은 국정을 개혁하고 소신에 따라 세상을 바꾸라고 다수당을 만들어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거다. 견해도 다르고 국정 협력도 못하면서 한 당에 있는 건 국회의원 되기 위해서가 아닌가. 반성하고 하나가 되든지, 아니면 갈라서든지 해야 한다. 국민에게 죄지으면 안 된다.”
▼ 설문조사를 해보니, 친이-친박만큼 양극화도 심화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 고용 문제로 풀어야지. 이에 대한 논의와 토론 없이 분배 구호만 난무한다. 성장은 안 하고 분배로 풀겠다? 이건 잘못이다. 21세기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는데 산업화 시대 성장정책으론 한계가 많다. 고용 극대화를 통해 양극화를 줄이는 거시적인 21세기형 성장 정책이 나와야 한다.”
▼ 미시적 차원에서 말해달라.
“지금은 한 사람이 최소 두세 번 직장을 바꾸는 동시에 라이프사이클도 바뀌었다. 고용환경이 바뀐 것이다. 거기에 맞는 교육-노동-복지 황금삼각관계를 새로 만들어야 할 때다. 직종을 바꿀 때는 적절한 교육,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교육기간에는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급여를 지급하는 식이다. 노동정책도 항상 고용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이런 삼각관계 없이 복지만 강조하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박세일 이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정책기획수석을 지냈고,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국회의원(비례대표)을 했다. 박근혜 대표 시절인 2005년 행복도시건설특별법(세종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며 여의도를 떠났다. 지난해 10월에는 국가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한선국가전략포럼’을, 11월에는 신민(新民)운동을 표방한 ‘선진통일연합’ 발기인 대회를 열어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선진화와 통일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범(凡)보수 세력이 차용하면서 그의 이름은 여전히 현실정치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주변에서 들리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자 박세일(63)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잠시 눈을 감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역시 식자(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만큼 이명박 정부 3년 평가에 대해선 대체로 비판적이었지만, 공과(功過)는 분명히 했다. 2월 16일 서울 도화동 선진통일연합 사무실에서 ‘보수가 보는 보수정권’에 대해 들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2006년 선진화와 통일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그가 설립한 보수 싱크탱크. 박 이사장은 지난해 말 선진통일연합 발기인 대회를 열고 정부가 나서지 않는 통일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 2월 25일은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이 되는 날이다.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현 정부는 국가적 가치와 목표를 바로 세우고 국가 정체성을 바로잡는 작업부터 했어야 했다. 지난 10년의 진보정권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과 역사의 정당성, 국가적 가치와 원칙 부분은 흔들린 면이 많았다. 보수정권은 이를 바로잡아야 했는데 노력이 부족했다. 보수의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빛내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 두 가지 가치?
“자유와 공동체다.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의 기본은 개인 자유와 창의를 신장시키고, 공동체를 소중히 하는 데서 시작된다. 역사공동체 관점에서는,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을 바로잡고 잘못된 부분은 고치는 작업을 했어야 했다. 초등학생에게 ‘이승만 박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독재자라고 말한다. 역사교육에서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가족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신뢰를 바탕으로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공동체 통합 작업도 부족했다. 진보는 공동체를 약자와 강자, 외세 대 민족으로 나누지만, 보수는 공동체를 통합해나가야 한다.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건 보수다.”
▼ 경제 분야는 어떤가?
“경제 부문에선 많은 성과가 있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빨리 벗어났고,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가 위상을 높였다. 대통령이 부지런해 이것저것 많이 챙겼지만, 대통령 혼자 일하는 건 아니잖은가.”
금융위기 극복, G20은 칭찬 받아야
▼ 인사가 문제라는 말인가.
“그렇다. 보수정권이라 해도 인사는 합리적인 진보를 포함해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진용을 갖춰야 했는데 인재 풀이 무척 작았다(그는 최고 전문가들이란 ‘능력은 물론 애국심과 공공심 있는 선공후사(先公後私)형 인재’라고 했다). 보수 안에서도 정통 보수, 합리적 보수, 개혁 보수 등 훌륭한 인재가 많았는데…. 사적인 인연이 과도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 사적인 인사?
