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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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경제안정과 안보강화’ ‘MB는 개헌과 과학벨트 재검토’

소통 없는 MB 4년 차 과제와 리더십…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이지만 ‘화합형’ 리더십 원해

  •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입력2011-02-21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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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 ‘경제안정과 안보강화’ ‘MB는 개헌과 과학벨트 재검토’
    취임 3주년을 맞이한 이명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중적이다. 무엇보다 집권 4년 차에 산적한 국정과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동시에 과연 역대 정권이 피할 수 없었던 집권 4년 차 레임덕 딜레마를 피해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역대 정부의 국정 지지율 변화를 살펴보면 집권 4년 차엔 여지없이 지지율 급락과 함께 각종 비리나 국정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났다.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시기는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그림 1 참조). 이 패턴에 따르면 집권 초기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지만 이런 기대는 여러 정치사회적 갈등과 국내외 안보 현안이 불거지면서 점차 꺾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집권 4년 차에는 각종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급속도로 국정 장악력을 잃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3년 차에 남북정상회담으로 54.4% 과반 지지율을 달성했지만, 집권 4년 차로 접어들면서 벤처 관련 ‘3대 게이트’(이용호·정현준·진승현 게이트)가 터져 20%대로 급락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4년 차인 1996년 초만 하더라도 역사 바로 세우기로 40%대 지지율을 회복해 4년 차 징크스를 피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1997년 초 김영삼 정부에 대한 총체적 위기를 불러일으킨 ‘한보 게이트’가 터지면서 레임덕에 직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치 개혁에 대한 높은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정권 초 터진 측근 비리 등으로 초기부터 지지율 하락을 경험하다가 2004년 탄핵을 계기로 57%의 높은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이념적 어젠다에 집착하면서 또다시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졌다. 결국 집권 4년 차인 2006년 5·31지방선거 패배와 북한의 핵실험, 부동산 가격 폭등이 겹치면서 그해 12월에는 15.3%까지 지지율이 추락했다. 레임덕의 아픔을 톡톡히 겪은 셈이다.



    국민은 ‘경제안정과 안보강화’ ‘MB는 개헌과 과학벨트 재검토’
    레임덕 닥치는 ‘4년 차 징크스’ 벗어나나

    그렇다면 4년 차에 접어든 이명박 대통령은 4년 차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집권 4년 차를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 속에서 출발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자신감을 반영하듯 2월 1일 대통령과의 신년방송 좌담회에서 “‘벌써 4년 차’라고 생각하는가, ‘아직 4년 차’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2년이나 남았다”고 답했다. 또한 개헌 및 행정구역 재편 논의를 강하게 촉구하는가 하면, 2011년 한국 경제의 5% 성장, 1조 달러 수출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과학벨트 입지 재검토 등 쟁점 사항에 대해서도 강한 추진 의지와 함께 자신감을 보였다.

    이는 전임 대통령인 노 전 대통령이 집권 4년 차를 맞이할 때 보여주었던 태도와 대비된다. 노 전 대통령은 4년 차를 맞이해 그해 2월 28일 기자들과 산행을 하면서 5년제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임기 중 선거는 국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적 시각도 드러냈다. 그러나 개헌론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하면서 “안 될 일 가지고 평지풍파를 만들기보다 벌인 일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2년이나 남았다”는 이 대통령과 “벌써 3년이나 지나 안 될 일을 벌이기보다 마무리에 집중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상반된 선택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가 그 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집권 3년을 마친 시점까지의 지지율 변화는 크게 대비된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2년 차인 2004년 탄핵 이후 57%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4대 개혁법안에 대한 야당의 결사적 저항에 이어 2005년 7월, 소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구상 제시로 20%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집권 초기 촛불정국으로 지지율 급락을 경험했던 이 대통령은 매해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며 집권 3년 차를 40~50%대의 지지율로 마감했다.

    이런 차이는 이명박 정부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체감경기를 비교적 잘 관리해온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 경제위기 직후 최악의 상황이었던 체감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한 것은 그동안 대통령 지지율 상승을 떠받치는 한 축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동아시아연구원(EAI), 한국리서치의 추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체감경기 개선 속도가 둔화됐고, 호주머니 경제지표인 가정경제 체감도도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성공한 대통령 되려면 국민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국민은 ‘경제안정과 안보강화’ ‘MB는 개헌과 과학벨트 재검토’

    2008년 2월 25일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취임식장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

    보다 직접적으로 국민 여론이 이명박 정부에 바라는 바를 살펴보자. EAI·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 말 ‘국민이 뽑은 최우선 국정 어젠다’를 조사한 결과, 정부가 집중해야 할 2011년 최우선 국정과제는 경제안정과 안보다. 응답자의 23.2%가 경제 양극화의 완화를 꼽았고,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성장을 꼽은 응답이 각각 14.8%, 12.0%였다. 그 뒤를 국민통합(11.7%), 안보강화(11.1%), 삶의 질 개선(8.9%)이 이었다. 개헌이나 행정구역 재편 등을 포괄하는 정치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응답은 7.4%에 그쳤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신년 방송좌담회를 통해 제기한 어젠다는 경제나 안보보다는 개헌이나 선거제도 개혁, 과학벨트 재검토 등 정치 쟁점 혹은 지역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민심과 이 대통령의 판단에 적지 않은 갭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선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유지했지만, 정작 선거에서는 여당이 패배한 2010년 6·2지방선거와 같은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다.

    국민이 바라는 리더십 유형과 현재 이 대통령이 보여주는 리더십 사이에도 갭이 존재한다. 노무현 정부 취임 직전인 2002년 2월에 실시한 EAI 여론조사를 보면 노 전 대통령에게 바라는 리더십 유형으로 화합형 리더십을 요구한 응답이 42.6%였으며 꼼꼼하고 실무적인 CEO형 리더십 33.8%, 강력한 국정 리더십 23.7%였다. 화합형이 상대적으로 다수지만 절반 이상은 국정능력이나 카리스마 있는 힘을 원했던 셈이다.

    그러나 2010년 6월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EAI·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 패널 조사에서는 화합형 리더십을 요구한 응답이 무려 67.9%였다. 반면 강력한 국정 리더십은 14.2%, CEO형 리더십은 11.7%에 불과했다. 민주화 이후 비생산적인 정치와 여야 간 정치 공방과 갈등으로 국민의 정치 염증과 냉소가 누적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성공은 특정 정파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 전체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역대 대통령의 집권 4년 차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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