“특정 학교와 교회 혹은 인연 중심의 인사 말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 전체도, 보수도 아우르지 못한다. 설령 좋은 인재를 뽑았을 때도 ‘델리게이션’(delegation·위임)이 잘 안 됐다. 충분한 분권이 안 되는 것 같다.”
▼ 통일·안보 분야에선 할 말이 많을 듯한데.
“반은 잘했고 반은 미흡했다. ‘햇볕정책 만능론’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옳았다. 그동안 잘못 길들여진 북한에 원칙을 갖고 대응한 건 좋았다. 그렇다면 부족한 게 뭐냐. 지금은 적극적인 통일론으로 가야 한다. 아직도 현상 유지, 분단 관리가 주목적이어선 안 된다. 평소 워낙 말을 많이 해서 무슨 말인지 기자도 다 알 거다.”
그는 지난 30년간 ‘대북정책은 있어도 통일정책은 없었다’며 남한 내 통일 열기 확산, 북한 내부 개혁세력 지원, 주변국에 통일의 이로움 설득 등 적극적인 통일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 개헌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 개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 집중과 무한투쟁의 정치를 막으려면 반드시 해야 한다. 개헌론자들의 주장도 합리적이다. 문제는 내용과 추진 절차다.”
▼ 현재의 논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건가.
“정쟁으로 비쳐져 국민이 혼란스러워한다. 이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들고 나와 여야 대표와 함께 개헌 필요성에 동의를 구하고, 구체적 내용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다. 학자들 의견을 모아 안을 만들어 공청회를 통해 국민에게 알려야 했다. 이후 단일안이 만들어지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뒤 실행하면 된다. 이 과정을 누가 주도하느냐?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하라는데,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삼권분립을 떠나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어우르고 국가를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 야당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시큰둥한데.
“정파적으로 비치니까 그런 거 같다. 이번에 개헌을 못하면 이런 절차를 담은 ‘개헌절차합의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차기 대선 후보가 반드시 실행하도록 규정하는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 3년간 친이-친박계로 나뉘었던 여당은 어떤가?
“(그는 ‘이런 말 언론에 해도 되나’ 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뜻을 같이할 수 없으면 나눠야 한다. 시너지 효과를 못 내면서 함께하는 것은 다 같이 망하는 거다. 당내 분열은 국정을 개혁하고 소신에 따라 세상을 바꾸라고 다수당을 만들어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거다. 견해도 다르고 국정 협력도 못하면서 한 당에 있는 건 국회의원 되기 위해서가 아닌가. 반성하고 하나가 되든지, 아니면 갈라서든지 해야 한다. 국민에게 죄지으면 안 된다.”
▼ 설문조사를 해보니, 친이-친박만큼 양극화도 심화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 고용 문제로 풀어야지. 이에 대한 논의와 토론 없이 분배 구호만 난무한다. 성장은 안 하고 분배로 풀겠다? 이건 잘못이다. 21세기 경제구조가 바뀌고 있는데 산업화 시대 성장정책으론 한계가 많다. 고용 극대화를 통해 양극화를 줄이는 거시적인 21세기형 성장 정책이 나와야 한다.”
▼ 미시적 차원에서 말해달라.
“지금은 한 사람이 최소 두세 번 직장을 바꾸는 동시에 라이프사이클도 바뀌었다. 고용환경이 바뀐 것이다. 거기에 맞는 교육-노동-복지 황금삼각관계를 새로 만들어야 할 때다. 직종을 바꿀 때는 적절한 교육,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교육기간에는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급여를 지급하는 식이다. 노동정책도 항상 고용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이런 삼각관계 없이 복지만 강조하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박세일 이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정책기획수석을 지냈고,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국회의원(비례대표)을 했다. 박근혜 대표 시절인 2005년 행복도시건설특별법(세종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며 여의도를 떠났다. 지난해 10월에는 국가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한선국가전략포럼’을, 11월에는 신민(新民)운동을 표방한 ‘선진통일연합’ 발기인 대회를 열어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선진화와 통일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범(凡)보수 세력이 차용하면서 그의 이름은 여전히 현실정치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